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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이 그러했듯, 홍명보와 황선홍이 그러했듯, 박지성이 그러했듯, 모든 위대한 선수들처럼 국가대표 선수 차두리도 우리 곁을 떠났다. 누구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선수이기에 그의 은퇴가 유난히 슬프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K리그에서는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약간의 위안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앞으로도 먼 길을 가야할 것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 우리 대표팀을 이끌 것이다. 아시안컵이란 급한 불을 껐고 차두리라는 리더와 작별한 슈틸리케 호는 진정한 의미에서 시작을 맞았다. 목표지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 울보 차두리. 로봇이라 불리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기에 우리는 그를 사랑했다. 출처:KFA)
1. 진화 없는 슈틸리케호?
이번 평가전 2연전이 끝난 이후 언론에서는 또다시 대표팀에 발전이 없다는 기사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 역시 선수들을 시험하고 평가하는 자리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국가대표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김보경, 지동원 등이 최근 경기에 출장하면서 경기력을 회복했기 때문에 직접 확인했고, K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재성, 정동호를 소집하면서 대표팀 스쿼드의 깊이를 더하려 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분명 주전으로 꼽히는 선수들이 있음에도 선수 기용에 큰 폭으로 변화를 주면서 실험을 단행했다. 평가전은 그런 실험을 위한 자리다.
선수 변화 폭이 커서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역시 너무 조급한 판단이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의 핵심 선수는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기성용, 손흥민, 구자철, 곽태휘는 확실한 주전으로 봐야할 것이고, 박주호는 그 포지션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 김신욱 역시 부상에서 돌아올 경우 중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뼈대를 이루는 선수들은 아시안컵에서부터 주축으로 활약했고, 이들과 손발을 맞출 선수들의 조합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평가전은 조합을 이뤄줄 선수들을 발굴하는 자리였다. 조직력은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문제이다. 결국 언론에서 현재 슈틸리케 호에 제기하고 있는 '부진'이란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평가전을 마지막으로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러야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고전할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본격적인 예선이 시작되기 전에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시험해보고, 예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차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본디 진화란 '일이나 생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이란 사전적인 의미를 갖는다.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을 처음 소집하여 A매치를 치른 슈틸리케 감독에게 '진화'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가. 슈틸리케 감독은 분명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듯하고 우리는 그를 기다려줘야 한다.
(△ 여전히 많은 변화가 있는 선발 출전 명단. 아직은 실험의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 출처:KFA)
2. '압박'의 시대, 그리고 탈압박
물론 우즈벡-뉴질랜드와의 평가전 2연전에서의 경기력 부진은 분명했다. 우리보다 열세인 팀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바로 상대의 '압박'에서 시작되는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압박’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축구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약팀이 강팀을 괴롭힐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우즈벡과 뉴질랜드 모두 우리 대표팀을 강하게 압박했다.(우즈벡이 다소 수비라인을 내린 채 우리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고 뉴질랜드가 전방부터 압박을 펼쳤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게다가 신체적으로 우리보다 억센 선수들이 많았기에 더욱 고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는 신체적으로 터프하게 밀어붙인다고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결국 우리가 경기를 제대로 이끌었던 우즈벡 전의 전반 30분까지, 그리고 뉴질랜드 전의 후반 20분 이후를 통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뉴질랜드 전반전의 난조는 특히 한교원, 남태희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두 선수 모두 빠른 돌파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다. 하지만 남태희와 한교원은 공을 받는 순간에 가해지는 강한 압박에 공을 지켜내지 못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했고, 드리블을 시도할 때마다 상대의 몸싸움에 밀려 스피드를 내기도 전에 제동이 걸려 공을 여러 번 빼앗겼다. 공을 받으면서 바로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우선 공을 발 앞에 잡아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원체 폭발적인 스피드로 소속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선수들지만, 힘과 체력을 앞세워 끊임없는 압박을 가한 뉴질랜드 선수들을 쉽사리 돌파할 수 없었다. 공을 잡아 놓는다고 해도 패스 타이밍이 늦어 공격 흐름이 정체되는 장면이 많았다.
반면 구자철, 기성용은 한 번의 터치로 상대를 흔들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그것은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공이 자신에게 향해 오는 그 순간 나를 마크하는 선수가 어디 있는지 그리고 동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한 템포 빠르게 움직인다. 구자철이나 기성용의 경우 상대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 볼을 자신의 발 앞에 잡아두지 않는다. 상대의 움직임을 고려해서 반대 방향으로 잡아놓거나 이동 트래핑으로 압박에서 벗어난다. 한 템포 빠른 움직임이 상대를 떨어뜨려낼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단순한 주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각의 속도’이다.
이재성 역시 빠른 타이밍으로 상대를 흔들었지만 구자철이나 기성용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구자철이나 기성용이 공을 받는 상황에서 상대를 떨어뜨리는 데에 능하다면, 이재성은 동료 선수들이 패스하기 좋은 공간으로 이동하여 공을 받아주고,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연결하면서 팀의 윤활유같은 역할을 해줬다. 우즈벡 전에서 여러 차례 나왔던 손흥민과의 2:1 패스는 이재성의 강점을 보여주는 전형적 장면이었다. 개인적 돌파보다는 공격 흐름을 살리는 데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빠른 타이밍의 패스는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상대의 골문 앞에서 위력을 더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골문 앞에서는 시원한 공격을 하지 못했던 우리 대표팀에 있어, 영리한 움직임으로 공격 흐름을 살리고 순간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이재성의 존재는 새로운 옵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우즈벡 전에서의 30분까지 경기를 푼 핵심 선수는 구자철과 이재성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구자철은 지속적으로 아래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특유의 볼 컨트롤로 상대를 휘저으면서 공격을 전개했다. 덕분에 김보경과 한국영의 패스 전개에도 한결 여유가 있었다. 더불어 이정협이 만들어 낸 공간을 이용해 공격에도 나섬으로써 우즈벡 수비진에 꾸준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이재성은 대표팀의 ‘가속 기어’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좋은 패스 타이밍을 절대 놓치지 않았고 상대의 압박 수비를 무위로 돌리면서 공격 전체의 속도를 높였다. 더불어 팀 전체의 흐름을 이해한 듯, 동료들을 의식하여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팀 전체를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17번'이청용의 공백을 고스란히 메우는 최고의 활약이었다.
(△ 주전 경쟁의 새로운 막을 연 이재성. K리그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다. 출처:KFA)
3. 미드필더 조합과 시너지
우즈벡 전의 좋았던 분위기는 전반 30분 경 이정협의 부상으로 구자철이 최전방 공격수로 전진 배치되면서, 경기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보경과 한국영의 조합에 기성용이 더해졌지만, 오히려 전반 초반의 좋은 모습은 다시 나오지 못했다. 미드필더 조합이 갑작스레 변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잡지 못한 듯 보였다. 기성용은 본래 수비 바로 앞에 위치하면서 공을 전개하는 선수였지만, 갑작스러운 출전에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은 듯 불협화음을 냈다. 구자철이 빠져나간 공격 2선(4-2-3-1 중 3)의 가운데 위치가 제대로 메워지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공격은 힘을 잃었다.
한편 이러한 공격적인 답답함은 뉴질랜드 전에도 이어졌다. 기성용이 선발로 출전하고 한국영이 그의 파트너로 등장하면서 안정감을 찾을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우즈벡 전보다도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력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선발로 출전한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제대로 공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체격과 힘에서 우세를 갖고 있는 뉴질랜드 선수들의 강한 몸싸움에 밀려 공을 흘리는 경우들이 자주 나왔다.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했기에 경기 흐름을 장악할 수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남태희화 한교원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분명 손흥민은 드리블에 강점이 있는 선수지만, 좁은 공간 그리고 정지된 상황보다 역습 시처럼 공간을 두고 폭발적으로 치고 들어갈 때 더욱 위협적인 선수이다. 공격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1:1 상황에서 무조건 해결해주길 바랄 수는 없었다. 최전방의 지동원 역시 공중볼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공격 2선으로부터의 패스가 연결되지 못하자 깊숙한 진영까지 내려왔다. 상대의 수비에 밀려난 후에는 전방부터의 강한 압박으로 부정확한 롱킥이 이어지면서 경기 흐름을 잃고 말았다. 결국 터프하게 나서는 뉴질랜드 수비진에 공격 2선이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하면서 공격의 난조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후반전에 들어서서 구자철이 들어오면서 경기 흐름이 뒤바뀌었다. 공격 2선에서 구자철이 폭넓은 움직임과 기술로 상대 선수들을 흔들기 시작했고, 미드필더에서 공을 소유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경기 리듬이 좋아졌다. 덕분에 공격 기점 기성용에게 집중되던 마크 역시 다소 헐거워졌고 경기가 좀 더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이재성, 김보경의 투입 역시 긍정적이었다. 경기가 막판으로 흐르는 시점이라 상대의 체력이 저하된 측면도 간과할 순 없지만, 이재성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주면서 공격의 흐름을 살렸다. 또한 교체된 김보경 역시 기술적 능력으로 공을 지켜내면서 더 나은 공격 전개를 보여주었다.
우즈벡 전이 선수 교체로 경기 흐름을 잃었던 반면, 뉴질랜드 전은 후반의 교체로 경기 흐름을 되살릴 수 있었다. 어떤 선수들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기력을 낼 수도 있다. 이제 다가올 월드컵 예선과 각종 평가전을 통해 우리는 최상의 미드필더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이청용, 김진수 등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다면면 미드필더진의 구성은 대략 예상이 가능하다. 4-2-3-1 중 2에는 기성용과 박주호(또는 한국영)가 3에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이 위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남태희, 한교원, 이재성, 김보경 등이 경쟁자로서 도전하게 될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만들어놓은 토대에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색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실험을 마친 후 만들어낼 대한민국 대표팀만의 색 그리고 재능 있는 선수들간의 유기적 조합을 기대한다.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기용되었던 미드필더의 최적 조합찾기는 슈틸리케 호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드리블러 성향의 한교원과 남태희가 부진했다고 지적했지만, 다른 어떤 선수가 보다 우월한 선수라든가, 드리블러가 팀에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물론 상대의 압박을 허물 수 있는 빠른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돌적인 돌파가 먹히는 상대나 특정 시점이 분명 존재하고 드리블러 성향의 선수들이 필요한 시점이 꼭 있다. 다양한 조합을 통해 다른 팀 컬러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재성과 김보경의 가세로 보다 새로운 유형의 선수들이 옵션으로 떠오르면서 대표팀의 공격 2선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조직력의 강화와 함께 경쟁구도가 불타올라야 할 것이다.
(△ 차두리 고마워. 출처:KFA)
대학 시절 은퇴하시는 선생님께서 ‘양자강 뒷물결이 앞물을 밀어낸다.’고 하시며 소감을 밝히셨던 기억이 난다. 아직은 한창이라 믿었던 차두리가 은퇴하는 것도 세월의 흐름 속에 당연한 일이리라. 그리고 바로 차두리의 은퇴와 함께 이제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뒷물결’의 시대가 열린 것 같다. 2002년 세대와 작별하고 2018년 러시아에선 30대가 되어 있을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등 88년생, 89년생들이 고참으로서 역할을 할 때이다. 이들은 대표팀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 올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지도자가 슈틸리케 감독이라는 것은 매우 행운인 것으로 보인다. 부임 이후 재능 있는 ‘뒷물결’ 찾기에 고심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어떻게 새로운 물결 그리고 파도를 만들어 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마음 깊이 응원한다. 새로운 ‘물결’이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 2002년의 영웅들보다도 더 훌륭한 선배들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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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선수 축구 지능은 진짜 보물인 것 같습니다. 저도 엄청 기대가 되네요.
사실 멤버 바꾸는거 진짜 과감한 편입니다.
팬들이 맘에 드는 선수들이 갑자기 막 6~7명 이상씩 확확 바뀌는건 말이 안되구요
현재 매번 소집될때마다 두세명씩 바뀌는데 바람직하다고 봐요
@있을땐별로.없을땐보고싶은.고요한!! 슈감독이 계속 뽑는다면 충분히 제역할 하고 있는겁니다...외국인이 감독이니 이게 장점이죠...편견없이 선수 평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쳐낼선수 많이 쳐냈죠 지금도 그 과정이구요
k리그도 충분히 많이 보고 있구요...진득하니 기다리시면 될듯
한국영과 김창수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