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콤팩트 스포츠카, TT의 3세대 모델을 짚어 보았습니다. 발전의 방향성이 옳았는지 진단하기 위해 2세대 모델도 함께 불러내었습니다. 디자인은 여전히 멋집니다. 전통을 계승하되 디테일에는 첨단을 담았거든요. 그렇다면 남은 건 달리기 성능과 운전재미입니다. 과연 TT는 스포츠카로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글_ 정상현 기자, 사진_ 민성필(팀로드 스튜디오)
우리가 특정한 자동차를 ‘스포츠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면, 그 차는 어떠한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할까요? 답변은 사람마다 다를 터이지만 적어도 다음의 교집합 정도는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멋진 스타일을 갖추고 있을 것, 달리기 성능이 빼어날 것, 높은 운전재미를 선사할 것.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 그들은 위의 세 기준을 만족시키는 모델로서 TT와 R8을 제안합니다. 물론 S나 RS와 같은 차들도 있지만 이들은 일반적인 세단이나 왜건을 베이스로 성능을 끌어올린 스페셜 모델로 통하는 게 현실. 결국 우리의 검증은 다시금 TT와 R8을 통해 이뤄져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2세대의 R8은 국내 도입까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현존하는 1세대 R8을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구형이 된 차를 두고 스포츠카 운운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잖아요.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얼마 전 3세대로 거듭난 TT를 불러내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2.0L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 보디의 45 TFSI 모델이 주인공의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캐스팅이 끝나버린다면 <엔카매거진>의 진취적인 성향을 퇴색시키는 것. 그래서 발전에 대한 발자취를 짚겠다는 목적 하에 2세대 TT 로드스터까지 조연으로 함께 초청하였습니다. 이제 검증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TT는 진짜 스포츠카라고 여길 수 있는 차였을까요? 과연 이 차는 구입할 만한 가치를 충분히 품고 있는 녀석일까요?
TT는 스타일이 멋진 차입니다
경기도의 한 주차장. 우리는 이곳에 화이트 보디에 검정 지붕을 뒤집어 쓴 두 대의 TT를 나란히 주차했습니다.
둘은 놀랍도록 닮아 있어서 이따금 두 차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로 다가올 지경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로 꼽을 만한 건 차체의 비례감. 이 부분에서 둘은 정말이지 ‘일치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변화의 폭이 좁다는 것에 대하여 회초리를 들 생각은 요만큼도 없습니다. TT 같은 모델에서는 선대의 스타일을 계승하는 게 결국 역사가 되어주는 까닭이지요. 가장 좋은 증거로서 포르쉐의 911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TT의 디자인을 칭찬할 수 있는 부차적인 이유로는 디테일 면에서 3세대가 2세대 모델과의 ‘선 긋기’에 성공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요컨대 차에 가까이 다가가 램프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신형이 분명하게 미래적이라는 게 느껴지지요. 헤드램프가 완전한 LED화를 이룬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두운 곳을 알아서 비추는 매트릭스 기능(국내는 TTS만 기본 장비)까지 품어 첨단을 달립니다. 테일램프의 방향지시등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촤르륵’하고 들어오는 독특한 방식(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채용해 신형 모델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경량 소프트톱은 시속 50km 이하라면 언제든지 10초 만에 여닫을 수 있으며 색상은 검정, 회색, 베이지 가운데 고를 수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소프트톱의 지지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방음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것. 이 부분에서는 2세대 모델로부터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네요. 요즘 소프트톱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아이콘처럼 통하는 요소는 이전과 동일합니다. 동그란 주유구와 플래그타입 사이드 미러, 봉긋 솟은 앞뒤 펜더는 이 차의 이름이 TT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게 합니다. 납작 달라붙은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130km에서 전개되고 80km/h에서 접히는 전자동식. 이는 2세대 모델부터 도입된 것으로서 단순히 멋을 위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뒤 차축을 눌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1세대 모델은 디자인적 특성 때문에 스핀 사고가 잦았고 이것이 리콜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트렁크에 스포일러를 덧대는 조치였는데 이게 디자인을 해치다 보니 아예 전자동화로 방향을 튼 것이지요.
안쪽 모습도 구형과 비슷한 흐름. 3개의 원형을 중심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와 자그마한 기어 노브, 스포티한 스타일의 운전대가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다만 선대 모델과 달리 센터페시아 쪽에 버튼 구성이 단출해진 건 주목할 점입니다. 이는 MMI라는 통합 컨트롤러의 도입과 송풍구에 내장된 공조장치 조작 버튼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완전한 디지털화를 이루었습니다. 아우디는 이를 ‘버추얼 콕핏’이라고 일컬으며 여기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크게 띄울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제시하는데요. 첨단 이미지를 이끌어 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만 UI와 UX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 속도계와 엔진회전계 디자인이 구태의연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실내의 만듦새는 그야말로 으뜸입니다. 대시보드에 초고가 브랜드들처럼 가죽을 두르지 않았는데도 제법 고급스런 분위기에요. 별 거 아닌 재료로도 이처럼 세련된 질감을 표현하는 건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좋은 향기는 아우디 ‘코 팀(Nose team)’의 존재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 운전대를 두른 가죽의 질감이나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치장한 연갈색 시트도 차 급을 웃도는 느낌입니다. 시트 헤드레스트 쪽에는 따뜻한 바람을 뿜는 송풍구를 장비하고 있으며 곳곳을 세심하게 비추는 무드 램프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합니다. 전동식의 윈드 디플렉터와 스마트키 시스템, 18인치 휠(8.5J)과 콘티넨탈 콘티스포츠콘택5 타이어, 듀얼 머플러까지 기본이라는 걸 보면 ‘장비’ 측면에서의 가치가 성층권을 뚫을 기세입니다.
잘 달리지만 운전재미 부족한 게 흠
2.0L 터보 엔진의 뿌리는 성숙미 뽐내는 EA888 유닛입니다. 실린더에 연료를 직접 쏘는 인젝터(FSI)를 장비하는 한편 비교적 작은 크기의 터보차저를 붙여 220마력을 내지요. 사실 이 정도 수치는 임팩트가 약하지만 35.7kg?m의 최대토크가 낮은 엔진회전(1,600rpm)부터 4,400rpm까지 분출된다는 점은 만족스럽습니다. 변속기는 6단의 습식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은 콰트로, 즉 상시 사륜구동입니다.
가속성능은 만족스럽습니다. 0→100km/h 가속을 고작 5.9초에 끊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인 건 추월가속이에요. 요컨대 고속도로에서 시속 80~100km로 순항하다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터보차 특유의 등을 떠미는 가속과 함께 껑충거리며 튀어나갑니다. 자연흡기 엔진의 차에서 맛볼 수 없는 아주 짜릿한 자극이지요. 호쾌한 가속은 속도제한이 걸리는 시속 210km까지 꾸준히 이어집니다. 패기로 미루어 보았을 때 리미터를 해제할 경우 240~250km/h까지는 가능할 거 같다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 투성이입니다. 결정적으로 엔진 반응과 변속기 세팅이 ‘스포츠카’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단 엔진 회전이 하강하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도 실린더에는 지속적으로 연료가 들어간다는 얘기지요. 필자가 ‘할아버지 세팅’이라고 비꼬았던 그랜저 XG MT 모델의 엔진 반응이 생각날 지경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이런 느긋한 반응은 날카로움을 강조해야 하는 TT에는 결코 맞지 않아요.
느슨한 변속기 반응 또한 입술에서 “듀얼 클러치 맞냐”는 소리가 튀어나오게 합니다. 오히려 다른 아우디들의 토크컨버터식 8단 자동변속기 변속이 더 빠르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동력손실 면에서는 듀얼 클러치가 유리하겠지만 변속 속도 면에서 두 개의 입력 축을 갖고 있다는 듀얼 클러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건 슬픈 일입니다. 스포츠 모드에서 증폭되는 흡기 사운드는 뻔뻔스럽습니다. 엔진 반응이 워낙 느려서 이따금 귀가 먹먹해졌고 음색이 부밍음에 가까워 불편합니다. 만약 필자가 TT를 구매한다면, 즉시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떼어 내 휴지통으로 던져버릴 겁니다.
코너링 특성은 무척 안정적입니다. 차를 내던져도 웬만해서는 자세를 망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역시 콰트로’라는 결론을 내리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세팅 방향에 기인했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TT의 콰트로 시스템은 중형급 이상에 들어가는 방식(기계식)과 달리 콤팩트한 ‘할덱스’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앞쪽에서 나온 동력이 리어 쪽의 전기-유압식 다판클러치로 보내진 뒤 뒷바퀴로 토크가 분배되는 식이죠. 아우디에 따르면 주행 모드에 따라 앞뒤 토크 배분이 달라진다는데 그 차이는 감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할덱스는 평소에 약 90%의 동력을 앞바퀴로 전달시키며 뒷바퀴로는 최대 50%까지 보낼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마저도 스포츠 모드나 앞바퀴가 구동력을 상실했을 때에만 가능하지요. 그래서 ‘VW VORTEX’ 같은 해외 포럼에서는 ‘무늬만 콰트로’라는 비난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인상적인 건 스티어링 반응이 무척 기민해 졌다는 겁니다. 2세대 모델은 ‘스포츠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스티어링 계통의 반응이 둔했는데 3세대에서는 상당히 예민해졌어요. 하지만 운전대가 돌아갈 때 이따금 전기모터가 ‘저항’처럼 뻣뻣하게 구는 게 느껴지는 점은 아우디답지 않습니다. 아울러 손바닥을 통해 노면 정보를 세심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도 스포츠카의 운전대 감각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여겨집니다.
TT, 사도 될까요?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입니다. TT는 서두에 언급한 스포츠카로서의 세 가지 조건 가운데 디자인과 달리기 성능이라는 가치를 잘 충족시키는 차였습니다. 하지만 운전재미로 대변되는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분명히 남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는 세그먼트에서 으뜸이 될 수 없는 게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 가지 아쉬움 때문에 이 차를 ‘추천 모델’의 리스트에서 지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입니다. TT는 쿠페가 5,750만원, 로드스터는 6,05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습니다. 여기에 프로모션(2016년 1월 현재 5% 할인)을 보태면 등록까지 6,000만원 언저리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2인승 로드스터를 이 값에 살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운전재미는 양보할 수 있지 않나요?
게다가 장비 면에서도 완벽합니다. LED 헤드램프와 S 스포츠 시트, S라인 스포츠 서스펜션, 전자동 에어컨, 버추얼 콕핏, 스마트 키 등을 달고 있어요. 따라서 만약 당신이 멋들어진 콤팩트 스포츠카를 원한다면 TT는 적임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다만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짜릿하고 순수한 운전의 맛을 추구한다면 TT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돈을 더 모은 다음 포르쉐 전시장을 찾거나, 토요타 딜러에 전화를 걸어 86을 주문하는 게 나을 겁니다.
질문하면 기사가 되는 새로운 즐거움
[ 엔카매거진 ] www.encarmagazine.com
첫댓글 가격이내렸나요?? 6천에 로드스터면....지호 슬기에 비해 큰 경쟁력이있네요....소프트탑이지만 ㅎㅎ
운전의재미라해서 얼마나 잼나야 하나 했는대 아니나 다를까 포르쉐매장방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