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나 작가님의 모래시계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을 떼어 놓기 위해 그를 삼청교육대로 보낸 사람이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혜린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최대한 의연한 모습을 찾으려, 분노를 억누르려 애쓰면서 "아버지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거예요"라고 말하자 아버지 윤회장이 이렇게 답합니다.
"용서도 힘이 있어야 하는게다."
아주 짧고 간결한 저 대사. 그닥 힘이 들어가지도, 한마디 미사여구로도 장식되어있지 않지만 어떤 대사보다도 비정하게, 그렇지만 힘이 넘치게 들렸습니다. 아직 젊음의 순수와 열정이 들끓어 자신을 미워만 했던 젊은 딸이, 단지 좌충우돌 열정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그녀가 살아 가는 길에 앞으로 수많은 위선과 타협이 있어야만 함을 조용히 깨닫도록 하여 준 냉정하면서도 힘이 있는 대사였습니다. 이 대사를 칠 때의 박근형씨의 시선처리와 음성이야말로 정말 카지노와 지하세계, 정계의 실력자들을 포섭해가며 무섭게 사업영역을 넓히고 지켜가는 격동기 대한민국 최고의 재력가다운 위엄이 뚝뚝 떨어졌었지요.
청춘의 덫에서의 김용림씨 역시 대한민국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안주인으로, 다른 여자의 몸에서 낳은 자식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이를 낳지 못했고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했다는 아픔을 마음속 저 깊은 곳에 꼭꼭 묻은채 고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요란스럽게 나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속에 쌓인게 많다 고래고래 광고하고 다니지 않았음에도 다른 여자로부터 얻은 자식들에게 조용조용 타이르는 말 한마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물 한잔 마시는 것을 도와 주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저 사람에게는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마음속 상처가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우아하고 고상한 그야말로 귀부인의 품격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인어아가씨 이후 이 두분은 완전히 이미지가 시속 100km 이상으로 하강해 버렸습니다. 맡은 역할의 객관적인 사회적 지위는 별 차이가 없을진대 이게 웬일일까요?
아니, 모래시계와 청춘의 덫의 역할을 들먹일 것 없이 박근형씨가 시골의 촌부로 분했던 꼭지에서조차도 그는 자기만의 극에서의 크기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가부장적이고 다혈질이지만 마음속에 이루지 못한 사랑에의 열정을 품고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서민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위엄과 하나의 남성으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 주었습니다. 김용림씨는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아예 대놓고 주책없는 캐릭터로 나왔을지언정 웃어른으로서의 지위와 따뜻한 품성을 동시에 지닌 귀여운 할머니로 여태까지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발생한걸까요? 어찌하여 한국 최고의 어머니상의 대명사고 불렸던 고두심씨가 저렇게 악세어지고 그렇게도 미인인 한혜숙씨의 얼굴이 짜증스럽게 느껴지는걸까요? 주로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가장 총명하고 머리가 비상한 참모 노릇을 해 오던 김명기씨(?인가요? 태양일보 사주)가 여기서는 이렇게 덜떨어진 인간으로 수직낙하한 것일까요? 이 드라마에는 최소한의 품격, 아니 품격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추었어야 할 상식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 하나하나 정신없고 천박스럽습니다.
안본지 오래되어 제가 직접 들은건 아닙니다만 뭐?"여행은 인생의 비타민같아."라구 했다구요? 하하,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찬사를 듣고 싶어 발악을 한 끝에 저런 쓰레기같은 오버대사를 쥐어 짰다는 건 알겠는데, 그건 알아야지요. 명대사라는 것은 온갖 미사여구와 숨 한번 안쉬고 악을 지르며 내 뱉는 긴 대사를 만들어야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자기가 창조해 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삶,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수반되어야지만 나오는 것이지요. 뭐 제가 인어아가씨 본거 쭉 이어지지 않고 드문 드문 몇회 되지는 않습니다만 그 중에서만도 히트작 참 많더군요. 김용림씨의 "너 그 여자 작가라서 반했니?"에서 시작하여 고두심씨의 "수술 하고 저 정도니 이전엔 얼마나 더 이뻤을거야?", 정보석씨의 "난 사람 염색한것만 딱 봐도 그 사람 경제적, 사회적 지위 딱 알잖아." 등등.... 그 외에도 뭐 너무 많습디다. 돼지도깨비 이재은씨의 대사 중엔 셀수도 없고 ("그댁 어른들이 나보고 수선화 같다고 그랬어."를 비롯한 엽기대사, 행각들....)머, 제가 보기엔 자기들이 이복자매임을 안 이후 우희진씨의 "우리 이제 절대 헤어지지 말아"와 그를 듣던 정영숙씨의 "하나님 감사합니다"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너나 나처럼 있는집 애들이 순수하잖아"라고 했다면서요? 뭐, 할말이 없습니다. 참,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어이도 없고요.
임성한 당신한테 "용서도 힘이 있어야 하는게다.""그때가 되면....... 우리 다시 사랑하자.""내가......좋아해도 되나요?", 이런 대사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내공도 없는 주제에 김수현 작가 따라할 생각도 좀 제발 하지 마십시오. (몇페이지에 달하는 김수현 작가의 감칠맛 나는 대사, 어떨 땐 좀 시끄럽긴 해도 참 재미납니다. 요목조목 조리있고. 그렇지만 바락바락 악쓰고 어법에도 안 맞는 대사 길게 쓰기만 한다고 감히 그걸 김수현 작가식이라고 할 수 있읍니까?) 비타민 이따위 오버로 예쁜 대사라고 착각도 좀 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당신이 만들어낸 캐릭터 아닙니까? 좀 한번 생각이라도 하고 대사를 쓰십시오. 당신이 만들어 낸 캐릭터가 내뱉어야 되는 말인데, 최소한의 상식에 부합이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좋은 글은 인게에 많이많이 올려서 일반 시청자들께도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저도 인게에 올려진 재치있고 논리적인 임.안.정.님들의 글을 거듭거듭 접하다 작금(?)의 우리가 할바를 확신하게 되었거든여,,,부탁합니다. 님의 수준 높은 글, 인게에서 자주 보게 해주사와여~
여행은 인생의 비타민이 아니라.. 인생의 쉼표찍기라구 해야죠..이 말을 작가 아닌.. 평범하고 좀 학력이 모자란 사람이었으면.. 그냥 우습다라고만 끝나지만.. 모르게 없는 사람이 이딴말 하면..욕먹어요..왜 같은 일이라도 상황이 다르면 받는 느낌도 다르다는 것 모르죠..
흥. 그냥 비타민도 아니고 '바이타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정말 개나 소도 웃을 소리지요. 글구 박근형씨 정말 연기 잘하시는 분이세요. 잘난 역이면 잘난역, 못난 역이면 못난 역, 항상 감탄했었는데 여기선 정말 초라하기 이를 데 없죠.우리 엄니 왈 '짜잔한 ('형편없는'의 사투리)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째 배우
에효..좋은 연기자들 인생 망쳤죠--;; 이재은도 꽤 괜찮게 봤는데.. 사강도 요새 쇼프로 나오는거 보니 꽤 털털하니 괜찮던데. 시작을 이런 괴상한곳에서 괴상한역을 해서--이미지만 나빠지고;; 하긴 우희진은..별감정 없었는데 여기서 별고생을 다해서; 측은하고 좋은감정을 가지게되었으니;;
첫댓글 옳소~~~!!!
이런 좋은 글은 인게에 많이많이 올려서 일반 시청자들께도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저도 인게에 올려진 재치있고 논리적인 임.안.정.님들의 글을 거듭거듭 접하다 작금(?)의 우리가 할바를 확신하게 되었거든여,,,부탁합니다. 님의 수준 높은 글, 인게에서 자주 보게 해주사와여~
이미 정신줄을 놓쳐버린 드라마...
맞아요! 정신줄을 놓쳐버린 드라마.. 딱 좋은 표현이네요. 글을 읽으면서 내내~ 맞아! 맞아!! 를 연발했습니다.
여행은 인생의 비타민이 아니라.. 인생의 쉼표찍기라구 해야죠..이 말을 작가 아닌.. 평범하고 좀 학력이 모자란 사람이었으면.. 그냥 우습다라고만 끝나지만.. 모르게 없는 사람이 이딴말 하면..욕먹어요..왜 같은 일이라도 상황이 다르면 받는 느낌도 다르다는 것 모르죠..
내가 힘만 있으면 조간신문 칼럼란에 내고싶은 글이군요 ㅠㅠ
휴~읽기가 힘들어 제 문서로 붙혀 읽었답니다..참으로 동감하는 말씀입니다.여기저기 뿌리고 싶군요~^^
흥. 그냥 비타민도 아니고 '바이타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정말 개나 소도 웃을 소리지요. 글구 박근형씨 정말 연기 잘하시는 분이세요. 잘난 역이면 잘난역, 못난 역이면 못난 역, 항상 감탄했었는데 여기선 정말 초라하기 이를 데 없죠.우리 엄니 왈 '짜잔한 ('형편없는'의 사투리)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째 배우
들도 다 꼴뵈기 싫더라'하셨는데 딱 그 격이지요.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인어에 나오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정이 가는 캐릭터가 없어요. 다른 드라마 보면 어떤 배우는 얄미워 보이고 어떤 배우는 더 좋아지고 그러게 마련인데.. 진짜 정상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요. 끝날 때쯤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요..
감동의 물결입니다.... 이 카페는 왜 이리 글 잘쓰시는 분들이 많은지..
다~~비정상이져.말씀대로 시트컴서 주책 연기 햇어도 그땐 잼있고 웃음을 줄수 잇엇지만 여기선 진짜 이상해여. 그게 무슨무놔아인지..아룡 신격화 위해 존재 하는 캐릭들.. 짜증나 그래서 안봅니다.
짝짝짝!!! 님 짱이여요!! 정말 임가가 저지른 잘못중 또하나가 연기자들 이미지 망쳐놨다는 점이지요! 임가야 제발 절필해~~ㅡㅡ;;
너무너무 옳으신 말씀.. 조리있는 그 말씀에 눈물이 납니다...
인어아가씨에 나오는 인물중에 유일하게 정이 가는 인물은 보조출연자다..바로 엑스트라...왜냐하면 대사가 없으니까....
이야~! 느므느므 잘 쓰셨네 진짜 우리 임안정에 작가해도 될 사람들이 많다니까~!!
김수현씨 스타일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보고있자면 재미에 빨려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죠~!! 김수현씨는 커녕 노희경, 이금림, 네멋의 작가분(갑자기 기억안남~!!) 발치에도 못미쳐요.. 암~!!
에효..좋은 연기자들 인생 망쳤죠--;; 이재은도 꽤 괜찮게 봤는데.. 사강도 요새 쇼프로 나오는거 보니 꽤 털털하니 괜찮던데. 시작을 이런 괴상한곳에서 괴상한역을 해서--이미지만 나빠지고;; 하긴 우희진은..별감정 없었는데 여기서 별고생을 다해서; 측은하고 좋은감정을 가지게되었으니;;
어쨌든, 연기파 중견배우분들 이미지 완전히 버린건 정말 마음아픕니다.ㅠ.ㅠ 흑흑.. 사미자할머니..제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