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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생명들 관계 성찰, 함께하는 의지 보여야
4월 14일, 세종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 일대에서 ‘414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가 열린 가운데, 가톨릭기후행동은 거리 미사로 동참했다.
이날 집회에는 350여 개 단체 회원과 시민 등 4000여 명이 참여했고, 가톨릭기후행동 소속 신자, 수도자, 사제들도 함께했다.
주최 측(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원회)은 이날 집회는 지난 2022년 9월 24일 서울 대학로 앞에서 진행한 ‘924 기후정의행진’의 연장선으로, “에너지와 교통 분야의 사회 공공성 강화, 생태학살 개발사업 즉각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는 반자본 대정부 투쟁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기, 가스 요금, 대중교통 요금이 줄이어 인상되고 있고, 정부는 이러한 공공요금 인상이 공기업 적자 해소와 에너지소비 감축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는 개인과 일반 가정이 아닌 대기업 산업 분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므로, 일반 시민들이 이를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최근 에너지 사용, 전환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중요한 시점이며, 경제적 이윤이나 고용 문제를 앞세운 이른바 “고용이냐 환경이냐”와 같은 이분법 사고를 넘어서는 시작이라고 밝혔다. 또 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통해 에너지 문제가 인간의 기본 생존을 위한 권리임을 인식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에너지 사회공공성 강화, 생태학살 개발사업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이를 위해 참가자들은 ‘6대 핵심 요구’를 내세우고, “에너지 공공성 강화로 전체 에너지 수요의 대폭 감축과 필수 에너지 탈상품화, 에너지 기업들의 초과이윤 환수와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석탄, 탈핵 추진, 모두를 위한 공공교통 확충, 노동자와 농민, 지역 주민, 사회적 소수자가 주도하는 정의로운 전환, 광범위한 환경파괴와 생태학살적 개발 즉각 중단, 자본과 결탁한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그린벨트 해제권 지자체 지양 시도 철회” 등을 요구했다.
최근 계획을 발표하거나 진행 중인 개발사업은 지역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제주2공항,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부 허가, 2030년 가덕도 신공항 개항 계획을 비롯해 더 많은 환경 파괴를 일으킬 ‘그린벨트 해제 권한의 지자체 이양 계획’도 발표됐다.
또 지난 3월 21일 정부는 공청회 일정을 무시하고, ‘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퍼센트 감축”을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산업계 탄소 배출량이 810만 톤 늘어나는 계획으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날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는 발언에서, 오늘 "함께 살기 위해 멈춰!"라는 시민들의 구호는 우리 인간들과 지구상 모든 생명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성찰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신부는 “이런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트려 가늠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온다. 또 이러한 실천으로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을 들어, 가난한 이웃에 대한 충분한 연민과 지구에 대한 사랑의 감수성으로 함께하는 우리가 스스로 삶에 깊이를 더하고, 이 세상이 아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알려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14기후정의파업이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서 진행됐다. 이날 집회 전에는 가톨릭기후행동 회원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함께 거리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신자, 수도자, 사제들은 오후 1시 환경부 앞에서 거리 미사를 봉헌한 뒤,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 등에 참여했다.
미사는 박현동 아빠스(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를 비롯한 각 교구 생태환경위 사제들이 공동 집전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신규 공항 건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은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과 마을 공동체의 생태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가톨릭교회는 핵발전의 비도덕성을 비판해 왔고, 핵은 생명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그에 반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 역사와 구원 역사를 부정하는 에너지원이라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며, “핵발전 문제는 거대 규모의 에너지 공급 이면에 후손들에게 핵 쓰레기를 떠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고, 핵기술을 인간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의 행진에 참여하며, 가난한 형제자매들과 지구상의 피조물들과 함께하는 의지를 세상에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함께 살기 위해 지금 바로 행동하자”고 독려했다.
미사 뒤, 참가자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환경부, 국토부가 있는 청사 일대를 행진했다.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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