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든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이른 아침 대학생 딸이 20m아래 차디찬 한강바닥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일년 전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유품을 정리하다 또 한번 통곡을 했다.
선생님을 꿈꾸던 딸의 일기장에 ‘14가지 소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결심했다. ‘그래. 편히 쉬거라. 네 꿈은 엄마가 이루마’
보상금 2억5천만원으로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한 신학대학생이 11명의 노인들을 돌보는 ‘작은 손길 공동체’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군부대에 무쏘차 이동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결혼한 남동생은 한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모두 10년 전 딸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내용이다. ‘장학금을 만든다, 이동도서관을 강원도에 만든다,
복지마을을 만든다, 한 명 이상을 입양한다, 맹인(시각장애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 매년 이맘 때면 자신을 위로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세상에 사랑이 이어지고 있으니, 우리 딸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랍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생명을 잃은 여대생-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마태 7,15-20)
나무에 열린 열매는 살아온 시간을 반사하듯 나쁜 열매와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깨어있는 나무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나무의 힘은 열매의 힘입니다.
자기를 내어주는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좋은 나무는 나무에 갇혀있지 않으며 빛나는 열매를 맺습니다.
아픔 없이 좋은 열매는 맺어지지 않습니다. 비워내지 않고서는 싱싱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나무의 기쁨은 사랑의 기쁨입니다.
사랑의 열매는 고통의 기쁨 또한 알고 있습니다.
고통 없는 결실은 있을 수 없습니다. 열매와 함께하는 나무 나무와 함께하는 열매가 됩니다.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열매가 좋은 열매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성실한 나무는 언제나 좋은 사랑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좋은 나무처럼 좋은 열매를 맺으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