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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주부들이 한국요리를 만들어 가면, 어김없이‘지에코 스타일’요리로 재탄생 시켜 다음 식탁에 올리는 지에코씨. 코퀴틀람센터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그녀의 집은 화실로 꾸민 1층과 여행객들을 위한 숙식을 제공하는 ‘B&B’를 2층에 꾸며 제자들과 손님들로 1년 내내 손님이 끊어질 날이 없다. 그 많은 손님의 식사를 혼자 해 내면서도 그림지도를 10년째 하고 있다. 한국인 주부들에게는 스승이라기보다 친정엄마 같은 존재로 존경받고 있다. 오른쪽은 아들 마사끼 씨. |
“아하! 전, 부침 요리의 경상도식 사투리 ‘찌지미’의 어원이 일본어에서 왔나보다.” 한국인 주부들끼리 똑 같은 생각을 눈빛으로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재료를 말하면 한번 더 복창한 후 노트, 그리고 사진촬영.
‘지에코 스타일’ 요리가 시작되었다.
한국과 일본 사람이 모여서, 제3국 언어로 소통하며 만들어낸 ‘나만의 레서피’ 세계인편 1호는 일본의 ‘오코노미야끼’.
“아니요! 리또로는 사케의 브랜드네임이 아니라 리틀(Little) 사케이구요. 미루꾸는 밀크~ 지지미는 한국인들이 오코노미야끼를 보고 한국식 지지미라고 가르쳐 준거에요. ”
일본식 영어와 한국식 영어가 충돌하며 일어나는 전혀 다른 해석에 보다 못한 이유정씨가 통역에 나섰다. 이런 식의 언어소통 불능사태에 빠지는 해프닝이 벌어질 때 마다 그림을 그리던 한국인 주부들과 지켜보던 모두의 웃음소리로 지에코씨의 예쁜 2층집이 흔들릴 지경. 이렇게 유쾌한 레서피 촬영도 처음이었다.
“리상! 쏘리! No~ 레서피! 지에코 스타일~”
겨우 두 번째 만남인데 10년 만에 만난 조카딸을 반기듯 ‘버선 발’로 달려 나와 손을 맞잡고 주방으로 데리고 가는 그녀. 솜씨 좋은 우리 주부들이 레서피 없이 ‘푹푹’ 떠 넣고, 조물 조물 ‘손맛’으로 무쳐내 듯, ‘감’으로 요리를 한단다. 조리만 하면 레서피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더니 예순 다섯 살 그녀가 아이처럼 “좋아라~”했다.
40년 동안 서양화를 그려온 중견 작가, 직접 만든 소품으로 계절마다 집안 분위기를 바꿔 꾸미는 인테리어 감각, 이색적이면서 독특한 퓨전요리 솜씨, 봄부터 가을까지 꽃 향기로 뒤덮이는 정원을 가꾸는 그녀의 취미까지….
제자들이 거침없이 1시간을 풀어내던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밋밋하지도 격하지도 않으면서 잔잔한 상상을 유도하는 한 편의 생활 수필처럼 마음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자들이 이구동성 감동해 마지 않는 꼭지점은 ‘지에코 스타일의 퓨전요리’솜씨. 게다가 수강생들 가운데 중국인 일본인도 있지만 유독 한국주부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극정성을 다 한다는 것이다.
“처음, 일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 미술레슨과 별도로 식사대접을 하기 시작했다고 할 때 ‘웬 오버야?’ 했어요. 그런데 10년 전부터 해 왔다는 걸 알고서 진심을 알게 되었죠”
한국인 주부들은 외국에서 지치고 외로울 때면 친정엄마 같은 푸근함으로 맞아주는 지에코씨를 찾아 와, 정성껏 차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웃고 그림을 그린 후 돌아가면 친정에 다녀온 듯 힘을 얻는다고.
2층에 남은 방 2개를 꾸며 부업으로 여행자들을 위한 ‘B&B’를 하고 있는 그녀의 집 주방은, 레스토랑을 방불케 하는 조리도구와 예쁜 그릇들이 그득하다. 손이 닿기 좋은 높이의 선반 위에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칼 50자루가 칼 집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아일랜드식 수납장 서랍을 살짝 열었다. 서랍마다 도자기로 만든 커피잔, 접시, 작은 스푼, 예쁜 그릇 수백세트가 흐트러짐 없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 선생님은요. 요리도 잘하시지만, 봄이면 정원에 1만달러어치 꽃을 심어 온 동네를 환하게 하시는 분이시죠. 곰도 놀러 온다니까요. 여름에 선생님의 정원에 앉아 식사를 하면 환상적이죠.”
말 끝마다 “우리 선생님, 우리 선생님…” 숨도 쉬지 않고 자랑을 하는 화요반 제자 그녀들도 모두 ‘한 살림’ 하는 한국 주부들. 그녀들이 감동하는 ‘선생님의 정원’은 지금보다 조금 더 여물어진 봄날 활짝 핀 꽃들로 부쳐낸 화전으로 화사하고 고소하게 다시 이 지면을 찾아올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솔솔~.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주 재료 : 계란, 양배추, 파, 새우, 굴, 조갯살, 삼겹살 / 부 재료 : 우유, 정종, 밀가루, 가스오부시 가루, 김 / 소스재료 : 마요네즈, 돈가스 소스, 간장, 닭 표 핫소스
■ 조리법
◇ 소스 만들기 : 마요네즈, 돈가스 소스, 닭표 핫소스를 1:1:1 비율로 섞은 다음,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소스 Tip - 매운맛을 좋아하면 칠리를 약간 다져서 넣고, 신맛을 좋아하면 핫 소스, 고소함을 좋아하면 마요네즈를 가감한다)
① 새우는 머리를 떼어내고 등 껍질을 벗기고, 조갯살, 굴도 씻어둔다.
② 양배추는 가로로 채 썬 다음 가로로 한번 더 썰어준다.
③ 쪽파도 잘게 썬다.
④ 해물과 양배추, 쪽파를 담고, 계란, 밀가루, 사케 한 숟갈을 넣어 우유로 반죽한다.
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큼직하게 떠 올려 지진다.
⑥ 취향에 따라 이때 삼겹살, 베이컨 등을 올려 놓는다.
⑦ 잠시 두껑을 덮어 속을 익힌다.
⑧ 잘 익은 오코노미야키 위에 ‘오로라’ 소스를 뿌린다.
⑨ 가스오부시 가루와 김 가루를 얹는다.
- 조리 point
① 반죽의 농도는 밀가루와 우유로 조절하고 일체의 간을 하지 않습니다.
② 신 맛, 짠 맛은 오로라 소스에서 닭표 핫소스의 양으로 조절합니다.
- Tip
① 야채와 해물, 야채와 고기, 야채와 햄의 조합으로 만들면 맛있습니다.
② 가족들이 좋아하는 어떤 해물과 야채, 고기도 응용이 가능합니다.
< Very easy 지에코 간장 광어구이 >
광어를 기꼬망에 절여 녹말가루에 굴린 다음 튀겨 낸다. 간장 향과 짭짤하고 바삭한 생선튀김 맛이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