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새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뜸부기도 뻐꾸기도 아니었다. 봄밤에 울음소리만 들었다. 울음소리의 깊이로 미루어 작은 새는 아니었다. 이상하게 그 새가 울 때 다른 새들은 울지 않았다. 그 새의 울음소리는 먼 숲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 가까운 어둠 속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어두운 방에 혼자 누워 있었다. 그 소리는 어둠의 깊은 곳에서 들려왔으며 마치 어둠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심장의 박동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으며 어둠 속에선 언제라도 그 새가 다시 나타나 울어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로 그 새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었다. 어떤 새소리를 검색해 봐도 그 소리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혹시 그 소리가 새소리가 아닌 다른 생물의 소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커다란 황소개구리나 늪 속의 백 년 묵은 이무기일지라도 그렇게 울 수는 없었다. 그것은 분명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있는, 날개 있는 새의 울음소리였다. 지금도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새소리가 그립다. 외로울 때, 아니 어쩌면 외롭다는 생각마저 지워질 때, 그 새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절망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을 때, 그 새가 비로소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