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시대 기현상… 고학력 탓에 떨어진다
MBA·박사·고시출신·회계사등 넘쳐나
거의 서류전형 탈락…기업 "부담스럽다"
고학력이 취직에 부담이 되는 시대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 모집에서 고학력자를 우대하기는커녕 기피대상 1호로 삼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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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박사는 물론 해외 경영학 석사학위(MBA)소지자와 사시합격자.공인회계사들을 아예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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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백명의 신입사원 모집을 끝낸 현대모비스에는 1만명이 지원했다. 이중 석.박사만 1천2백명이나 됐는데, 박사급 30명은 서류전형에서 탈락시켰다. 고학력자들이 부담스러워 신입사원 모집 때 MBA.박사는 뽑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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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신입사원 2백명을 모집한 효성그룹에는 석.박사 1천9백33명, 공인회계사 10명, 노무사 4명이 지원하는 등 1만7천7백명이 몰렸다. 명문대 졸업생 비율은 11%였다. 회사 관계자는 "석.박사나 해외 MBA에 대해 가산점을 주지 않았다"며 "고학력보다 인성.어학실력이 주된 심사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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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은 석사급 이상이 대졸 선발에 지원하면 서류전형에서 제외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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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수십명의 영업사원을 뽑는데 수백명의 석.박사가 몰린다"며 "몇달 일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킨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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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는 지난달 23일 마감한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30명 모집에 9천6백명이 지원했다. 사시합격자.공인회계사.해외 MBA가 모두 20여명이나 됐고 명문대생만 9백여명이 몰렸다.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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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원서를 접수하다 보니 우수 인재가 예상보다 많이 몰렸다"며 "면접에서 고학력자보다 성실성.끈기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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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인력이 몰리자 이 회사는 채용 인원의 2배수 정도를 최종 선발한 뒤 입사 이후 퇴직자가 발생하면 차점자를 바로 채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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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업체인 LG-CNS는 지난달 3백명의 신입사원 모집 때 1만9천명이 지원했다. 이중 명문대 출신 2천여명, 미국 공인회계사 50명, 사시.회계사 합격자 10명, 석사 3천명, 박사 1백50명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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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면접대상 1천2백명을 골라내는 데만 인사부 전원이 열흘 밤을 꼬박 새웠다"며 "고학력자가 너무 많아 학력보다 적성과 도덕성 등을 집중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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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도 지난달 15명 안팎을 뽑는데 공인회계사 3백4명, 석사 이상 5백65명, 외국대학 졸업자 50명이 지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취업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석사 이상 고학력자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대거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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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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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06 07:1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