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거울 앞에서 수음에 떠는 에곤 실레가 있다 그의 방에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창문이 없어서 생이 외부로 확산되는 일이 없어 그는 그 자신이다 그는 인간이 무엇이 잘못되어 나온 아이 같다는 청년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다 표지가 나달나달해진 지하생활자의 수기엔 역시 풍경에 대한 묘사가 없다 짓밟힌 쥐가 큰 경련을 일으킨 것 같은 공포의 절규가 아니었다면 석탄빛 어둠 속으로 빨려버렸을 뭉크도 일찍이 그의 계보에 속한다 그런 그를 그토록 지하생활로 숨어들게 한 것은 놀랍게도 어느 휴일 문득 그가 대롱거리는 먹이 몇 점에 홀려 뛰어오르고 뒹굴고 아양 떨고 싹싹 비는 애완견이었다 그걸 보고 마치 자신을 보기라도 한 듯 내쳐버렸을 때 당신이 과연 살아야 할 권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라고 외친 아내는 누구던가 그날로부터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급격히 잃어버린 그가 모든 인간은 모두에게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외부의 지옥을 버리고 망명한 지하방, 거기엔 끔찍하고 무자비한 케르베로스가 먼저 와 있었다 푸른 안광도 없이 소리도 없이 짖어대는 없고도 있는 그 개는 세계와 교류 없이 살 수 있다는 확신범들을 잠식하는 개였다 그 개에게 먹히기 전에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찬란한 햇살을 받고 싶지만 벽에다 무슨 둥근 원 하나를 부적처럼 친 그는 다만 그 공을 어처구니처럼 뚫어져라 응시할 뿐 다나에처럼 천정의 황금비를 기다리지도 않는 것이다
첫댓글 박혜강 선생님의 단편<<뭉크를 찾습니다>>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현실에 내재한 존재에 대한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소문의 진상은 추문같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소문에 휩쓸리지 않도록 내 존재 또한 그러한 모습이길 ,,,지하방은 어떤 풍경일까요?답답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