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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 05
S#1. 강가 (새벽)
하얀 화면에서 서서히 떠오르며 모습을 드러내는 정현의 얼굴.
화이트 아웃되고-
S#2. 비젼
떠올랐던 명숙의 얼굴 화이트 아웃되고
S#3. 강가 (새벽)
죽은 듯 눈감은 정현의 얼굴 다시 화이트 아웃되고
S#4. 비젼
가만히 정면을 보고 있는 수아의 얼굴, 눈물 조용히 흘러내리는데서 화이트 아웃되고
S#5. 강가 (새벽)
죽은 듯 미동도 없던 정현의 얼굴 한순간 눈꺼풀 작게 움직인다. 가늘게 움직이는 손 끝.
작게 움직이던 눈꺼풀 조금씩 떠지고 있다. 그 시야에 보이는 퍼런 새벽하늘.
다시 내리감는 정현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
정현 : 살아있네요. 엄마. 저 아직 살아있는 거네요.
천천히 다시 눈을 뜨는 정현. 부스스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유유히 흐르는 강--
옅은 안개가 가득하다 사람 손길 닿지 않은 듯 제멋대로 자라난 잡초군락.
비로소 서서히 오한이 밀려온다. 양팔로 어깨 감싸고 일어나 움직이는데 멀리 등 뒤에서 들리는
영석 : (E) 깨셨수? 정신 드셨어?
천천히 돌아보는 정현.
저 멀리 교각 밑 작은 텐트 하나 보이고 그 옆에 불 쪼이고 있던 영석(노숙자 30대), 손짓하며 소리친다
영석 : 아 이리와요! 추운데 이리 와 몸이나 녹여!
정현 : (그대로 서서 보는데 추워서 이가 덜덜 떨린다)
(시간경과)
작은 쓰레기통에서 활활 타는 나무 조각들.
그 옆에 있던 영석, 엉거주춤 서 있는 정현에게
영석 : 아 얼른 앉어요. 얼어죽기 전에.
정현 : ... (말없이 불 옆에 바짝 다가앉으면)
영석 : 시꺼먼 강에 뭐가 하나 둥둥 떠내려오길래 물에 빠져죽은 돼지 새끼라도 건지나 하고... 콜록콜록... 달려갔더니 원- 참.
정현 : 그랬습니까? 감사합니다.
영석 : 깜짝 놀랬수. 가끔씩 한강물에 투신자살하는 사람들 있단 얘긴 들었지만 어찌나 놀랬는지. 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수.
정말 자살이라도 하려고 했던거유?
정현 : ...
영석 : 우리 같은 사람도 이러구두 사는데. 콜록콜록. 아 편히 앉아요.
정현 : (털썩 주저앉아 젖은 옷 추슬러 보는데)
영석 : 며칠째 밥을 못먹었더니 기운이 있어야 예까지 들어 옮기지. 추운데 그대로 둬서 미안허우
정현 : 추... 춥네요.
영석 : 속이 비신게로구랴. 옷이 흠뻑 젖었으니 더 그렇지. 콜록콜록. 더운 물이라도 한잔 드시겠수?
정현 : 감사합니다.
영석 : (옆에 있던 시꺼멓게 그을린 주전자 내밀며) 드릴 거라곤 이거 밖에 없구려. 커피도 다 떨어졌어.
(웃으며) 따끈한 라면이나 배불리 먹어봤음 원이 없겠는데 ...
말없이 물을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는 정현.
저만치 강변 따라 선 나무들 밑동지에 바짝 붙여지어진 작은 움막 하나, 텐트 하나 눈에 들어오고.
시선 돌려보면 강 건너 멀리 드문드문 불 켜진 아파트 촌.
흐르는 강물에 떠오르는 해가 빨간 얼굴로 담긴다.
S#6. 텐트 안
다 떨어진 텐트 속에 등 돌리고 누워있는 정현과 노숙자.
노숙자는 연신 쿨럭쿨럭 기침을 해댄다.
영석 : 감방... 안 무서워?
정현 : (긴장해서) 감방...요?
영석 : 놀라는 걸 보니 내 짐작이 맞나보군. 괴롭히는 사람은 없구?
정현 : 네?
영석 : 차라리 감방에나 들어갈까봐...
정현 : ... (보면)
영석 : 거기 가면 밥도 주고 잠도 재워줄 텐데... 여긴 춥고 배고프구, 외롭구 (쿨럭쿨럭)
거긴 한방에 여러 명 있으니까... 서로 말도 할 거 아냐.
정현 : ....
영석 : (희망에 부풀어) 뭐가 좋겠수? 한 4,5년 살려면 어떡하면 돼?
정현 : ....
영석 : 죽을 때까지 살면 더 좋겠지만 말야... 그치? (슬프게 웃어보이는)
정현 : ...
영석 : 춥지 않우?
정현 : ...
영석 : 한번... 껴안아 봐두 되우?
정현 : ...? (보는데)
영석 : (덥석 정현을 껴안는다)
정현 : ... (순간 당혹감 드는데)
영석 : 아... 따뜻하다... 참 따뜻해... (눈물 글썽)
정현 : ...
찢어진 텐트 속으로 사정없이 불어오는 바람.
그 추위 속에 서글픈 미소를 머금고 푸-- 푸-- 잠이 드는 노숙자.
그의 품 안에서 한줄기 뜨거운 눈물 흘리는 정현의 모습에서 DISS-
S#7. 특실 (N)
창밖에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 오회장의 얼굴 위로 번쩍, 번개가 치고 ...
그 병상 옆에 앉아있던 수아, 불안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창가로 가서 선다.
마침내 외투 걸쳐 입고 뛰쳐나가는 수아
S#8. 병원 주차장 (N)
비를 맞으며 자신의 차 쪽으로 뛰어오는 수아, 차에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에서
S#9. 강변
강변에 와서 멎는 수아의 자동차. 이내, 차에서 내리는 수아 ....
세찬 비바람에 사정없이 휘어지는 무성한 잡풀들 그 사이를 비바람을 맞으며 헤매고 다니는 수아,
어디쯤 .... 어디쯤 정현이 떨어진 자리일까 .....애타는 심정으로 비를 맞으며 강물을 쳐다보는 수아
그 강물 위로 환한 햇살 속에서 웃던 정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지면서
수아 : .... 오빠 ....
미어지는 가슴으로 시선을 들면
다리 위에서 수직 낙하하는 정현이 보이고,
마치 그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듯 움찔 두 눈을 감는 수아 ....
그 눈 속을 파고드는 사무치게 생생한 기억들 ...
-1부 산장, 수아의 발을 두 손으로 감싸고 호호 불어주던 정현
-2부, 법정에서 끌려들어가며 나는 아니라고 절규하던 정현
-2부, 그린로즈 브로찌를 바라보며 천상의 사랑을 약속하던 수아와 정현
-3부, 물망초수예점, 상복을 입고 매몰차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하던 정현
-4부, 풍덩 물속으로 깊이깊이 가라앉고 있는 정현의 모습에서
수아 : .... 오빠 .... 너무 ... 보고 싶어!! ....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애끓는 오열을 토해내는 수아의 모습에서
(F. O)
S#10. 강 (아침)
물안개가 자욱한 강물 위로 비가 내리고 ....
S#11. 텐트 안 (아침)
잠이 깨는 정현.
자신을 감싸고 누운 노숙자의 품에서 빠져 나와 텐트 밖 내다보면, 비 들이치고 섬뜩 차가운 느낌에 물러앉는데,
그 시야에 들어오는 구석에 쌓여진 책 몇 권.
그중 한 권 가만히 들어보면 황동규의 연작시집 “풍장”이다, 넘겨보는데
영석 : (E)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정현 : (돌아보면)
영석 : (누운 채 가만히 시를 외우는)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전자시계는 가는 채로...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정현 : 시를 다 외우시네요 ...
영석 : 젊어 한때는 밥 먹듯 시를 줄즐 외고 살았지 ...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
정현 : 이런데 계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가 ...
영석 : (미소로) 어쩌다가?
정현 : 죄송합니다.
영석 : 글쎄, 운이 없었다고 하면 핑계고 ... 사연이야 길지 (콜록콜록)
정현 : 네에..
그의 모습 유심히 보는데 그때 들리는 노랫소리.
저만치 강을 쳐다보면 두 팔을 벌린 채 노래를 부르는 젊은 노숙자1
노숙자1 : 개울가에 노숙자 한 명이~
영석 : 어이구 지겨워, 저 놈의 노래 좀 안 듣고 살 수 없나
정현 : (노숙자1을 쳐다보면)
노숙자1 : (정현을 향해 웃어 보이고 율동까지 하며 노래를 부르는) 비틀비틀 지나가다~ 이 사람이 퍼억! 저 사람이 퍼억!
너덜너덜 사망자 됐네~
영석 : (노숙자1을 쳐다보며) 미친 놈... 저 노랫소리만 안들어도 살겠어. 콜록콜록 (자리에 누우면)
정현, “개울가에 노숙자 한명이~ ” 를 연이어서 계속 아이처럼 노래를 부르는 노숙자1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모습에서
S#12. 거리 (D)
한강 끝쯤으로 여겨지는 한산한 거리-
모퉁이를 돌아 모자하나 눌러쓰고 오다가 슬쩍 고개 들어보면
저 멀리에서 지나는 청년 둘을 불심검문하고 있는 경찰.
정현 멈칫하고 얼른 고개 숙이며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 틈으로 숨는다.
고개를 숙인 채 눈치를 살피다가 신호가 바뀐 듯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하자
정현도 사람들 틈에 섞여 움직이는데 몇 걸음 걷다가 슬쩍 고개 들어보면 길 건너에도 경찰들이 서있다.
정현, 반쯤 건너다가 방향을 돌려 건너오는 사람들 틈에 섞여 되돌아온다.
S#13. 다른 거리 (D)
비교적 한산한 거리 한 귀퉁이에 수퍼마켓 하나 보인다.
먹을 것을 훔칠 생각인 정현 ... 다소 망설이다가 내처 마음 굳게 먹고 안으로 들어간다.
S#14. 수퍼 안 (D)
라면과 김치, 생수 등을 한 아름 안고 가서 나이 든 주인 앞에 쏟아놓으면
주인이 느린 손동작으로 그것들을 비닐봉투에 넣으며 계산기 두드린다.
정현 고개 숙인 채 비닐봉투를 내려다보고 있다, 불안하고 떨린다 ...
주인 : 전부... 만 이천...
하는데 정현이 비닐봉투를 휙 집어 들고 밖으로 달아난다.
주인이 “뭐여?” 허둥대며 뒤따라 나오는데
S#15. 수퍼 밖 (D)
주인 뛰쳐나오지만 정현은 벌써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주인, 정현의 뒤에다가 씩씩대며 소리소리 지른다.
주인 : 에라! 이 날도둑놈아! 그거 팔아 몇 푼 남는다고 도둑질이냐? 그거 먹고 배 터져서 뒈져버려라 이놈아!
정현, 벌써 저만치 달아나 모퉁이를 돌아 가버린다.
S#16. 수아의 사무실
이제 막, 두 팔 위에 수북이 자료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수아
퇴근 준비를 하던 소라, 깜짝 놀라 다가가서 수아의 두 팔에 놓인 자료를 나눠들면
수아 : 먼저 퇴근해 (자료를 놓고 자신의 책상에 앉으면)
소라 : (자료를 수아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걱정으로) 넌?
수아 : (자료를 하나 들추면서) 이거 다 정리하고
소라 : (자료를 덮으며) 일어나 그만
수아 : (담담하게) 아빠 간병하느라고 일이 밀렸어, 먼저 가
소라 : 내가 널 모르니? 너랑 열 살 때부터 같이 살았어. 사모님 돌아가시고 혼자 있는 너, 말동무하라고
고아였던 날 회장님께서 거두셨어. 그때부터 나, 니 언니야, 피붙이같은 언니라구!
수아 : (담담히) 걱정마 언니 ... 나 괜찮아 ...
소라 : 안 괜찮아! 너, 조금만 다쳐도 아프다고 엉엉 우는 애였어. 조금만 힘들어도 ‘힘들어 힘들어’ 입에 달고 사는 애였어.
외로우니까, 쳐다보라고, 관심 갖으라고 ...
수아 : (담담히) .... 이제 떼 쓸 사람이 없잖아... 아빠도 ... 오빠도 ...
소라 : 내가 있잖아, 차라리 나한테라도 풀어!
수아 : (담담히) .... 그럴께 ...
소라 : (안타까워) 수아야!
수아, 컴퓨터 모니터 쪽으로 시선 돌리고 일을 하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실제로 손가락에 힘이 다 빠진 듯
힘없이, 아주 힘없이 탁 ... 탁 ... 탁 ... 키보드를 두들기는 모습에서
S#17. 텐트 앞 (석양)
가스가 떨어졌는지 잘 불이 붙지 않는 작은 곤로의 스위치를 탁탁 켜대는 정현,
마침내 불이 붙으면 냄비의 뚜껑을 열고 라면의 봉지를 뜯으면서 텐트 안에 누워 잠든 영석에게
정현 : 라면이나 배불리 먹어봤음 원이 없겠다고 하셨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영석 : ....
정현 : 주무세요? 오늘은 기침도 안하시고 ... (혼잣말로) 깊이 잠드셨나보네
하다가 이상한 느낌. 천천히 돌아본다.
텐트 밖으로 나온 영석의 발. 미동도 없다.
얼른 다가가는 정현.
정현 : 아저씨...아저씨!
부르다 얼른 잡고 흔든다.
정현 : 아저씨, 아저씨...!!
느낌이 온 순간, 반사적으로 튕겨져 나온 정현의 몸 엉덩방아 찧고,
놀란 듯 숨 몰아쉬던 정현, 이윽고 눈물 솟아, 먼 시선 되고, 저 멀리 강물 붉게 물들고 있다. DISS-
그 강물 짙푸른 어둠 속에 잠겨오고, 강가에 앉아있던 정현 천천히 고개를 든다. 어떤 강한 느낌 같은 것.
다시 천천히 시선 돌려 텐트 쪽을 바라본다.
S#18. 텐트 안 (스카이라인)
이미 영석의 몸에 정현의 옷 입혀져 있고 영석의 옷을 주섬주섬 입는 정현. 그의 주머니 뒤지는데 뭔가 툭 떨어진다.
보면, 낡은 주민등록증 하나.
얼른 주워드는 정현.
옆에 꺼내놓았던 자신의 소지품 중에 누런 귀휴증 한 장을 꺼내 잠시 생각하다 영석이 입고 있는 옷 안주머니에 쑤셔넣는다.
S#19. 강가 (밤)
어두운 강을 향해 걸어가는 정현. 그의 어깨 위로 둘처맨 영석의 사체.
주변 살피며 걸어가 강가에 이른 정현. 천천히 영석을 내려놓는다.
정현 : 아저씨, 죄송해요 .... 언젠가는 ... 꼭 갚아드릴께요
영석의 사체를 강물 속으로 밀어넣는 정현.
풍덩!! 빠지는 사체에서
S#20. 강변 입구 (밤)
영석의 옷을 입고 모자 쓴 정현. 걸어나온다. 한순간 우뚝 멈춰 잠시 뒤돌아보고, 이 악물어 보는 정현. 다시 걸음 옮긴다.
뚜벅뚜벅. 그의 발걸음 점차 빨라지며 큰 길로 접어들고.
S#21. 거리 (밤)
모자 눌러쓰고 오는 정현.
깊이 눌러 쓴 모자 밑에 번뜩이는 정현의 눈. 뭔가를 찾는 듯 시선 분주하다.
일순, 그 시야에 들어오는 길 건너 다가오는 중년여인. 쇼핑백 들고 가방 들고 온다.
서서히 멈춰서는 정현.
유심히 보면 가방 틈 열려진 사이 지갑귀퉁이 비죽 나와있다.
얼른 길 건너는 정현.
중년 여인 따라가다 걷기 시작하는 정현. 자꾸만 주위 둘러본다. 가고 따라가고...
그러던 한순간 그 지갑을 향해 다가가는 정현의 손. 덜덜덜 떨린다. 그 손 다시 거둬들이고.
망설이는 정현, 결심, 다시 걷기 시작하다가 한순간 결국 지갑 빼들고 튄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가는 여인.
S#22. 으슥한 골목 (밤)
뛰어들어와 숨 몰아쉬는 정현. 골목 밖 잠시 내다보다 지갑 꺼내 돈 뺀다. 꽤 두툼한 부피.
손 떨린다. 평생 첨으로 정말 결행해버린 범죄, 그 느낌에서-
S#23. 거리 (밤)
급한 걸음으로 걷는 정현. 거리의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 서서히 뭉개지면서-
(F. O)
S#24. 병원 전경 (N)
S#25. 병원 로비 (N)
주위를 의식하며 빠르게 걸어 들어오는 정현
S#26. 복도 (N)
들어서는 정현, 벽에 걸린 게시판에서 오병무 회장이 몇호실인지 확인하고 서둘러 복도를 걸어간다,
그러다 문득 저만치 수술방이라는 푯말을 보고
S#27. 수술 방 (N)
텅 빈 수술 방으로 몰래 들어오는 정현. 수술실 벽에 걸려있는 녹색 수술복과 두건, 마스크를 훔쳐 들고
S#28. 병원 복도 (N)
수술복에 가운,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특실을 향해 걷는 정현
저만치서 정현이 쪽으로 다가오는 현태와 소라
소라 : 자주자주 들려주세요, 지금 수아가 의지할 사람은 신이사님 밖에 없어요
현태 : (미소) ...
정현 : (현태와 소라를 쳐다보며 태연히 걷는) ...
현태 : (정현을 힐끔 쳐다보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걷는)
현태와 소라를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정현의 모습에서
S#29. 특실 앞 (N)
〈오병무〉라는 이름이 씌여져 있는 특실 앞
천천히 다가오는 정현, 유리창 넘어 여자 간호사 한 명과 오회장의 온 몸을 맛사지하고 있는 수아의 모습이 보인다.
가슴이 미어지는 정현
S#30. 특실 안 (N)
정현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함을 잊으려는 듯 온 힘을 다해 오회장의 다리를 맛하지하는 수아, 그러다 문득 돌아서는 순간,
창 밖, 수술복 차림의 정현을 무심코 쳐다본다.
뜨끔 놀란 정현, 이내 몸을 숨기면
수아, 무심하게 오회장의 다리를 다시 맛사지한다
S#31. 특실 밖 (N)
창문을 옆에 두고 차마 다시 들여다보지 못하고 서있는 정현, 가슴이 미어지고 끊어질 듯 아프다.
창문 안의 수아와 창문 밖의 정현이 한 프레임이 잡히면서
정현 : (마음의 소리) 수아야 ... 앞으로 내가 견뎌야할 세월이 죽는 것보다 더 어렵겠지만 네가 살아있는 한, 나는 이겨낼 거다!
이겨내서 반드시 널 다시 찾아 올 거야 ...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견뎌다오 ...
천천히 몸을 돌리는 정현의 모습에서
S#32. 검찰청 전경 (D)
요란한 전화벨 울리고
S#33. 검찰청 수사과 (D)
조수사관이 전화 받고 있다.
조수사관 : 뭐야?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그걸 왜 인제 보고해? (신경질적으로 수화기 꽝 놓는데)
김수사관 : 뭡니까?
조수사관 : 이정현이 화장됐대!
김수사관 : 뭐에요?
조수사관 : 가보자구!
하며 일어나 윗옷 걸치고 나가면 뒤따르는 김수사관.
S#34. 시체처리소 (D)
정현의 것으로 여겨지는, 오랫동안을 물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잔뜩 부패되어진 옷가지(정현이 투신할 때 입었던)와
겨우 분별이 가능한 귀휴증 등의 유품들이 상자에 담겨져 있고 사체처리기록의 과정들이 적힌 기록지가 놓여있다.
조수사관 : (흥분하며) 당신 TV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봤어? 이정현이가 한강에 투신한걸 TV하고 신문에서 난리들을 쳤었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처 리해?
직원1 : (오히려 짜증스레) 이 사람이 이정현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죠.
저희한테 인계되었을 땐 이미 사체가 부식될 대로 부식되어 있었고...
김수사관 : (언성을 높여) SR전자 오회장을 살해하려다가 수감되어 탈주했던 이정현이라니까?
직원1 : 글쎄 낸들 그걸 어떻게 압니까? 하루에도 몇 사람씩 무연고자 사체가 넘어 오는데
내가 어떻게 일일이 이 사람들 신상에 대해 조사를 하냐고?
조수사관 : 근데 당신 알구 나한테 연락한 거 아냐?
직원1 : 뒤늦게 유류품 조사하다 보니깐 이게 나와서 (내밀고)
조수사관 : (얼른 뺏어보고) 귀휴증... 이봐 당신들 정말... 사체를 이렇게 쉽게 처리해도 되는 거야? 아무리 무연고자라도 그렇지,
법적 처리 기간 있고, 관활 구청 사회복지과 담당 있을테고, 해당 병원 있을테고 검사 확인서도 필요한데
이런 거 다 무시되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처리 해도 되는 거야?
직원2 : 그런 조사나 서류 작성은 당신들이 하는 거고 우린 그냥 서류 넘어 왔으니까 화장한 거 아냐?
따질 거 있으면 당신이 말한 그쪽들에 가서 따져!
조수사관 : 야 이 자식아! (밀쳐버리고 옷 벗는데)
직원2 : 쳐? 당신 지금 나 친거야?
조수사관 : 그래 왜?
김수사관 : 선배님! (뜯어말리고)
S#35. 동 앞 주차장 (D)
점퍼 들고 씩씩대며 걸어나오는 조수사관.
따라나오는 김수사관. 손에 유류품 등 싸서 들도 잠시 서 있다가
김수사관 : 정말 어이가 없긴 없네. 근데... 그보다 이거 확실한 건가? 이정현이 사체가 확실한지 알 수가 있나 이거.
조수사관 : 그걸 어떻게 알아? 지들 멋대루 화장을 해버렸으니.
김수사관 : 어쨌든 이 옷하고 귀휴증까지 나왔으니 아니랄 수도 없잖습니까?
조수사관 : 이거 담당이 어느 구청이야? 사회복지과로 가!
김수사관 : (만류하는) 에이- 선배님, 가시면 뭐합니까?
짚차로 옮겨가는 조수사관.
뒤따르는 김수사관.
S#36. 검찰청 기자실 (D)
신문방송 기자들이 속속 검찰청 기자실로 들어가고
S#37. 오검사의 방 (D)
기자들 앞에서 발표할 보고서를 작성해서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오검사, 때마침 들어오는 조수사관과 김수사관
조수사관 : 기자회견 취소하십시오
오검사 : 뭐요?
조수사관 : 이정현이 아닐 확률도 전혀 무시할 순 없겠습니다. 시체처리소 직원 말에 의하면 시체의 부패정도가 아주 심했답니다.
여름도 아닌데 투신 일주일만에 그렇게 부패된다는 건 웬지...
오검사 : (O.L)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조수사관 : 시체 부패 정도에 비해 귀휴허가증은 육안으로 읽을 정도였다는 겁니다. 뭔가 아구가 맞지를 않아요.
오검사 : 누구 물 먹일 일 있어? 이미 언론에서 알고 저 난린데 이제와서 아니라고 해봐
조수사관 : 이정현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실제 이정현이 검거라도 되면 그 뒷감당을 어쩌시렵니까?
오검사 : (딴은 그렇다, 찜찜하기도 해서 김수사관에게) 자네 생각도 같애?
김수사관 : (조수사관의 눈치를 보며) 매일매일 무연고 시체를 처리하는 사람의 기억이다 보니 정확하달 수는 없죠
오검사 : (조수사관에게) 들었지? 정확할 리가 없다잖아!
김수사관 : (조수사관에게 미안해지고) ...
오검사 : (조수사관에게) 난 자네 말 안 들었어, 못 들은 거야.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오검사.
조수사관의 눈치를 보며 얼른 나가버리는 김수사관
근심 어린 표정의 조수사관의 얼굴에서
S#38. 특실
의식 없는 오회장의 손을 꼭 쥔 채 망연히 내려다보고 있는 수아
소라 : (E) 어머나, 수아야!
수아 : (돌아보면)
소라 : 빨리 와봐, 빨리!
수아 : (소라 옆으로 가면)
소라 : (TV의 볼륨을 높인다)
TV 모니터- 아나운서의 모습 위로, 정현의 얼굴이 보이면서
아나운서 : 지난 00일 한강에 투신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탈주범 이정현씨가 투신, 일주일만에 사체로 발견되어
이미 화장처리 되었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통상 무연고 사체가 발견될 경우, 법적으로는 최소한 60일 이상의 기간과
최소 2회 이상의 신문 공고를 거쳐야합니다. 그럼에도 법적인 변사처리 과정도 거치지 않고, 검사의 매장허가도 없이
사체가 화장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검찰은 00구청 사회복지과 직원 000개씨를
사체유기로 구속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얗게 질려가는 수아.
아나운서의 멘트 서서히 작아지면서
TV모니터- 오검사를 비롯한 수사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정현의 유품을 앞에 놓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여지고 있다.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절망감으로 쓰러지는 수아.
소라 : (얼른 다가가 부축하며) 수아야! 수아야! 수아야-! (비명 길게)
수아 : (의식 없는) ....
“여기요!!” 외치며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는 소라
S#39. 복도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다급하게 뛰쳐가는 소라
소라 : 사람이 쓰려졌어요, 빨리요, 빨리요!
간호사1 : (E) 유현종 선생님, 지금 바로 505호 특실로 와주세요,
간호사2와 소라, 특실로 뛰쳐들어가고
S#40. 특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수아
간호사2, 뛰어들어와 눈이 풀렸는지 확인하고 코에 손을 대보고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데
뛰어 들어오는 의사, 심장맛사지기를 들고 따라들어오는 간호사1
간호사2 : 펄스(맥박)도 없고, 퓨필(동공)도 풀렸어요
의사 : (간호사1에게서 심장 맛사지기 받아 5번 심장 맛사지를 하고) ...
간호사2 : (인공 호흡 2번하고)
소라 : (불안하게 종종대는)
수아 : (푸-- 숨을 내품으면)
의사 : 스트레치카 준비해!
뛰어 나가는 간호사1
S#41. 복도
스트레치카를 밀며 긴박하게 특실로 뛰어오는 간호사1, 간호사3
S#42. 특실
의사와 남자 간호사1. 2, 3에 의해 스트레치카에 실려지는 수아
S#43. 복도
의료진들에 의해 스트레치카에 실려서 다급하게 옮겨지는 수아
울면서 수아의 옆을 따라가는 소라
S#44. SR전자 휴게실
TV를 지켜보고 있는 직원들.
그들 틈에서 놀라는 얼굴의 동욱.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한구석으로 가서 벽에 기대어 얼굴을 묻고 애써 복받치는 것을 참아내며
동욱 : 정현아... 정현아!
S#45. 서전무실
뛰어들어오는 여비서
여비서 : 전무님! 전무님!
서전무 : ...?
여비서 : 주... 죽었대요, 이정현이 시체가 발견됐대요.
서전무 : ...!!
S#46. 휴게실
걸어오던 현태. TV를 지켜보고 있는 직원들 등뒤에 걸음 서서히 멈춰지는데
아나운서 : (E)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SR전자 오회장의 살해를 기도했던 탈주 범 이정현의 사체가 실종 3일만에 발견되어
화장처리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47. 다른 특실
병상으로 옮겨지는 수아.
간호사1, 수액을 병상 위에 걸면
의사, 수아의 팔목에 주사를 놓으며
의사 : (간호사1에게) 나쟐프롱(Nasalprong, 콧줄)으로 3리터 쯤 산소주고 BP, 펄스(Pulse) 상태 괜찮은지 계속 체크하세요
소라 : 우리 수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선생님?
의사 : (끄덕이며) 괜찮아요,
소라 : 정말이죠? 정말이죠?
의식을 잃은 채, 두 눈을 감고 있는 수아의 모습에서
(시간경과)
뚝뚝 떨어지는 링겔 방울.
두 눈을 감은 채 침상 위에 누워있는 수아.
그 옆에 서서, 안타까운 얼굴로 수아를 쳐다보는 소라
S#48. 00항 전경
여객선들, 화물선들-
S#49. 터미널 대합실
여행을 떠나고 오는 사람들로 분주한 터미널
보따리장수들,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S#50. 남자 화장실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아빠
이내 옆 칸에서 나와 거울 앞에 서는 가방을 들쳐 맨 남자의 뒷모습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 다부진 체격의 남자에게서 카메라, 거울을 비추면 정현이다! 눈빛이 과거의 정현이 아니다!
승냥이처럼 번뜩이는 눈으로 거울 속 자신을 쏘아보는 모습에서
S#51. 화물선 선착장
머리를 맞대고 늘어선 크고 작은 배들- 뱃고동 소리와 여객선들과 어선들을 뒤로 하고 대형 콘테이너 박스들이 옮겨지고 있고
정현, 산적되어 있는 화물선 선착장을 지나쳐 손에 메모지를 들고 콘테이너박스로 꾸며진 크고 작은 창고들을 살펴보며 가다
한곳에 멈추고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S#52. 창고 안
한 사내와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는 정현.
정현이 준비된 돈을 꺼내주고, 사내는 돈과 정현을 번갈아보고....
S#53. 화물선 앞
앞씬의 사내를 따라 온 정현.
사내는 또 다른 사내와 은밀한 얘기를 나누더니 다시 돈이 건네지고,
다른 사내는 정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앞서 배에 오른다.
아까의 사내는 정현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 주고 지나쳐 가고
정현은 다른 사내의 뒤를 따라 조심스레 배에 오른다.
S#54. 화물선, 기관실
사내가 기관실 바닥 아래 판자를 열면, 파이프가 얽혀있는 좁은 공간이 나온다.
기관실 선장실 바닥 판자를 열고 그 안에 눕는 정현.
S#55. 화물선 안
관복을 입은 세관원과 해경들이 승무원들의 명단을 살피며 일일이 대조해보고 화물선 안 이곳저곳을 수색한다.
기관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세관원과 해경들.
S#56. 기관실 안
세관원과 해경들 들어와 이곳저곳을 검사하다가 뚜껑을 막아놓은 물건들을 살핀다.
아주 가는 빛이 들어오는 판자 아래 누워있는 정현. 숨 막히는...
그 위로 걸어가는 발자국... 별 문제 없다는 듯 나가는 세관원들과 해경들.
정현, 눈감고... 한숨.
그 위로, 웅장한 뱃고동 소리 울리고------
S#57. 바다
망망대해를 향해 떠나는 배...
S#58. 다른 특실
링거 병에서 카메라 빠지면,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수아, 핏기 없는 얼굴에 멍한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걱정스레 내려다보고 있는 소라와 현태, 그 옆의 의사
소라 : 수아야!
수아 : ....
소라 : 내 말 들려? 대답 좀 해봐, 응?
수아 : ....
소라 : (의사에게) 벌써 며칠째 한 마디도 안해요, 정말 괜찮을까요?
의사 : 쇼크가 워낙 커서 일시적인 실어증 증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소라 : (놀래서) 실어증요?
의사 : 시티 촬영 결과 별 이상 없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곧 회복되실 거예요
말없이 수아를 쳐다보는 현태
멍 --- 넋이 나간 수아의 모습에서
S#59. 병원 앞
표정 없이 걸어 나오는 현태, 그 앞에 다가와 차서면 잠시 병원을 돌아다보고 차에 올라탄다.
이내 출발하는 차
S#60. 증권회사 안
상한가 하한가를 알리는 커다란 전광판이 불 밝히고 있다.
상담을 받고 투자를 하는 증권회사 안의 분주한 풍경
현태, 지점장실로 향한다.
S#61. 지점장실
현태와 마주앉은 지점장
현태 : (통장을 내밀며) SR전자 주를 매입해주게
지점장 : (보고) 제3자 명의로...? 이렇게 많이?
현태 : 그 정도 액수에 놀라다니 자네답지 않구만. 다음달이면 중국에서 00라는 상품이 출시될 거야.
이번 주 중에 중국 증권가에 공시될 수도 있구.
지점장 : 그럼...?
현태 : 당분간은 SR전자 주가가 연일 하한가를 치게 될 거야. 그러나 머지않아 SR전자 주식이 다시 상종가로 돌아설 걸세.
지점장 : ...?
현태 : 같이 벌어서 같이 쓰잔 얘기야.
지점장 : OK! my friend! (손 내밀면)
현태 : (악수하며) 흔적 남지않게, 절대 보안유지, 알지?
지점장 : Don't worry!
웃으며 지점장과 악수를 나누는 현태의 모습에서
S#62. 바다 위 (해질 무렵)
붉게 물든 광활한 하늘. 광활한 바다...
정현이 탄 밀항선 가고 있다.
S#63. 밀항선 (기관실 혹은 창고 같은 곳) (밤)
기관실을 향해 가는 덩치 크고 거칠어 보이는 선장의 뒷모습.
기관실 문 여는 손.
기관실 안으로 들어간 선장, 갑판 밑바닥의 뚜껑을 열면,
시체처럼 누워있는 정현.
선장, 무뚝뚝하게 짐짝 들어내듯 정현 상체 일으켜 세우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는 정현.
S#64. 갑판 위 (밤)
비칠비칠 기어 나오던 정현, 갑판 난간에 기대어 구토를 한다.
그러다 고개 치켜들면, 그 시야에 망망대해 바다위로 해가 지고 있다. DISS
파랗게 어두워지는 바다, 멀리가고 있는 어선 한 척. DISS
캄캄한 밤바다 배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는 정현의 시야로 멀리보이는 대련항의 불빛-
S#65. 대련항 (밤)
서서히 정박하는 배.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선착장에 닿는다.
선장 먼저 내려 주위 둘러보고 손짓하면 정현 배에서 내린다.
완전히 기진한 듯 비칠비칠 내린 정현, 서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곤 발길을 옮긴다.
S#66. 포구 (밤)
정박된 배들 사이로 걸어오는 정현.
불다 꺼진 을씨년스런 부둣가. 멀리 불 켜진 식당 하나 보인다.
다가가는 정현.
S#67. 식당 안 (밤)
추위에 덜덜 떨며 뜨거운 국물을 후룩후룩 마시는 정현. 바닥까지 다 비우고 일어서서 돈 계산 하고 나선다.
구석진 곳에 앉아 그런 정현을 유심히 보는 사내 하나.
S#68. 다른 특실 (N)
여전히 핏기 없는 얼굴로 병상에 누워있는 수아.
그런 수아 옆에 앉아, 죽을 떠먹이려고 애쓰는 소라
그 옆에 서있는 현태
소라 : 너 좋아하는 전복죽이야, 신이사님이 사오셨어
현태 : 한술만 좀 떠볼래요?
수아 : .....
현태 : 한 숟갈이라도 뜨는 걸 봐야 저 돌아가요
소라 : 따끈따끈해서 먹기 좋아, 어서, 응?
수아 : .....
현태 : (굳어지는) ....
미안해서 현태를 올려다보는 소라의 얼굴에서
S#69. 달리는 차안
운전중인 현태,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에서
S#70. 병실
숟갈로 죽을 떠서 수아의 입에 먹이려고 애쓰는 소라
수아 : (정말 먹기 싫다, 찡그리면) ....
소라 : (숟갈을 들이밀며) 수아야, 제바알 ...
수아 : (입 다문 채) ....
소라 : (할수 없이 죽그릇 속에 숟갈을 꽂으며) 식기 전에 들고 오느라고 얼마나 애썼겠니?
내키지 않아도 그 마음 생각해서 한숟갈 뜨면 안돼?
수아 : .....
소라 : 딴 남자 마음에 품었다 초죽음이 된 여자한테 따끈따끈한 죽 갖다주는 남자 심정 ... 난 예사롭게 안보인다 수아야 ...
수아 : ....
소라 : 신이사, 회장님이 네 짝으로 지목하신 남자야. 무조건 밀어내지 말고 쳐다보면 안될까?
수아 : ....
소라 : (수아의 머리칼을 귀뒤로 쓸어넘겨주며) 그럼 우리 수아 더 빨리 기운차릴 수 있을텐데 ...
수아 : ....
S#71. 거리(밤)
걸어오는 정현. 이리저리 살피며 온다.
그 시야에 들어오는 폐건물 하나.
S#72. 폐건물 (밤_아침)
창문이 있었을 법한 뚫린 골조물 사이로 비치는 달빛에, 가방 베고 누워 웅크리고 자는 정현.
조심스레 다가가는 사내의 하반신.
(시간경과)
정현의 얼굴에 내리쬐는 아침햇살.
정현, 눈이 부신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잠에서 깬다.
깨어보니 사라진 가방.
S#73. 폐건물 앞길 (아침)
뛰어 나오는 정현, 사방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길. 참담한 정현.
S#74. 다른 특실 안 (아침)
몹시도 초췌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있는 수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그 모습 위로
정현 : (E) 수아야, 그린로즈 생각나니?
S#75. 2부 씬76. 쥬얼리샵 (회상)
럭셔리한 가게, 진열장에 영롱하게 빛나는 그린로즈
그것을 쳐다보는 수아, 그 옆의 정현
수아 : 이쁘다 ...
정현 : 그린로즈네 ...
수아 : 그린로즈?
정현 :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하얀꽃들은 다 있는데 왜 초록색 장미꽃만 없는 지 알아?
수아 : 정말 ... 왜 없어?
정현 : 그린로즈는 지상에 없는 천상의 꽃이기 때문이래. 천상에만 있는 고귀한 사랑을 뜻하는 거지
수아 : 천상의 ... 사랑?
S#76. 1부, 산등성 (회상)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 산속을 수아를 업고 가는 정현의 모습위로
정현 : (E) 우리 그린로즈 앞에서 맹세했었지?
S# 77. 바닷가 (1부, 회상)
바닷가에 서서 애틋하고 아름답게 입을 맞추는 수아와 정현
정현 : (E) 지상에는 존재하기 힘든 ... 천상에만 있을 법한 고귀한 사랑을 나누자고
S#78. 물망초 수예점 (3부 회상)
검은 상복을 입고, 회장님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정현의 모습위로
정현 : (E) 그렇게 약속해놓고 내가 널 떠나려했구나
S#79. 산언덕 ( 1부 씬20, 회상)
수아를 등에 업고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쳐다보는 정현 ...
정현 : (E) 이제 다시는 널 떠나지 않을께. 영원히 버팀목이 되어 널 지켜줄게
S#80. 다른 특실 (현재)
그렁한 눈물로 병상에 누워있던 수아,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 모습에서,
S#81. 몽타주 (D)
-다른 특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초췌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얼굴을 보는 수아
마침내 수돗물을 틀어 거칠게 세수를 하는 모습에서
-오회장의 특실
수염이 덥수룩한 오회장의 얼굴을 정성껏 면도해주는 수아
S#82. 특실
말끔해진 오회장,
출근준비를 마친 수아, 오회장의 손을 잡고
수아 : 아빠. 저 출근해요...이제부터 아빠하고 ... 회사만 생각할께요, 도와 주실거죠? 어서 일어나서 제 손 잡아주실거죠?
그렁해지는 눈물을 입술 깨물며 다부지게 참는 수아의 모습에서
S#83. SR 전자 로비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하려는 듯 로비로 걸어들어오는 수아
그 뒤에서 수아를 안쓰러운 얼굴로 쳐다보며 따라오는 소라
S#84. 해외사업본부장실
책상에 앉아서 결재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현태
똑똑 노크소리 나고 들어오는 수아
현태 : (깜짝 놀라 일어나며) 출근하셨군요
수아 : 죄송해요, 너무 오랫동안 회사를 비워뒀어요
현태 : (소파로 다가와 앉으며) 별 말씀을요, 몸은 좀 어때요?
수아 : (앉으며, 애써 미소로) 괜찮아요 ... 그보다 주주들 원성이 자자하죠?
현태 : 실은 임시주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예요. 새 경영진 인선도 해야하구요 ....
수아 :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알려주세요
현태 : (보는)
결의에 찬 수아의 모습에서
S#85. 길 (낮)
포구를 등지고 걸어나온 정현, 걷는다. 점차 시가지로 접어드는.
S#86. 호텔앞 거리 (낮)
거리에 소란하게 넘치는 낯선 말들. 낯선 풍경들.
정현, 사방 둘러보며 오다 어느 건물(호텔)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S#87. 고급 호텔 (낮)
남루한 차림으로 무작정 고급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정현.
로비에 비치되어 있는 관광 안내전단을 몇 개 집어 펼쳐본다.
거기 한쪽에 그려진 중국지도.
지도 가운데, “대련항”과 상당한 거리의 “上海” 사이를 훑으면서 깊게 DISS되면-.
S#88. 거리 (낮)
고속도로변 쌩쌩 달리는 차들.
그 긴 도로를 걷고 또 걷는 정현, 먼지로 뒤덮여 시커멓고 거뭇해진 정현, 손 흔들어 보지만 그대로 씽씽 지나치는 차들.
S#89. 고속도로 근처 (낮)
걸어오던 정현, 지친 듯 주저앉는다.
주머니에서 지도 꺼내보며 방향을 가늠한 뒤 고개를 드는데 멀리 길 옆에 세워진 트럭 한대.
운전사 차가 고장 난 듯 수리하고 있다.
얼른 짐칸에 올라와 몸을 숨기는.
S#90. 고속도로 (석양)
달려가는 트럭. 짐칸의 정현, 시야로 스치는 교통 표지판 보이자 지도를 다시 꺼내본다.
그러다 일순 벌떡 일어나는 정현, 당황하는.
S#91. 교차로 (석양)
신호대기에 막혀서는 트럭.
뒷 칸에서 얼른 뛰어내리는 정현, 반대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한다.
S#92. 길 (스카이라인)
어두워지고 있다. 걷기 힘들어 보이는 정현.
S#93. 길 (밤)
힘들게 걸음을 떼면 정현,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길 옆 산 쪽을 향해 걸음 옮기고.
S#94. 산속 (밤)
나무 더미사이 오목한 곳에 나뭇잎을 긁어모아 몸을 덮고 잠을 청하는 정현
그 시야로 뜬 별이 총총한 하늘.
지친 듯 눈을 내리 감는 정현, 몸을 가늘게 떤다.
S#95. 특실 (밤)
오회장의 옆에 앉아 인사기록카드를 읽고 있는 수아
이내 분홍 보자기에 싼 자료를 들고 들어오는 소라
소라 : (탁자위에 자료를 올려놓고 보자기를 풀면서) 자, 재무재표!
인사기록 카드 숙지하기도 버거울텐데, 이 많은 걸 언제 다 볼래?
수아 : (다가오며) 이제 곧 주총이 열릴텐데 ... 회사 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소라 : (기특해서) 고맙다 수아야
수아 : (보면)
소라 : 그저 맥놓고 있지 않고 일하겠다고 나서니 내가 다 고맙다
엷은 미소로 자료를 들춰보는 수아의 모습에서
S#96. 회장실 (D)
“(주)SR 전자 대표이사 회장 오병무”라는 명패가 놓여진 책상
그 명패 언저리를 톡톡 두드리는 손가락에서 카메라 빠지면 서전무다.
책상주위를 빙 돌아 오회장의 커다란 회전의자를 빙그르르 돌려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서전무
S#97. 들판 (낮에서 석양)
걷고 또 걷는 정현. 눈앞은 풀포기 간간히 있는 끝없는 사막일 뿐이다,
걷고 또 걷고... 목이 마르다. 갈증에, 침을 모아 삼켜보지만...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목을 움켜쥐고 비틀비틀 걸으면 점점 어두워지는 사위...주위를 둘러보다가 몇 포기 풀을 뽑아 입에 우겨넣는다.
그래도 가시지 않는 갈증, 허기.
S#98. 사막 (스카이라인)
칠흑같이 어두운 벌판에 모래바람이 인다.
그 바람 거슬러 걷는 정현. 오목한 지형을 찾아 몸을 웅크리는 정현. DISS-
S#99. 길 (아침)
지친 걸음 옮기는 정현, 오한에 몸을 떤다. 입술 퍼렇게 질려있고, 송글 맺힌 땀.
목이 타는 듯 자꾸만 입을 다시는 정현.
비칠비칠 걸음 옮기던 정현, 한순간 이윽고 쓰러진다.
그 시야에 빙글빙글 도는 하늘. 먹구름 몰려 들러서 비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친 듯 입을 벌리고 그 물을 마시던 정현, 길 옆 웅덩이에 물이 고인 것을 보고 몸을 굴려 그 물을 핥듯 마셔댄다.
그 처절한 생존에의 갈구.
S#100. ○○역 (낮)
걸어 들어오는 정현, 역에 쓰여진 열차시간표 본다.
거기 상해행 열차시간 보는.
S#101. 역구내 (낮)
은밀한 곳으로 몰래 들어가는 정현, 서있는 열차를 향해 다가가고
S#102. 철길 (낮_석양)
달리는 열차
S#103. 기차 안 (밤)
철컹 철컹...달리는 기차.
가득 메운 사람들로 발 딛을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3등 칸.
기차 계단참에 걸터앉은 시커매진 정현, ‘대련항’에서부터 ‘상해’까지 쭈욱 표시된 지도를 들여다본다.
이제 상해에 도착하려면 얼마 남지 않았다.
달리는 바깥 풍경을 보며 다문 입술에 힘을 주는 정현.
S#104. SR전자 전경 (D)
S#105. 해외사업본부장실
현태 일하고 있는데
똑똑 노크소리 나고 들어오는 수아
현태 : (반갑게) 어서오세요
수아 : (앉으며)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요
현태 : (수아 앞에 앉는다)
수아 : 아빠가 깨어나실 때까지 누군가 아빨 대신해서 회사를 이끌어주셔야할텐데 ...
아무래도 신이사님이 맡아주시는게 제일 나을 듯 싶어요.
현태 : ...
수아 : 그동안 전 신이사님 밑에서 경영 수업 열심히 받을께요
현태 : 말씀은 고맙지만, 전 아직 그럴 재목이 못됍니다. 경륜도 짧은데다 경험도 일천하구요
수아 : ....
현태 : 저보다는 훨씬 경험도 풍부하시고 덕망 높은 분을 선임하셔야죠
수아 : 아빠가 가장 믿으셨던 분이 신이사님이셨어요
현태 : 과분한 믿음이셨습니다
수아 : 신이사님 말고 이 위기상황을 극복해내실 분이 또 있을까요?
현태 : 있습니다, 있구말구요
S#106. 감사실
‘감사실장 민정호’라는 명패가 놓인 책상에 앉아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고 있는 민감사,
그 앞에 서있는 직원1
민감사 : (안경을 치켜 올리며) 지난달하고 이번 달하고 지출이 왜 0.5 퍼센트나 차이나나?
직원 : (짜증이나 죽겠지만) 달리 더 쓴 건 없는데요
민감사 : 올해 들어 1월부터 현재까지 작년대비, 전 부서의 지출이 매달 0.2퍼센트 가량 늘고있어, 그 원인이 뭔가?
직원 : 죄송합니다
민감사 : 말로만 그러지말고, 철두철미하게 원인을 분석해서 자구책을 모색해얄 거 아닌가?
아, 그리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결재서류에 이게 뭔가? (서류를 들이밀며) 볼펜똥이 묻었잖아, 볼펜똥이
직원 : 죄송합니다, (허리를 숙이고 아웃되는)
이내, 직원과 교차돼서 들어오는 현태
벌떡 일어나서 현태를 맞이하는 민감사
민감사 : 어이쿠, 신이사께서 이 유배지까지 어쩐 일이신가?
현태 : 부탁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민감사 : 앉으시게, 앉아 (자리에 앉으며/ 전화기 부저를 누르고) 미스 김양아 (현태에게) 쌍화차, 율무차, 두충차, 말만 하시게
현태 : (마주 앉으며) 됐습니다.
민감사 : (전화 부저기 누르고) 미스 김양아 됐다.
현태 : 민감사님처럼 성실하고 애사심이 뛰어나신 분이 허울뿐인 감사실에 붙박혀 계시다니 .. 말이 아니죠
민감사 : (현태의 눈치를 스윽 살피며) 나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
현태 : (O.L)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장님을 하셔도 손색이 없으실 이력이신데요
민감사 : 사사사사장?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돼서) 그게 무슨 ..
현태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민감사 : ?
현태 : (웃으며) 손가락이라도 걸어야 알아들으시겠습니까?
민감사 : (와락 현태의 손을 거머쥐며) 이 은혜 백골난망일세!
여유만만 웃으며 민감사를 쳐다보는 현태의 모습에서
S#107. 상해 역사 전경 (낮)
S#108. 상해역사 안 (새벽)
정차된 기차에서 내린 정현, 출구로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많은 철길을 비칠거리며 넘고 또 넘어간다.
정현의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지도.
호루라기를 삑! 불며 정현을 쫓는 역무원.
반대편으로 도망가는 정현.
S#109. 상해거리 (새벽)
걸어오는 정현,
음식점 즐비한 골목이 보이자, 그 쪽으로 들어간다.
S#110. 식당 뒷길 (새벽)
후미진 뒷골목. 부랑자같은 모습으로 기운 잃고 헤매는 정현.
쓰레기통들을 기웃거리고.
S#111. 식당 뒷길 (새벽)
후미진 뒷골목. 부랑자같은 모습으로 기운 잃고 헤매던 정현. 커다란 원통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도시락 용기를 본다.
달려가 그 안을 헤집고 먹을 것을 찾는 정현.
손으로 집어 입안으로 밀어넣는 정현.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가 어느 순간 개 한 마리가 도시락 남은 걸 먹고 있음을 본다.
정현, 그러나 씹는 걸 그만 둘 수가 없다.
개에 시선 꽂힌 채 꾹꾹 씹어 삼키는 정현, 목이 메이는 듯 토악질을 하다 다시 먹는다.
한참을 먹다 그대로 벽에 몸을 붙인 채 누워버리는 정현, 그 곁을 사람들 발길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몇 차례의 시간 경과...
낮에서 저녁을 거쳐 밤이 되도록 마치 시체라도 된 듯 깊고 깊은 잠속에 빠져있는 그.
카메라 조용히 다가가면, 가늘게 경련하고 있는 눈까풀에서
S#112. 비젼 (꿈)
누군가 달려가고 있다. 그 뒤를 쫓는 정현. 있는 힘껏 도망쳐가는 사람의 형체. 누구인지 정확히 보여지지 않는다.
그 형체 화면 앞으로 빠르게 달려오다 사라지면 숨가쁘게 쫓아오다 멈추는 정현. 이리저리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빈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정현. 그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눈물.
S#113. 거리공원 (새벽)
악몽에서 시달리는 그의 얼굴에서 카메라 조용히 빠지면 짙푸른 새벽.
정현의 시선으로 그의 주위에 몇몇 부랑아들의 잠든 모습이 보이고 새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 모습 위로 서서히 동이 터오고.
S#114. 외탄 황포강가 (아침)
외탄, 산책로를 걸어와 난간에 기대서는 정현. 강물을 바라본다.
어른어른 거리는 그 강물위로 수아의 얼굴이 환영처럼 떠오르고....
수아의 얼굴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정현모(명숙)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현 : (E) ...어머니...
이어 떠오르는 수아의 얼굴.
정현 : 수아야...
S#115. SR전자 앞 (아침)
수아의 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기다렸다가, 다가와 문을 열어주는 경비들
내리는 수아, 사옥 안으로 들어가면
수아를 보좌하며 뒤따르는 소라 (역시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
S#116. 수아 사무실
수아, 이제 막 외투를 벗는데, 노크소리 들린다.
수아 : 네.
현태 서류 한손에 들고 미소 띤 얼굴로 들어선다.
현태 : 컨디션 어때요?
수아 : (미소로) ... 좋아요
현태 : 다행이네요, 이제 준비한대로만 하면 돼요
수아 : 네
현태 : (부드럽게) 가시죠
S#117. 대회의실
주주들, 삼삼오오 모여서서 쑤군쑤군 웅성이는데
문 열리고, 들어와 자리에 앉는 서전무, 현태, 수아. 민감사.
수아, 결심을 한 듯 긴장된 마음으로 주주들을 쳐다본다.
S#118. 동, 시간경과
서전무 : 회장님의 부재로 인한 SR전자의 경영 누수 현상은 저희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주주1 : 그러니까 공백을 메울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 한 거 아닙니까?
주주2 :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SR전자가 도산될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어요!
주주3 : 오회장님이 저리 되신 지금 SR전자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오회장님의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방안을 말해보란 말이요!
일제히 거세게 항의하는 주주들.
문득 벌떡 일어나는 수아
수아 : (단호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회장님께선 SR전자의 회장님이십니다. 회장님께선 아직도 살아계십니다!
주주들 조용해지면서.
수아 : 회장님께서는 반드시 회복하셔서 여러분 앞에 다시 나타나실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변함없이 SR전자를 이끌어 가실 겁니다.
주주들 낮은 기침하며 숙연해지고
수아 : 최대주주로써 SR전자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대주주들.
수아 : 회장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그룹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비워두겠습니다.
그날까지는, 신임사장께서 회사를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신임사장으로는... (말 끊고 잠시 둘러보는)
현태 : ...
서전무 : ...
주주들 : ...
수아 : 신임사장으로는 민정호 감사님을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민감사 :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
서전무 : (열받아서) !!!
수아 : 저는 민감사님께서 위기상태인 우리 SR전자를 누구보다도 잘 이끌어가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주주 여러분의 동의를 구하는 바입니다.
주주들 :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마지못해 박수를 쳐대면)
민감사 조용히 일어나 모두를 향해 인사를 하면
주주들, 모두 나직이 술렁인다.
수아 : 그리고 현, 해외사업본부 신현태이사께서, 앞으로는 구조조정본부장의 중책까지 겸하셔서,
신임사장님을 보필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주여러분! 부디 신임경영진들께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주주들, 아까보다 더 큰 박수를 쳐대면
서전무 : (열받은 얼굴로, 현태를 쳐다보면)
현태 : (여유만만, 유유자적) ...
S#119. 회의실 밖 로비
수아 나오고 그 옆으로 현태, 민사장 따른다.
두어걸음 뒤로 굳은 얼굴을 한 서전무와 다른임원들 따른다.
현태 : 잘하셨습니다.
수아 : 신이사님이 힘이 되어주셨기 때문이예요.
현태 :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
수아 : (민사장에게) 새 임원진 구성을 서둘러야할텐데요?
민사장 : 예. 신본부장과 협의해서 인선을 잘 하겠습니다.
현태 : 이 기회에 수아씨도 홍보이사 쯤 맡아주시는 게 어떨지 싶은데요
수아 : 제가요?
민사장 :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럼, 이 늙은일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구경만 하실 겁니까? 하하하....
하면서 지나가면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뒤따르는 서전무
S#120. 해외사업본부장실
현태 들어서는데 뒤따라 들어서는 서전무.
현태는 찾아올 줄 알았다는 표정인데
서전무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다.
서전무 : 의외로구만, 난 자네가 사장 자리에 앉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
현태 : 전 그런 욕심 없습니다, 전무님. 서운한 건 제가 아니라 전무님이시겠죠.
서전무 : ...
현태 : 그 서운함, 제가 다른 방법으로 채워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서전무 : (보는)
현태 : 스톡옵션으로 백만주면 ... 괜찮은 조건 아닐까요?
서전무 : 사람을 잘 못 봤군.
현태 : (어쭈? 싶은 얼굴로 보면)
서전무 : 난 지금의 자네 나이 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이 SR전자에 내 인생을 묻어왔어.
하고 휙 나가버리는 서전무.
쓴 미소 지어보이는 현태의 모습에서
S#121. 상해 SR전자 앞 길 (아침)
상해 외탄 중심부에 우뚝 솟은 SR전자 사옥.
고급 정장의 유란, 또각또각 힘찬 걸음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도 해가며 기분 좋게 출근한다.
문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밝은 표정의 유란.
S#122. SR전자 상해지사 사무실 (아침)
들어서는 유란, 중국인 직원들과 니하오! 아침 인사 나누고 안녕! 안녕! 하며 자리로 가는데, 다가오는 여직원
여직원 : 깡차이 찡리 짜우니라이더. (지사장님이 찾으셨어요)
유란 : 찡라마? 썬머써얼? (지사장님이 왜?)
S#123. 동 지사장실 (아침)
유란 들어서며 쌩긋
유란 : (밝게) 찾으셨어요, 지사장님!
지사장 : 어, 앉아요. 지낼만해요!
유란 : 그럼요. 모두들 잘 대해 주세요. 중국 직원들도 참 친절하구 사람들 따뜻하네요.
지사장 : 중국말 잘 하는 거 같던데....
유란 : 그냥 조금요.
지사장 : 그래요? 다행이네요.
유란 : .... 무슨 일로 ....?
지사장 :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죠. 차유란씨 회사 그만둬 줘야겠네요.
유란 : .... 네?
지사장 : 사표..내 줘야되겠다구요.
유란 : 지사장님!... 갑자기 무슨....
지사장 : (O.L) 회사 기밀을 밖으로 유출시키면 안된다는 거 몰라요!
유란 : 지사장님!
지사장 : (계속) 그것도 회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핵심기술을.
유란 : 이거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요. 제가 왜요? 내가 뭣땜에 그런 일을 하겠어요. (열띠게 설명하다 어이없어 웃으며)
지사장님 이건 뭔가 잘못 아신 거 같네요. 핵심 기술이란게 뭔지 모르지만 전요 (하는데)
지사장 : (중국신문을 내밀며) 우리의 핵심 기술을 응용한 신제품이 중국에서 출시될 예정이에요. 메이드 인 차이나로 둔갑해서요.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우리의 기술을 응용, 변형시킨게 분명하다는게 회사판단예요.
유란 : 저 그런거 모릅니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해두 제가 그런 기술이니 뭐니 하는 걸, 그것도 회사의 기밀 사항을
내가 어떻게 알 수가 있죠?
지사장 : 그 자린요!... 회장님 비서실에선 회자 전반 모든 일을 모를 수 없는 자리죠.
쥐려고만 한다면 어떤 회사 기밀도 손에 쥘 수가 있는 거 아닌가요?
유란 : 그런 억지가 어딨어요? 내가 회장님도 아니구...
지사장 : 바로 그게 문제죠. 회장님의 이름을 팔아 기밀문서를 달라했을테니,
그리고 그게 바다만 건너면 큰 돈이 된다는 걸 잘 알구 있었겠구요. 얼마나.... 받았어요?
유란 : (질린다. 그 얼굴위에)
지사장 : 얼마나? 얼마나 챙긴거요?
유란 : (와락) 누구야? 도대체 누가 나한테
지사장 : (OL) 증거가 있어! 당신이 했다는 증거가! 막무가내 잡아 뗀다면 당장 공안에 연락해서 잡아 쳐넣는 수밖에!
유란 : ......뭐라구요?
지사장 : 한 이십년 살까? 그럼 검은머리가 하얗게 센 담에야 세상구경하겠군.
유란 : .... 신이사야? ..... 신이사가 .... 그렇게 시킨거야?
지사장 : (젓고) 물론 본사에서 연락은 왔지. 당신 잡아 서울로 소환하라구. 하지만 신이사님은...
유란 : .....
지사장 : 신이사님은 당신을 감싸시더군. 기왕에 일은 벌어진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건
회사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니 사표받고 끝내는 선에서 마무리하라구.
유란 : 그럼... 그러면 도대체...도대체 누가...
고개 흔드는 유란, 도무지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
천천히 일어나는 지사장 자리로가 유란을 한번 보곤 천천히 수화기 든다.
지사장 : (침착하게) 들어오라구 해요.
유란 : ....?
유란 의아한 듯 쳐다보는데, 문열리며 들어오는 건장한 경비 두 사람
S#124. 지사장실 앞 복도 (아침)
지사장실 문열리며 바로 내동댕이 쳐지는 유란.
벌떡 일어나 달려들지만, 경비들 막아서서 실갱이.
유란 : 놔! 나 따져야 겠어. 이유없이 이곳으로 보내 놓구 이제는 회사에서 나가라구? 나 못나가, 나 못나간다구!
소리치며 난동인데,
몸싸움하던 경비, 유란을 들어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간다.
S#125. 1층 로비 (아침)
어깨에 메인 채 발버둥치는 유란, 사람들 웬 소란인가 싶어 쳐다보고
S#126. 정문 밖 (아침)
경비들 밖으로 나와 유란을 던지듯 내려놓는다.
그래도 소리치며 안으로 뛰쳐 들어가려 하면, 경비들 완강히 막아서고
유란, 분에 차서 경비의 따귀 올려붙인다.
경비, 화가나서 밀쳐버리면 넘어지는 유란, 그 바람에 손에 들었던 백 안의 것들 쏟아지며, 핸드폰 깨지고,
다시 일어나려다 그대로 천천히 주저앉는 유란. 심장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러다 문득 핸드폰 집어 어디론가 전화하려는데, 깨져버린 핸드폰, 집어 던져버리고,
벌떡 일어나 급히 가는 유란.
화면 밖으로 유란 사라지면, 그 반대편에서 나타나 상해지사 건물을 올려다보는 정현, 그 이글거리는 얼굴에서.
그린로즈5회.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