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은 메시아에 관한 영화입니다. 사실 헐리우드 영화 중 메시아 서사를 가진 영화가 많이 있습느다. <매트릭스>는 노골적인 메시아 영화이고, <스타워즈>도 메시아 서사를 가진 영화입니다. 심지어 마블의 영화들도 메시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통받는 민중들을 구원하기 위해 메시아가 출현하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흔하고, 역사상으로도 메시아를 참칭하는 반란이 많이 일어났었습니다. 후삼국의 궁예도 메시아를 자처한 것이고, 중국의 <백련교도의 난>이나 <홍건적의 난>, <태평천국운동>도 메시아를 내세운 반란이었습니다. 우리나라나 중국은 메시아의 이름이 미륵으로 나타났고, 이슬람교에서는 마흐디(mahdi)라는 이름으로 메시아를 기다립니다.
영화 <듄>에서 메시아를 가르키는 말로 퀴사츠 헤더락, 마흐디(영화에서는 마디로 번역했는데 h를 묵음으로 처리한 것 같았습니다.), 리산 알 가입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폴은 은하제국의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수장인 남작의 음모에 의해 아버지가 죽고 가문이 몰락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가문들은 한 행성을 지배하는 가문입니다.) 어머니와 폴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아라키스 행성( 듄 행성: 사막행성)의 피박받는 종족인 프레멘 종족 속으로 숨어 들어가 살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폴은 자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각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폴은 처음에는 메시아되기를 거부합니다. 자신의 예지 능력으로 메시아가 되어 황제와 전쟁을 하게 되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프레멘 종족의 메시아가 되어 황제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폴은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했으므로 별로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여러 행성들을 지배하는 대가문들이 폴의 황제 등극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듄2>는 끝나게 됩니다.
<듄3>도 드니 빌뇌브 감독이 계속 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마 폴과 대가문들과의 전쟁이 나올 것 같습니다. 원작 소설 <듄>에서는 이 전쟁으로 폴의 군대가 수백만명이 아니라 90개의 행성을 파괴하고 610억 명을 죽이는 것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메시아를 위하여, 또는 한 사람의 정의를 위하여 이렇게 무차별적인 살상이 일어나도 되는 것인지 <듄>은 묻고 있습니다. 메시아가 되기 위해서는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근본주의자나 광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메시아 세상에서는 무조건적인 복종과 숭배만이 필요하고, 이성이나 합리적인 비판의식은 필요없게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팬덤현상이 생겨나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지도자라도 항상 시시비비를 가리는 비판적 지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