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일 [雲峯山(운봉산) 풍경구]
여행이란 늘 미지의 세계로의 동경과 아울러 설레임을 동반하며 어린아이처럼 마냥 들떠서 만면에 홍조를 띠게 하는가보다.
여행 전날밤 행여라도 빠뜨렸을 물건들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짧은 잠을 청했고 당일 아침 맞추어 놓은 알람보다
더 일찍 눈을 떠 짐꾸러미를 끌고 집결지인 동대구 터미널로 향하였다.
삼도헌교수님을 중심으로 계명서화아카데미 학생과 계명대 서예과 학생들은 알파항공 여행사 이석훈 사장님의 인솔하에
4박5일간의 긴 여정길에 올랐다.
2시간의 공중비행후 드디어 중국땅인 청도에 도착, 맛있게 차려진 푸짐한 중국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래주로 향해 운봉산에
도착할 무렵엔 벌써 운무와 함께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바빠진 마음은 발걸음을 더욱 제촉하여 운봉산에 올라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정문공하비(북조의 서성 정도소가 썼음, 비석높이 3M, 너비4M, 글자수 1236자)를 감상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 여장을 풀었다.
제 2일 [十笏園(십홀원), 산동성 박물관]
중국에서의 음식이란 다리 넷달린것중 책상과 날개달린것 중 비행기를 제외한 나머지것은 모두 먹는다고 하였던가?
아침의 상차림 역시 중국음식문화의 방대함을 실감케 하였다.
위방으로 이동한 일행은 십홀원을 두루 구경하고 산동성(인구9천6백만)의 성도인 제남으로 향하였다.
산동성 박물관을 관광하며 중국의 오랜 역사와 유물을 꼼꼼이 살펴보았지만, 정작 감상해야할 서화작품들은 전시준비중인터라
아쉬움을 뒤로한채 산동성 신화서화원 전시장을 견학한 후 발맛사지를 받으며 여독을 풀었다.
제 3일 [태산(泰山)]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 이로다 (중략)' 라고 하였던가? 케이블카로 오르는 태산은 세계자연문화유산이며 중국의 5악 중
하나 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오르고픈 충동을 일게하였다.
흰 눈에 덮여있는 태산의 골짜기마다에는 여름에 기운차게 떨어졌을 물줄기의 흔적들이 영하 15도의 기온을 이기지 못하고
빙벽으로 변해있었고, 돌계단을 오르는 중간중간에 보인 마애각석은 아직 서예에 입문한지 얼마되지않은 햇병아리인 나의
잠재력을 조금은 요동치게 하였다.
저녁식사 후 숙소인 궐리빈사에서는 서예인이라면 한번쯤 대가들의 집성지에서 휘호를 해보는 경험도 소중한 추억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들어 준비해간 지필묵을 풀어 헤쳐 삼도헌교수님을 필두로 저마다의 서예세상을 펼쳐나갔다.
모두 열정적인 모습에 감탄했으며, 즉석 휘호한 작품들은 숙소의 기념품으로 걸어둔다길래 직원에게 넘겨주었다.
제 4일 [孔府(공부), 孔廟(공묘), 孔林(공림)]
드디어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인 공자의 고향 곡부에 도착하였다.
주욱 늘어선 측백나무길을 따라 들어선 공묘는 성인의 무덤이라고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소박하고 아담함 그 자체였다.
그 왼쪽에 공자의 아들묘가, 건너편에는 손자의 묘들만이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공자를 따르며 가르침을 받고있는 듯
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고 했던가? 그러나 지금은 공자로 인해 곡부가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곡부는 공자
일색이다.
공자가 앉아 제자들에게 갈파했다는 살구나무는 그 흔적만이 박제된듯 남아있었고.... 비림에 들어서 '오봉각석', '을영비',
'사신비', '장맹룡비' 또 내가 지금 임서하고 있는 중인 '예기비'등은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도저히 그 깊이를 가늠할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한번 어루만져 본것에 만족하며 서성 '왕희지'의 고택으로 발길을 옮겨야했다.
젊은 시절부터 거위를 좋아하여 왕희지 곁엔 늘 거위가 따라다녔고, 글을 쓴후 벼루를 씻었다는 '세연지'를 빙 둘러보며 서성인
왕희지의 '난정서' 324자를 주욱 훑어보며 나중에 꼭 임서해보리라는 다짐을 해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고전과 현대의 시공을 초월한 서법광장에 들어서 수많은 대가들의 글들이 새겨진 그곳의 방대한 규모에 놀라며
청도로 향하였다.
제 5일 [독일 총독관저, 소이산]
청도에서 맞이한 아침은 왠지 익숙한 기온과 맑은 공기로 하여금 한국인가를 착각케 하였다.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던 청도는 맥주로도 유명하다.
알싸하게 목을 타고 흐르는 청도맥주의 맛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집들은 독일풍으로 노란색의 벽과 빨간 지붕이 특색있었고, 첫날부터 4일째까지 수많은 글자와 난해한 문장들만 보아온터라
올림픽 요트경기가 펼쳐졌던 청도 바닷가를 거닐면서 오랫만에 여유로운 여행의 맛을 느끼며 4박 5일간의 중국 산동성
태마여행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눈에, 가슴에 가득 담고 일상 복귀를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스물 한 명이라는 적지않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게 인솔해 주신 이석훈 여행사 사장님과 하나라도
놓칠세라 많이 보여주시고 설명 또한 아끼지 않으셨던 삼도헌교수님, 성당 서보광 여행 단장님, 그리고 한가지 공통분모를
가지고 여행길에 올라 즐거움을 나눴던 서우님들의 앞날에 무한한 발전을 기원드리며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직 서예 걸음마 단계에 있는터라 대가들의 작품설명에 근접도 못한 저의 기행형식의 얄팍함을 부디 이해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운봉산 각석
감탄하시는 교수님
정도소 품에 안긴 청림 선생님
서성 왕희지 앞에서
문자의 시작(중국 서법사)
십홀원
태산극정
대묘
소박한 공자묘
왕희지와 거위
청도독일총독관저
청도 앞바다
첫댓글 중국문화를 잘 알고있는 연당선생님이라 후기도 사실적으로 잘 쓰셨네요~~햇병아리인 저랑도 공감가는 부분도 많구요^^ 베리굿~~♥
멋진 여행기입니다. 다시 한번 세미나일정을 되돌아 봅니다. 추억속에 함께했던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연당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잘 보는것도 어렵고 쓰기란 더 더욱 어려운일인데.....답사기를 이렇게 일정별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셔서~ 읽으니 그 때의 감회가 되살아나서 여행을 또 다시 한 번하는 느낌이네요.
다재다능 다정다감하셔서 좋은 묵쟁이?가 될 것같습니다. 정도소님의 품에 의기롭게 안긴 청림님도 기를 듬뿍 받아서 틀림없이 앞으로 거~하게? 한 필 하실것같은 예감입니다*^^*
간단명료하면서도 충실한 여행기이군요. 수고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