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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즐거운 연휴의 시작이네요. 어떻게, 명절 휴일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으음, 전 이번 기회에 미뤄두었던 서평이나 실컷 쓰려고 합니다.
이번 감상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에요. 그동안 끌어왔던 작품이 마침내 ‘디 엔드’를 마지했답니다.
도서명: 윈터 1~2권
저자: 마리사 마이어
* 이 책은 넓은 마을 전자 도서 1번 소설에 1번 일반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오, 센스 있다. 소설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윈터(겨울)’라니 지금 계절과 잘 어울리지 않는가. 물론 순전히 우연이라는 걸 알고 있다. 본래 제목이 이렇다는 것도 안다. 단지 ‘윈터’라는 책을 보게 되어 들떴을 뿐이다. 바로 이 작품이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끝나는 마당이라 다룰 이야기와 전개가 많아서 그런지 분량이 1~2권으로 확 늘었다. 어쨌든 1부 ‘신더’, 2부 ‘스칼렛’, 3부인 ‘크레스’까지 읽어온지라 주저하지 않고 다운받았다.
눈과 얼음의 소녀, 달 아래 루나틱(lunatic) 백설공주 윈터
예부터 달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져왔다. 풍성한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였고, 신월에서 만월로 변화하는 모습은 신비의 모태였다. 더불어 한껏 쏟아지는 달빛은 광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루나틱’이란 말에 괜히 ‘루나(달)’가 들어가겠는가. 아름다우면서 신비한 달, 그곳에 사는 예쁜 소녀가 있다. 그녀가 바로 소설의 주인공 ‘윈터’이다. 루나 왕국의 공주이자 레바나 여왕의 의붓딸.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따뜻한 성격으로 백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나 공주인 윈터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개모인 레바나의 멸시와 질투, 온갖 암계와 피로 가득한 궁궐이니 어찌 행복할 수 있으랴. 심지어 레바나는 윈터의 미모를 시기해 그녀가 어릴 적에 얼굴을 칼로 그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백성들의 눈엔 눈부시다. 그러나 궁중에서 윈터의 편은 없다. 관상용 꽃 취급에 아-예 대놓고 조롱거리로 여긴다. 그녀가 ‘루나 정신병’에 시달리며 환각을 겪기 때문이다.
윈터가 환각에 시달리는 이유는 루나인이 타고난 ‘힘’을 쓰지 않는 까닭이다. 타인의 몸을 조종하고 정신을 세뇌하고, 환각을 보게 만드는 바로 그 ‘능력’ 말이다. 음모와 귀계가 판을 치는 궁전에서 윈터를 지켜주는 사람은 근위병이자 친구인 제이신뿐이다. 전작 ‘크레스’에서 신더 일행을 배신하고 루나로 돌아간 이유, 그것은 루나의 공주이자 친구인 윈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가까스로 구사일생한 제이신은 윈터의 경호원이 되어 애틋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킨다.
한편 신더 일행은 황제 카이토의 도움으로 루나 행성에 잠입하지만 레바나의 의심으로 발각되고 만다. 다행히 붙잡히지 않고 도주하지만 그 과정에서 크레스와 떨어지게 된다. 해커 실력만 빼면 평범한 크레스는 윈터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루나의 정통 왕위 계승자인 신더의 등장으로 자신의 존립에 위험을 느낀 레바나 여왕은 윈터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백성들의 숭배를 받는 그녀가 꼴보기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제거를 명령한 대상이 경호원 제이신이었다. 그는 가족의 생명과 자신의 목숨, 그리고 윈터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한다.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진 윈터는 스칼렛과 탈출하고, 울프의 고향집에 숨어 있던 신더 일행과 조우한다.
궁에 있는 크레스와 제이신의 도움으로 혁명에 불을 당긴 신더 일행이지만, 레바나의 무잡이한 시민 처형으로 스스로 투항하게 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기에 신더는 처형장에서 구사일생 탈출하지만 그 대가로 사이보그 몸에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울프는 적진에 잡힌 채 행방이 묘연한데......
한편 윈터는 신더를 위해 군대를 만들겠다고 ‘늑대인간’ 무리를 찾아간다. 스칼렛이 동행하기는 하지만 둘이서는 그 난폭한 늑대인간 무리를 상대하기는 벅찬 상황. 아니나 다를까 늑대인간 병사들은 사납기 짝이 없고, 문자 그대로 윈터와 스칼렛을 잡아먹겠다고 으르렁댄다. 그런 아수라장 가운데 윈터의 정신병이 재발하고, 설상가상으로 레바나 여왕의 마법사들이 나타나는데......
천재 해커 크레스와 뺀질뺀질한 도둑 카스웰 함장, 루나 첩보원 출신 돌연변이 늑대인간 울프와 당차게 권총을 휘두르는 우주선 조종사 스칼렛, 사이보그 정비기술자 신더와 동방연방의 황제 카이토, 시종 안드로이드 이코, 그리고 루나 백성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루나틱한 공주님 윈터와 근위병이자 경호원 제이신. 이들은 과연 레바나 여왕을 폐위시키고 달과 지구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까?
윈터, 상처조차 아름다운, 착해서 바보 같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공주님!
‘윈터’는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4부로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루나 크로니클’은 동화적인 요소에 SF를 가미해 재구성한 소설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 ‘백설공주’이다. 동화에 전개를 빌려서 백설공주와 같은 점도 있고 작가가 임의로 변형한 구성도 있다. 예를 들자면 백설공주 윈터의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지만, 피부는 눈처럼 하얗지 않고 볕에 그으른 건강한 빛깔인 점을 들 수 있겠다. 작가의 상상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소설의 요소요소 곳곳마다 ‘백설공주’의 흔적이 녹아 있다. 의붓 어머니이자 여왕 레바나라든가, 윈터의 아름다운 미모와 착한 마음씨라든가, 뭐 여러 가지로 말이다.
그중에는 루나 크로니클 특유의 독특한 설정과 세계관도 있다. 단연코 1순위로 손에 꼽는 것은 윈터가 앓는 정신병이다. 누가 달의 사는 공주님 아니랄까봐, 약간 정상적이지 않은 기행과 괴변을 난발한다. 스칼렛은 간단하게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는데, 환각과 환청과 환상통을 겪는 것을 보면 진짜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소녀 윈터는 여러 모로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다. 비단 얼굴에 난 흉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신병까지 포함한 뜻이다. 그녀가 ‘루나 정신병’을 겪는 원인은 힘을 쓰지 않아서이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것. 윈터는 할 수 있음에도 생체전기 조작술로 세뇌나 조종 같은 능력을 쓰지 않는다. 레바나 여왕을 비롯한 루나인 귀족처럼 되기 싫기 때문이다. 또 타인에 의해 타의로 강제당해 조종되는 기분이 어떤지 잘 아는 까닭이다. 그로 인해 자신이 환청과 환각과 발작에 시달려도, 무수한 조롱과 멸시와 경멸을 받고 상처 입어도 끝내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레바나 여왕과는 차이가 있다.
소설 속에서 여왕이 왜 그토록 셀린 공주(신더)를 죽이려 했는지, 사촌으로 따지자면 신더의 이모인데 어째서 그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왜 윈터의 미모를 질투하다 못해 살해하려 했는지, 무엇 때문에 아름다움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나온다. 피도 눈물도 없는 미친 여왕 레바나에게도 아픔과 상처는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한 행동이 용서되지는 않지만 살짝 동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왕은 상처와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서 윈터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상냥함을 버리지 않고 목숨의 위험 속에서도 선의를 배풀줄 안다. 그런 모습이 때때로 바보 같고 답답하고 돌아버리게 짜증나기도 했다.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야무지게 제 살길은 찾아놓고 남을 돕든가 손을 내밀든가 하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터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정신병으로 발작하는 모습조차, 그런 상처조차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작품 속에서 늑대인간 병사들은 윈터의 설득보다 그녀가 발작을 일으키면서도 힘을 쓰지 않는 모습에 회유당한다. 자고로 힘을 가지고 있으면 휘두르고 싶은 법이라 했다. 또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하게 되는 게 사람이라고 했다. 루나인이 능력을 써서 나쁜짓을 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타인에 위에 있다는 우월함을 즐기다 못해 그 감정에 먹혀버린 것이다. 그런데 힘도 없고 약하기만 한 공주님인 윈터는 그 욕망에 굴하지 않는다. 루나인으로서의 능력을 쓰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며 힘을 제어하고, 점점 힘들어하는 윈터 공주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
물론 물정 모르고 철딱선이 업는 행동을 보일 때는 솔직히 많이 짜증나지만 말이다. 윈터의 연인 제이신이 히스테리 부릴 때가 특히 황당했다. 그는 공주님을 너무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조건 싸고 도는 타입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됩니다’와 ‘위험합니다’는 다르다. 전자는 무턱대고 말리면서 보호만 하려하는 거고, 후자는 처음에는 불만을 표해도 여차하면 같이 걸어줄 수 있으니까. 그래도 제이신의 입장이 영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말괄량이 눈과 얼음의 소녀가 워낙 대책이 없으니까.
우주 스캐일로 탄생한 신데렐라와 빨간모자, 라푼젤과 백설공주!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가 마침내 끝났다. ‘신더’를 시작으로 ‘스칼렛’과 ‘크레스’를 지나 ‘윈터’에 이르기까지 우주 소녀들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각 작품을 읽는 내내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흡입도가 높았다. SF로 각색했다고 해봤자 동화인데, 변형해봤자 기본 골자는 그대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읽을 맛이 났다.
일행들이 모였다가 불의의 사고로 흩어지고 전투신과 위기를 겪는 장면도 있어서 조마조마했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누구 하나 죽을까봐 손에 땀을 쥐었다. 그렇다고 작품을 독서하는 내내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결말이 딱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했고 말이다.
어쨌든 신더가 혁명을 일으키고, 레바나 여왕의 집권기는 끝났다. 스칼렛은 울프와 프랑스 농장으로 돌아가 전원 생활을 시작했고, 크레스와 카스웰은 업종이 배달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우주선을 탄다. 카이토는 달의 여왕님과 우주적 장거리 연애를 하며 알콩달콩이고, 제이신과 윈터는 지구에 루나의 매력을 알리러 간다니까 공주님과 기사로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마지막까지 안드로이드 이코의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았지만 몇 번 접점이 있었던 근위병 키니랑 친구처럼 티격태격 하면서 지낼 것 같다.
글쎄, 조금은 진부하다고 꿍얼대면서도 끝까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를 놓지 못했던 건 아마도 서서히 발전하는 소녀들과 그런 여주들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남주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스칼렛이 없어져서 궁상맞게 변한 울프도 그렇고, 크레스를 만나서 인생반성하는 카스웰도 그렇고, 신더의 딱 불어지는 면을 동경하는 우유부단 카이토도 그렇고, 과잉보호 솔직하지 못한 제이신도 그렇고. 소설 속의 남주들은 뭔가 2%가 부족하다. 그런데 여주들과 싱크로되면서 변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물론 여주들도 각자 단점이 있다. 신더는 사이보그 콤플렉스가 있고, 스칼렛은 화끈한 성격으로 행동이 앞선다. 크레스는 순수하다 못해 툭하면 망상에 빠지고, 윈터는 착하다 못해 종종 멍청해 진다. 하지만 그들은 우주를 누비며 지구와 달을 오가며 으쌰으쌰 성장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 신더가 혁명을 결심하고 왕위를 탈환하겠다고 했을 때 약간 불안했다. 정의가 아니라 순전히 살아남기 위해서 뛰어들었다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윈터’에서 신더가 언급했듯 레바나 여왕이 다른 여지를 주지 않아서 엉겁결에 어쩌다보니 시작하게 된 여정이었다. 물론 사랑도 한몫을 하기는 했지만 정의나 순고한 의지가 있어서 루나를 구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스칼렛이나 크레스, 윈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생각도 커지고 자발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전쟁과 상처는 끝났고, 우주 소녀들의 모험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정말로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매듭을 지을 때인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소녀들의 미래는 밝을 것 같다. 이것으로 ‘루나 크로니클’에게 작별을 고한다. 바이바이! 약한 듯 강하고 당찬 듯 약한 소녀들! 동화처럼 행복하길.
PS.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풍문으로는 ‘인어공주’를 소재로 이코의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가담항설이라 확실하지가 않다. 한마디로 미지수라는 거. 그래도 추측해 보자면 이코 안에 있는 칩을 놀이는 조직이 등장하고 안드로이드 몸을 차지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남주 아마 키니가 휘말리고, 뭐 이런 식이 되지 싶은데...... 인어공주는 목소리가 주요 상품이지만 이코는 칩이 주요 메리트니까. 인어공주가 꼬리 대신 다리를 얻었듯, 이코도 새로운 몸으로 체인지하고...... 남주는 그런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뭐, 이런 스토리일라나? 그래도 결말은 해피앤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