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佛國寺嘆慶庵丈席逝(과불국사탄경암장석서)
계오(戒悟:1773~1849)
속성은 권(權). 자는 붕거(鵬擧), 호는 월하(月荷).
침허법사(枕虛法師)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시와 글씨에 뛰어났으며, 60세가 지나서는 글 짓는 것이
정업(淨業)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일시에 끊고
염송에만 전념했다.
사람은 청산에 살아도
人在靑山中 인재청산중
사람은 여의어 가는데 산은 늙지도 않네
人衰山不老 인쇠산불로
내가 왔는데 옛 친구는 없고
客來無故人 객래무고인
고개 돌려 봄 풀에 눈물 떨구네
回首淚春艸 회수루춘초
*
부처님 오신 날에 비가 내린다
모든 업보가 소멸했으면 좋겠다
스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국사로 가는 화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청산에 살면서
부처님 법에 따라 살지만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는 없다
단지, 후회 없이
죽음조차 순응하는 그 마음이 부러울 뿐이다
벗을 위해 무슨 위로가 필요하랴
벗을 위해 조문 시를 써 주는
그런 벗을 둔 고인도 멋진 삶을 살아왔다
대 놓고 울지 못하고
고개 돌려 봄 풀 앞에서 우는 화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본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눈물이 귀한 시대에 사는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부처님 오신 날에 화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