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이 도미후미 도쿄대 항공우주회 회장이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제작한 나로호 1단 로켓은 완성품이 아니다. 러시아가 (차세대 발사체로 개발 중인) 앙가라 로켓을 한국에서 한국 돈으로 시험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다이 회장은 일본 순국산 로켓 개발의 주역으로 1994년 발사에 성공한 'H-2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나로호의) 사고원인 정보가 충분히 공유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하드웨어를 저쪽(러시아)에서 만들어 가져오고 (한국 과학자들은) 만질 수도 없다"며 나로호가 한국 우주개발에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했다.
우리에겐 뼈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나로호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핵심인 1단 로켓은 100%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러시아에 2억달러나 주고도 기술을 이전받기는커녕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1단 로켓에 손도 대지 못한다. 폭발 후 바다에 떨어진 잔해조차 우리가 거둬들일 수 없다. 그러니 실패를 통해 배울 수도 없다.
일본은 1967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델타 로켓 기술을 이전받는 협정을 맺었다. 로켓 설계도면까지 받는 대가로 60억엔을 지불했다. 로켓 부품 국산화에 5조엔을 쏟아부었다. 중국도 옛 소련과 관계가 좋았던 1960년대에 소련으로부터 로켓 기술을 지원받았다. 그렇게 미국과 소련의 도움을 받고도 일본과 중국의 로켓 기술이 안정 궤도에 올라서기까지 20~30년이 걸렸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액체로켓 기술은 1970년대 중반의 일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겠다고 나선 것이 나로호 사업이다. 선진국들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때문에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자 사실상 돈 주고 1단 로켓을 사오는 편법을 동원했다. 나로호의 실패는 기술 자립 없는 우주개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나로호 3차 발사에 목을 맬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학용 로켓으로 독자 개발한 KSR 로켓 기술을 개선하고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선진국 항공우주분야의 한국 출신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하고 정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우주개발을 뒷받침할 지원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우주개발에도 왕도(王道)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