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참정권에 대해 외국에선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보편적 세계기준으로 통용되는 국제연합(UN)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UN규약)'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그 답이 나와 있다.
UN규약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외부의 간섭 없이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권리는 타인의
권리나 국가안전·공공질서·공중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규정된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ILO협약 제9조는 "정책을 형성하거나 관리하는 고위공무원과 고급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공무원, 군인·경찰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다른 노동자와 동일한 결사의 자유 행사에 필요한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누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인권위가
1996년 제정한 '요하네스부르그 원칙'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공무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도 "남용이나 오용의
염려가 없는 법률로 규정할 것"과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불가피했음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한다. 요컨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무원인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고, 제한할 때도 사유의 불가피성과 검증가능성, 명문화된 법적 규정은
필수적이다. 여러 나라의 실제 사례들을 보자. 미국은 교원과 주 공무원의 참정권 제한규정이 아예 없다.
연방공무원의 정당후보 출마, 정당후보 선거운동, 정치자금 모금, 당직취임은 금지하지만, 그 밖의 공무원은 정치적 의견개진,
선거운동, 정치자금 모금, 정당가입, 후보추천, 투표 찬반운동에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다.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 영국은 공무원을 세 부류로 나눠 정치활동을 보장한다. 공무원의 62%를 차지하는 노무직 공무원은 정치활동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한다. 타자수·서기 등 일반직 공무원은 자신의 출마를 제외한 모든 정치활동을 보장한다. 고위공무원도 정당가입은 가능하지만
의원으로 출마하거나 주요 당직은 맡을 수 없다. 그러나 소속장관의 동의를 얻으면 지자체의 정치활동에는 참여할 수 있다. 교사는
고위공무원이 아니므로 제한규정이 아예 없다. 독일의 공무원도 정당가입은 물론 정치적 의사표현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심지어 공무원이 공직을 보유한 채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 사직해야 하지만, 낙선하면 원직으로
돌아와 공무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선거때는 유급휴가 내고 선거운동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프랑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공무원직을 유지한 채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고 다른 후보를 위해
휴가를 내고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 이 때 휴가는 유급휴가다. 국회의원에 당선돼도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고, 임기가 만료되면
원직으로 복귀한다. 승진과 경력에서 어떤 손해도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의견표시나 정당가입이 자유로워 많은 교원과 공무원이
당원으로 활동한다. '교원의 정치활동 제한'이란 말은 웃기는 얘기다. 무라야마 총리도 지방 공무원 출신
일본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엄격한 편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인사원 규칙에는 정치목적의 정당가입과 정치자금 수령, 정치홍보물이나
유인물의 작성·배포는 금지돼 있지만, 교사의 정당가입까지 금지하진 않는다. 1981년도 일본사회당 당원의 62%는 공무원이었다.
이들은 일본사회당과 공산당의 튼튼한 기반으로 국회의원도 많이 배출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처음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사회당 총리도 지방정부 공무원이었다. 교사가 정부정책에 반대의견을 표명하거나 정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거나 해고한 사례는 없다. 교사의 선거운동도 '교원의 지위를 이용한 경우'만 금지할 뿐, 선거운동 자체를
이유로 처벌하거나 해고한 사례도 없다. 캐나다는 '공무원임용법'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 범위를 정한다. 이
법에는 "공무원이 특정후보나 정당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행위를 금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정치자금 기부나 정치집회 참여는 위법이
아니다"는 규정도 있다. 선거결과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제한하지만, 공무원의 정당가입이나 당비납부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많은 교사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일한다. 캐나다 교원노조가 정부와 맺은 단체협약에는 교사들이
부담 없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학교로 복귀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꿈같은 이야기다.
오스트리아는 상징적 차원에서 공무수행의 형평성을 언급할 뿐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법이나 판례는 따로 없다. 교원의
정당가입이나 정부비판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많은 교사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의회에 진출한다.
덴마크·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스위스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관한 윤리헌장이나 규정이 아예 없고, 헌법에 의해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가 보장되므로 전국의회나 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는 교사들이 많다. 오스트레일리아도 교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금지하거나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을 제약하는 법이 없다. 교사나 공무원의 참정권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확고하다.
교사나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정치활동의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되며, 불가피한 경우에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특별한 경우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만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워 '나 홀로 집에'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틀에 계속 가둬두는 것은 이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사장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바람직한 변화와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다. 송원재·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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