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에 북 리뷰가 없어서 하나 썼습니다.
약 한 달 사이를 두고 '유시민'과 관련된 책이 두 권이나 나왔다. 대통령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후보라면 누구나 하는 광고 전략의 하나일까? 후훗, 그럴 지도 모르지.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그만 두고 칩거하여 25일 만에 썼다는 『대한민국개조론』은 단순한 대선 출마용 책자의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본다. 여타 후보들이(대선이든 총선이든 지자체 선거든) 책 한 권 내고 '출판기념회'를 뻑쩍지근하게 하면서 출정식을 겸하고, 그 책은 홍보용으로써 '나눠주기용'으로 되는 경우가 많지만 유시민은 절대 '나눠주기'가 없다.
그래도 서점가에서 사회과학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기도 한다. 약간 특이한 일이긴 하다. 저자의 익히 알려진 필명 때문인지, 정치적으로 '튄다'는 이미지 때문에 독자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건지는 독자에게 물어보지 않는한 알 수가 없는 일이고, 어쨌든 그 책 내용만큼은 신선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쌓여있는 숙제를 보는 듯도 하다. 국가의 지도자를 한번쯤 꿈꾼다면 그 정도의 고민과 반성은 있어야 하겠지.
이에 반해 한 달 여 후에 나온 이 책, 『2007 대한민국, 유시민을 말하다』는 유시민 본인이 지은 책은 아니고, 유시민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은 책이라 해야 하나? 도서 출판 미디어줌에서 70명의 투자자를 모아 북펀드를 만들어 짧은 기간 내에 기획과 출판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겉 표지를 보면 '유시민'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축약되어 있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 사람
그가 그리겠다는 네모난 동그라미는 바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이 없이도 부유한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소셜리버럴리스트'가 맞다. 또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게 투자함으로써 사람이 성장의 힘이 되는 나라를 꿈꾼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간과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참 잘 설명한 것 같다. 유시민은 어쩌면 정치인 중에서 가장 많이 사인(서명)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강연이 있을 때, 어쩌다 유시민 저의 책 한권 들고가 사인이라도 받을라치면 줄 서기가 1시간 넘게 이루어질 때도 있다. 거의 연예인 수준이다.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이 짜증내지 않고 즐겁게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사인을 받고 흡족한 얼굴로 돌아나온다.
그 때 해주는 사인 문구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바로 '함께 사는 세상!' 이다. 그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아마도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서 들고 나온 '사회투자국가론'이라는 것인가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게 투자함으로써 사람이 성장의 힘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 그 또한 마음 바탕엔 휴머니스트로서의 피가 흐르고 있음일 것이다.
책 내용은 다양한 거리에서 유시민을 알고 느끼는 사람들이 쓴 유시민에 관한 이야기와 유시민이 그간 써놨던 글 중에서 유시민을 단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주옥 같은 글을 실어놓았다.
첫째마당, 유시민을 말하다
오래 전부터 유시민을 지근 거리에서 봐온 지인들의 글이 다섯편 실려있다. <무슨 남자가 그렇게 눈물이 많아>, <유시민처럼 철들지 맙시다>란 제목을 보노라면 유시민이란 사람의 본성이 여린 마음과 순수한 마음을 타고났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한다.
둘째마당, 유시민 코드 바로읽기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을 바라보는 지인들의 글이 실려있다.
2002년 8월 23일 오후, 서울 YMCA 6층 지란방에 마흔 살 안팎의 '늙은 청년' 40여명이 모였다. 우리는 새로운 정당을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반부패,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인터넷정당이라는 넥 가지 원칙만을 내세워 창당하기로 했다. 지도자는 없었다. 돈도 없었다. 강령과 당헌도 없었다.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그 흔한 지방의원도 하나 없었다. 맨손으로 정당을 만들자는 결의을 한 것이다
-유시민의 개혁당 단상-
이렇게 시작했던 정치인 유시민의 코드가 어떤 것인지, 그 코드를 가장 잘 이해할 법한 지인들 7명의 글이 잘 설명해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5년간의 정치인 유시민이 왜 현재에 이르게되었는지, 제목에도 나와 있는 그런 평가와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해답이 시원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물론 알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에게 바라는 바이다. <지금, 유시민의 과오를 말하자>, <유시민, 전위 촉은 돌출>, <한국정치의 새로운 시험대>, <유시민의 수난시대> 등...
셋째마당, 유티즌은 왜 유시민을 노래하는가
정치인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유티즌'이라 칭하나보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네티즌 이란 뜻과 유시민을 지지하는 네티즌 이란 중의를 품고 있는 단어인가보다. 이들이 말하는 유시민에 대한 글들이 12편이나 실려있다. 그들이 모여있는 사이트인 '시민광장'에 올라와 있는 글 중에서 골라 실은 것 같다. <유시민, 참 즐거운 사람이더군요>, <영원한 청년, 유시민에 대하여>, <나의 지향, 나의 꿈, 이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고> 등 유티즌은 왜 유시민인지 노래하고, 가감없는 유시민에 대한 사랑을 쓰고 있다.
넷째마당, 다시 읽는 유시민
이 마당엔 유시민이 직접 쓴 글들이 11편 들어있다. 아마도 그의 공식 홈페이지(예전 이름 '유시민의 인터넷 진지'였는데 지금은 '유시민의 힘'으로 바뀐 것 같다)에 올려진 글 중에서 뽑아 실었으리라. <가족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은 단란한 네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당대의 살아있는 양심에 회초리를 가함으로써 빛나는 명문이 된 <항소이유서>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진한 감동과 아스라한 아픔을 주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갖기까지>가 이어진다.
그 다음 글들은 <개혁당 단상>을 시작으로 정치인이 된 이후의 글들이다.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열린우리당에서 싸우면서 이루고자 했던 것, 보건복지부 장관시절의 글,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 이임사>와 <사람에게 투자하는 지식문화강국으로>를 끝으로 이 책은 끝맺고 있다.
유시민에 대해 언론이 씌워놓은 이미지만 간직하고 있는 분들에겐 필히 일독을 권한다. 실제의 이미지와 남이 만드는 이미지 또는 왜곡된 이미지 사이에 얼마만한 괴리가 있는지 몸소 확인하기 바라는 바다.
첫댓글 출처: 시민광장 http://usi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