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의 주얼리 브랜드 기행 13
사파이어로 온 몸을 장식한 개구리가 아쿠아마린 바위 위에 몸을 비스듬히 걸쳐놓는다. 꽃 문양으로 섬세하게 카빙된 카메오는 비취의 늪에서 다이아몬드로 세팅된 뱀을 옭아맨다. 두 마리의 도마뱀이 신비로운 우주의 형태를 띤 오팔의 몸을 빌어 바짝 엎드려 있다. 촘촘하게 브라운 다이아몬드로 파베세팅된 원숭이는 두 팔을 벌려 산호를 힘껏 껴안는다. 여기가 정글인지 보석가게인지 한참을 넋을 잃고 쳐다보게 만드는 이 주얼리들. 어쩌면 이렇게도 살아 숨쉬는 모습일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순간 웬디 유라는 디자이너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홍콩에서 나고 자랐지만, 언어와 문화 체득을 위해 비엔나에서 상당 시간을 보낸 그녀는 여행을 통해 스스로의 재능과 꿈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물론 내재된 자연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은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하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였다. 유럽 여행뿐 아니라 이집트의 피라미드, 미얀마의 불교 사원에서의 수련, 아마존에서의 이국적인 탐험……이 와중에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나누기를 희망하면서 그녀는 색연필로 매 순간을 기록하였다. 특히 아마존에서 야생의 세계에 사로잡히고부터는 자연과 본인의 존재 사이에 어떤 유대감이 형성된 듯 하다.
웬디의 아틀리에는 1998년에 설립되었다. 그녀는 어느 시점까지는 하이 엔드(high-end)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였고, 성장과 성공을 거듭하며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로 새로운 단계에 도약하였다. 웬디 유 브랜드의 컨셉트는 상상력의 깊이를 확장시켜주는 독특한 창조물의 전형이다. 그리고 그녀의 철학은 복잡하지 않다. 단지 한계를 정해놓지 않으며,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환상적인 느낌으로 그려내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아하면서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아방가르드 오트 꾸튀르 주얼리’라는 영역을 개척하여 세계적인 컬렉터들과 부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제품은 세상에 하나뿐인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이거나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또한 섬세한 수공 작업만을 고수하는데 이는 그녀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잘 읽어낸 결과이다. 이렇듯 아름답지만 희소성 때문에 더욱 가치를 발하는 그녀의 주얼리는 홍콩, 미국, 유럽의 최고 부티크에서만 만날 수 있다.
가끔 주얼리는 그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 때문에 더욱 멋지고 대단해 보일 때가 있다. 반면 주얼리 자체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웬디 유의 경우는 후자이다. 하나의 미니어처로 만들어놓은 예술 작품은 그 자체가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짜임새 있게 스토리로 엮여간다. 그녀는 예술이란 형용사 몇 개로 정의될 수 있는 어떤 ‘물건’도 ‘사상’도 아니며 어떤 예술 작업이든 결국은 보는 사람의 해석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좁은 범주와 제한 속에 작업을 가두는 예술의 정의는 순수한 본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대담한 철학을 지켜온 데에는 이렇듯 단단한 이유가 있다.
웬디 유의 주얼리는 제품 하나하나가 활기차고, 즐거우며, 장인정신이 진하게 느껴진다. 특히 컬러가 핵심 요소이기에 감각적인 조화가 돋보이는 스톤 배합은 극찬할 만 하다. 오묘한 블랙 오팔과 청명한 블루 사파이어의 조합, 그리고 핑크 사파이어, 진주, 산호, 가넷 등은 그녀가 애용하는 보석들이다. 섬세한 동양적 감성을 드러내기 위해 브라운 다이아몬드, 오렌지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비취, 아게이트 등을 미려하게 버무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여행과 꿈꾸기 그리고 창조 작업에 쏟아 부은 웬디의 인생은 놀랍게도 엉뚱하고도 기발한 그녀의 디자인만큼 이색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신비롭고 차분한 성격은 주얼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그 디자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아이러니함 속에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으니 어찌 구매와 수집 욕구가 샘솟지 않겠는가? 그녀의 탐닉에 가까운 관찰력이 놀랍고 상상력은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받은 영감으로 수집용(collectible)과 데일리용을 넘나드는 주얼리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표현력은 사뭇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출처 : 주얼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