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마지막 여행 쉼표, #1 강원 평창클럽밸리펜션
새해를 하루 앞둔 2007년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토요일
가족들과 장모님을 모시고 강원도 평창으로 향한다.
지인의 소개로 좋은 숯가마를 느껴보자는 심산이었고
40여년을 식당일로 얼마전 허리와 무릎을 동시에 수술하신 장모님을 모시고 가는 동행의 길이다.
오랜 식당일로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며 2007년 초부터 건강이 안 좋은데다가 계속되는 식당경영으로 역시나 11월경에는 앉거나 서있기가 힘들 정도가 되서야 병원을 ?으신다. 11월의 연속적인 대수술. 허리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무릎은 아직이다.
절룩거리는 걸음걸이가 예전의 당당함도 보이지 않지만, 카랑하던 모습 또한 이미 없어진듯 하니 옆에서 보는 마음도 애잔 할수 밖에 없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는가 보다.
시간을 만들어 떠나는 쉼의 여행, 그래서 더욱 소중한듯 하다.
클럽밸리 전경 ⓒ copyright soodong-p
아이들과도 약속을 한다.
"이번에는 답사는 없는 거예요?..절(寺) 도 안가요??.."
"응..."
그렇다. 오로지 쉼을 위한 쉼을 떠나는 거다.
그렇게 마지막 한해를 보내면서 훌훌 털고 오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카메라를 챙기고 주변을 살피는 아비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메모장을 챙긴다.
언제인가 부터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떠남을 준비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메모책과 연필을 챙긴다.
물론, 어느날은 깨알같이 서너장을 너끈히 넘기지만 어느날은 제목만 적고는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잔뜩 적어 놓은 것도 때론 단 한번 펼쳐 본적도 많지만 무슨 거창한 이름의 답사가 아닌 다님과 쉼과 즐김의 병행이 길손이 추구하고 싶은 떠남의 길인 것이다.
내가 알고 싶어 떠나기 시작했던 답사의 길들, 여행의 길들이 아니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을 했는가도 싶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오로지 <쉼> 만을 목적으로 나선 길이다.
넓은 창으로 눈내린 자연을 바라볼수 있다. 모닝커피와 함께.. ⓒ copyright soodong-p
토요일 늦은 오후에 출발한 길임에 국도를 포기하고 유료도로에 올라선다. 예상외로 영동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여주와 강천사이에서 잠깐의 주춤일뿐이다. 새말을 빠져나와 평창으로 향하는 국도에 접어들자 칡흙같은 어둠에 강한 바람에 섞인 눈발이 함께 날린다. '내일은 고생 좀 하겠구나..' 라는 기분으로 국도변 휴게소에서 소주 세병과 아이들 과자거리를 사든다.
20여분을 그렇게 달리니 장모님 왈"어디 팔려가는거 같다" 하신다. 하기사 작년 집중호우로 다망가져버린 평창을 따르는 도로는 아직도 보수중이다. 그 길로 들어선지 접어서 벌써 10분째다. 사람이 다닐 것 같지 않은 그런 길.
그 강변 위에 이쁘게 지어진 펜션에서 늦은 저녁과 함께 보는 바깥의 야경은 보는것보다 훨씬 을시년 스럽다.
그 와는 다르게 상냥하고 정답게 맞아주시는 주인장의 인상에서 푸근함으로 마음을 열고,
밤 늦은 시간임에도 주인은 홀로 나와 일일이 ?아준 길손들의 앞 와이퍼를 창에서 떼어준다. 아침에 얼어 붙을지 모르는 차가운 날씨의 주인장의 배려. 그 작은 배려에 길손은 큰 감동을 받는다.
늘 그렇듯이 직접 만들어 준비해간 제육과 파채와 상추를 씻고, 아내는 밥을 짖고, 아이들은 그 오밤중에도 평창강 칼바람을 맞으며 눈싸움이다.
잘 도착했음을 축하하는 건배 한잔,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 건배, 그리고 잘먹고 잘살자고 또 건배..
깊은 밤 깊은 잠을 청한다.
펜션의 계단 ⓒ copyright soodong-p
아침, 세찬 바람과 더불어 눈발이 횡~하다. ⓒ copyright soodong-p
아침보다 더 환한 평창의 아침 ⓒ copyright soodong-p
길손이 묵은 201호. ⓒ copyright soodong-p
넓은 실내와 밤새의 따듯함이 아침 모두 기운을 차리게 해준다. ⓒ copyright soodong-p
거실에서 바라본 창밖의 정경. ⓒ copyright soodong-p
어찌나 바람이 강하던지 차 지붕의 눈발이 반밖에 남아 있지를 않다.
2008년 여름,
아마도 우리 가족은 뇌운계곡과 그 옆의 클럽밸리에서 즐길듯 하다.
<출처 : 일상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