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작가 김미옥은 이 책을 읽기 전, 전혀 이름을 알지 못했던 무명의 작가다.
그런데 김미옥은 자타공인 활자중독자로 알려져 있다.
2019년부터 SNS에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간 800권의 책 읽기, 1일 1권 이상의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불세출의 서평가로 알려졌고, 의도치 않은 팬덤도 생겨났다. 《시로 여는 세상 》, 《문학뉴스 》, 《중앙일보 》등의 매체에 칼럼을 쓴다고 한다.
저서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가 있다.
김미옥의 문체는 그야말로 신선하다.
쉽게 쓴 문장이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감칠맛나는 문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 책은 60편의 수필을 4부작으로 나뉘어 15편씩 썼다.
1부에서는 김여사 해탈기
2부에서는 세상의 밥 한 공기
3부에서는 마이너들의 합창
4부에서는 소멸의 아름다움이란 소제목으로 각기 15편의 수필을 썼다.
1부에서는 그녀 자신의 성장기와 그녀 자신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2부에서는 그녀의 가정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녀의 친할머니 조쪼깐(趙早揀) 씨와 외할머니 강또귀딸(姜都鬼達) 씨의 이름을 면서기에게 위임하여 지어지다 경위와 두 할머니들의 삶의 역정을 이야기하면 우리네 삶의 뒤안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찡하다가 혼자서 여러번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녀의 친가와 외가는 거의 극과 극의 집안이 만났는데도, 극심한 절벽을 느끼는가 하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살아왔던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을 읽으면서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라는 말이 어울리게 문장의 간결함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에 매료되었다.
그녀가 썼다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가 벌써 읽고 싶어진다.
2025.3.23 자정무렵. 빗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