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아 떠난 여정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버락 오바마, 램덤하우스, 2007.
버락 오바마(1961.8.4.)는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혼혈로 태어나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하버드로스쿨 시절 <하버드 로 리뷰>의 편집장이 되고 인종차별을 극복한 증거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때 쓴 책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다. 당시 33세의 나이로 집필한 책은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거슬러 기억하는 시간들을을 자서전 형식으로 기록했다. 생의 한 부분을 정직하게 서술하는 일이 버락 오바마가 하버드로스쿨 편집장으로 지내던 시절의 글쓰기였다. 그 후, 그는 다섯 번째 흑인 상원 의원이 되었으며,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제1부 뿌리, 혼란과 두려움의 시작, 제2부 시카고, 구원을 찾아 나서다. 제3부 케냐, 화해의 땅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아버지의 부음 소식으로 시작된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케냐 루오족 출신으로 하와이 대학에 입학한 첫 아프리카 학생이었다. 이때 열여덟 소녀를 만나는데 버락 오바마의 어머니이다. 아버지는 어린 연인과 결혼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프리카로 떠나 버린다. 1960년대는 흑인과 백인 사이의 결혼을 중죄로 규정했다. 인류학 석사과정을 전공한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지고 롤로라는 인도네시아 남자와 결혼한다. 롤로는 버락 오바마를 아들처럼 대했고 인도네시아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세심하게 가르쳐준다. 어머니가 중요하게 내린 결론은 ‘교육’이었다. 어머니는 새벽 4시에 배리(오바마)를 깨워 영어를 가르쳤다. 또, 민권운동에 관한 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집을 빌려 읽게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바마를 교육시키기엔 환경이 거칠었다. 어머니는 어디에서 아들을 키워야할지 고민했다. 결국 오바마를 친정 부모님이 계신 하와이 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하와이로 돌아 온 오바마는 이 때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우연히 강연할 기회를 얻게 되고 아프리카의 역사와 케냐인의 꿈에 대해 연설한다. 학교에서 보는 아버지의 강연이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학생들의 환호에 감명을 받은 오바마는 아버지에게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이때 들은 아버지의 연설은 그 후 오바마의 인생에 강력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한다.
버락 오바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에 대해 1분 남짓 연설 할 경우가 있었다. 갑자기 아버지가 교실에서 했던 연설이 떠올랐으며 이렇게 회상한다. “아버지의 연설이 가지고 있었던 세상을 바꾸는 힘이 생각났다. 정말 정확하고 옳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모든 것이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빈민가의 헐벗은 어린아이들, 그리고 이 세상의 보잘것없는 내 자리까지도 모두...”(p.195). 오바마에게 연설할 시간은 단 1분이었지만 열정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말했다. 사람들은 계속 연설하라고 소리쳤고 누군가는 박수를 쳤다. 아버지 없어 외롭게 자란 빈자리를 오바마는 이런 아버지의 기억들로 채울 수 있었다.
성장기의 오바마는 정체성혼란을 겪는다. 아버지는 흑인. 어머니는 백인이라는 사실과 흑인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이 놀라웠다. 인종차별로 흑인들의 분노는 범죄로 이어지는 걸 보게 되는 것도 괴로웠다. 1983년 배리는 공동체 조직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미국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백인, 흑인, 아시아인을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 언젠가 새로 정의될 공동체를 꿈꿨다. 차별 없는 세상. 이런 공동체를 만들기로 말이다. 시카고에서 공동체 활동가로 일하며 빈민의 삶을 위해 미국의 법과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바마는 인권 변호사가 된다.
책은 버락 오바마가 미국 상원의원으로 있을 때 출판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미국시민으로 자랐지만 흑인이 겪는 굴욕과 피해의식을 보기도 했다. 책에는 버락 오바마가 고등학교 시절 마약을 했던 경험도 들어있고 가족사도 낱낱이 드러난다. 2007년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엔 이런 요인들이 불리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가족사를 공개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 자기가 할 일에 대한 고민했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흑인을 위한 조직사업, 주 상원의원 및 연방 상원의원을 거치며 불공평한 흑인들의 주택문제와 교육문제를 시 당국에 알리는데 철저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아버지의 나라인 케냐를 몇 주 동안 경험하며 고향의 흔적을 찾기도 했다. 책은 백인도 흑인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뜻을 당당히 펼쳐 온 오바마의 삶의 편린을 보게 된다. 독자는 버락 오바마의 성장과정을 통해 한 개인의 담대한 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권력이 없는 사람들의 무질서 속에서 신념으로 질서를 잡아가고 싶어 했던 젊은 날의 초상을 말이다. 케냐와 하와이, 시카고를 오가며 오바마는 자신을 둘러싼 사랑을 보게 된다. 조부모, 부모님, 아내는 언제나 오바마의 길을 격려해주었다. 책은 가족들의 믿음이 버락 오바마를 존재하게 했음을 확인시켜준다. 시카고의 한 인권 변호사는 혼혈이라는 인종차별을 극복하며 세상의 평등을 위해 애썼다. 끝으로 그는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 전 세계를 향해 그가 말했던 정의의 메시지를 찾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서평-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