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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일의 기륭전자 싸움, 다시 원점으로 | ||||||||||||||||||||||||||||||||||||||||||||||||
-사측의 일방적 협상결렬과 구 사옥 철거 시도, 분회원 단식 7일 째 -포기하지 않을 것, 기륭은 860만 비정규직의 절망과 희망의 경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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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86만원, 정규직 복직. 이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이 싸움은 2005년 7월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으로 시작됐다. 불법파견,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노조가 결성됐고 이는 파업과 해고, 직장폐쇄로 이어졌다. 그 후 지금까지 복직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880여 일, 5년간 지속된 이 투쟁은 비단 기륭전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징적 싸움이 되었고, 기륭분회 노동자들도 이 싸움은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인 지난 10월 13일, 결국 기륭 분회원 두 명은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15일 아침 9시, 포크레인과 용역업체 직원, 구청 공무원, 경찰병력까지 배치되고 침탈을 시도하자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이 포크레인을 몸으로 막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현재까지 밤낮으로 포크레인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온 몸으로 막고 있다. 기륭전자 사측은 이미 구 사옥 부지를 팔았고, 공장부지를 매입한 코츠디엔디 측은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농성으로 공사가 지연돼 피해가 막대하다며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코츠디엔디도 사실상 여전히 최동렬 회장의 소유라는 의혹이다. 현재 포크레인 위에는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이 5일째 올라가 있다. 아예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은 송경동 시인은 “이들은 너무나 절박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무참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설득하고 호소했지만 말이 통하지도 않고 오히려 노동자들을 자극하고 협박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이 곳에 올라왔지만 그 당시는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을 만큼 급박했다. 용산의 철거민들이 왜 그 망루에 올라갔는지 알 수 있었다. 올라오고 싶어서 올라온 게 아니다. 지금 이 위에 있는 것은 절벽까지 몰린 사람들의 마음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여기서 하늘 아니면 더 깊은 절망으로 떨어지는 것 밖에 없다.”고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전했다.
송경동 시인은 이어 “올해 전태일 열사 40주기다. 그를 아름답게만 추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오히려 40년 후 860만 명의 전태일이 생겨난 셈이다. 3개월 6개월 12개월...2년 미만의 시간 단위로만 삶을 계획할 수 있고, 그 시간동안만 사람일 수 있는 이들. 그 모멸과 굴욕, 실의와 절망...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받고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 경계에 기륭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옳았고 사측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이 옳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앞으로 어떤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겠는가.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종지부를 찍어야 하기에 한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온 것이다. 목숨을 내놓은 절박함이 아니고서는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잘 되어서, 비정규직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각 계 각층에서도 노력하겠다는 소식이 오고 있으니 다시 한 번, 다 같이 힘을 모으고 결사항전의 마음으로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라 더 넓혀져서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 그 용기를 냈을 때 승리할 수 있다는 역사를 만들어낼 것이다.”라고 투쟁 의지를 보였다.
또 다시 절체절명의 국면을 맞은 기륭전자 사태에 대해 야4당도 정부의 중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은 18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기륭전자 농성자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고,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라"고 촉구하면서 "벼랑 끝 농성을 시작한 기륭전자 조합원들을 이대로 방치하고 사측의 요구에 따라 공권력을 투입해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또 한번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서 "정부는 앞으로 불법파견으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말한 후 "(야4당은) 빠른 시일내에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