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과거의 유산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명의 산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전위적인 선언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과격하고 소란스럽고 선동적인 선언을 세계로 내던졌다. 우리는 고고학자, 골동품 수집가들로부터 이 땅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오늘 미래주의를 창립한다.” 마리네티는 이탈리아가 오랫동안 헌 옷 입은 장사꾼 노릇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 나라를 무덤처럼 뒤덮고 있는 박물관들로부터 풀어주려고 한다.” 여기서 박물관은 ‘전통’을 상징한다. 마리네티는 전통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웅변하고 있다. 그 새로운 것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마리네티가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은 다음과 같다. (번역: 이택광) - 우리는 힘과 위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겠다. 이 같은 사랑은 대담무쌍함의 습성이다. - 지금까지 문학은 황홀경, 수면, 고요한 생각만을 찬양했다. 우리는 공격적인 행동, 열에 들뜬 불면증, 경주자의 활보, 목숨을 건 도약, 주먹으로 치기와 손바닥으로 따귀 때리기를 찬양하고자 한다. - 우리는 새로운 아름다움, 다시 말해 속도의 아름다움 때문에 세상이 더욱 멋있게 변했다고 확언한다. 폭발하듯 숨을 내쉬는 뱀 같은 파이프로 덮개를 장식한 경주용 자동차 —포탄 위에라도 올라탄 듯 으르렁거리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다 아름답다. - 싸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공격성이 없는 작품은 걸작이 될 수 없다. 시는 미지의 힘들을 인간 앞에 항복하도록 만드는 폭력적 타격이다. - 우리는 세상에서 유일한 위생학인 전쟁과 군국주의, 애국심과 자유를 가져오는 이들의 파괴적 몸짓,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이념, 그리고 여성에 대한 조롱을 찬미한다. - 우리는 박물관, 도서관, 모든 종류의 아카데미를 파괴하고, 도덕주의, 페미니즘, 모든 기회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비겁함에 맞서 싸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