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즈음 다소 뚱뚱하고 운동 못하던 친구가 있다.
운동 싫어하고 지방간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 높아서 항상 피곤해했다.
그랬던 녀석이
나이 마흔 넘어서 운동을 시작한다.
등산 취미삼아 수년 다니더니 산악회장까지 역임하고 지금은 산이 시들해져서 마라톤대회를 쫓아 댕긴다.
젊을 때보다 나이들어 더 젊어 보이는 몸매가 되었다
머리털은 쫌 더 빠져 아재형상이지만
날렵하고 단단한 몸매는 청년의 그것이다.
하도 달리기를 많이 해서 허벅지 뒷쪽에는 굵은 알통이 잡혀있다.
10키로를 50분대에 주파한단다.
거의 한시간동안 쉬지않고 시속10키로 이상 속도로 뛰어야 한다.
대단한 기록이다...
이친구가 살짝 나를 간 본다
"너는 한시간 30분에도 10키로 못 뛰어야!"
"뭐시라???"
어이가 없다.
학창시절...
누구는 반장이고 누구는 공부를 쫌 했고 못했고를 기억하듯,
운동에도 서열이 있다
누구는 축구를 잘했고 누구는 농구를,야구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이 친구는 없다.
운동능력에 있어서 존재감 제로였던 그가 나를 디스한다.
달리기 기록은 둘째 치더라도 그라믄 안되지...
네가 나를 그렇게 디스하고 그라믄 안돼...
"내기하까?"
"뭔 내기?"
"50만원 빵!"
"한시간 30분은 좀 그렇고 한시간20분에는 죽어도 못들어 와야!"
"그라믄 한시간20분 50만원 빵?"
"콜!...아니 20만원 빵만 하자 내가 니돈 마니 따묵어서 뭐하긋냐!"
"콜!"
이렇게 해서 나이 오십이 훌쩍 넘은 속없는 청춘들 내기가 성립되었다.
친구의 말에 살짝 자존심 스크래치 생겨서 오기로 내기 했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십대 팔팔한 나이, 군시절에 날마다 1시간을 뛰었다.
시속 몇키로 되는지 모르고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디지게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 터질듯한 고통을 이삼십여분 견디면 무아지경 상태가 되고
숨이 다시 고르게 쉬어지는 현상을 느끼곤 했다.
단순히 몸이 웜업 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러한 현상을 전문용어로 "러너스하이"라고 하는걸 최근 알았다.
어쨌든 시속 8키로 이상 속력으로 한시간 쉼없이 뛰어야 한다.
뛰다가 걷지 않을것,
오버페이스 하지 않을것,
운동은 꾸준히 해왔는데
실제로 달리기를 해본것은,
헬스클럽 런닝머신 이삼십분 뛴것( 앞에 설치된 티비 보느라고 제대로 기록측정 불가).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 너댓바퀴 돈것,
생각해보니 삼십년 넘게 한시간 안쉬고 뛰어본 기억이 없다!!!
일요일 이른아침,
극락강변은 고요하다.
물안개와 수면의 경계가 모호하고 강물은 흐르는듯 고인듯 잔잔하다.
기지개를 펴고 숨을 마신다.
봄날 한껏 푹 해진 땅의 냄새가 올라온다.
참 달리기 좋은 날씨다.
몸을 풀다가 문득 전날 3빵으로 진 게임 생각났다.
북구청장배 본선 2회전,
절정의 물 오른 용권이를 만났다.
작년 언젠가 같은 4부때에도 3빵 당했는데 이젠 두점 받고도 안된다.
짧은 서비스 후 3구 공격...
단순한 패턴인데 넘을 수가 없다.
20대 초반선수를 50대가 어떻게 이기겠어...
시합중 용권이 포커 페이스는 멋지다.
그런데...
지가 뻔히 이길껀데 삼춘을 3빵 내부러?
한세트도 양보 안하고?
이눔시키가...
이제 진짜 뛴다.
기록을 재기위해 트랭글을 눌렀다
요이 똥!!!
가볍게 첫발을 내딛었다.
가볍게 가볍게... 오바하면 안돼...몸 풀릴때까지 가볍게 뛰어야 해...
한참을 뛰니 몸이 웜업되면서 땀이 배기 시작했다.
벌써 땀이 나?
"띵똥!"
트랭글이 울렸다.
낭랑한 여자 목소리,
현재 500미터,평균속도 7.8키로입니다!"
이제 겨우 500미터...
벌써 숨이 차고 땀이 나네?
속도는 그거밖에 안돼?
충동적으로 속도를 올리고 싶었다.
참았다.
오바페이스를 조심해야해...
달리기에 체력도 중요하지만 인내심도 필요했다.
10여분이 지나니 속도 8키로 중반대가 가능해졌다.
호흡은 일정해졌고 이 속도를 한시간 동안 유지하는것이 관건이다.
땀이 삐질나서 벗어 든 츄리닝이 걸리적거렸다.
어따 내삘고 싶은 충동이 팍 솟구쳤다.
"띵똥!"
"5키로 지점을 통과했습니다."
5키로 반환점에 도달 한 순간 획 돌아서 반대로 뛰었다.
지금부터는 통증이 없어야 한다.
30년동안 한번도 뛰어보지 않은 거리이다.
무르팍,허리 혹은 다리에 쥐가나면 레이스는 끝이다.
현재 평균속도 8.2키로
땀이 약간 흐르고 숨통은 아직 이상없다.
8키로 지점 통과!
여전히 뛸만했고 페이스는 잘 유지하고 있었다.
평균속도 8.3
속도를 올려서 기록단축을 해보고 싶었으나 참았다.
2키로는 그리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9키로 지점 통과!
띵똥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달렸다
1키로 정도는 다리에 쥐가나서 쩔뚝 거려도 갈 수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심장이 터질듯 뛰다가 배까트로 나와블라했다.
디지게 뛰었다...
"띵똥!"
"10키로 지점을 통과 했습니다."
트랭글이 울리자 마자 정지버튼을 눌렀다.
해냈다! 10키로 마라톤!
기록은... 1시간 11분 49초!
첫댓글 빨리 후속 ㅎㅎ
뜸 들이지 말고
계속 후속편 보내주세요
은근히 재밌네요 ㅎㅎ
달리기 쫌 해본 사람이라 ㅋ
형님...한시간30분에 안될껀디요...
@최양기/얼리버드 그럼 나하고 내기 해야 하나 ㅋㅋ
1시간 20분이면 저도 하고싶습니다. 돈내기말고 밥내기로..ㅎ 남자란 동물이 어느날 갑자기 관심도 없던 달리기로 내기하고 그런심리가 있어요. 저도 회사에서 비만인들끼리 달리기 내기하자고 시끄러웠었는데..ㅎ
정범이...한시간 20분에 10키로 안돼야...
@최양기/얼리버드 형님 바로는 무리고 한달전부터 매일 달리면 가능 할거같은데요. 소고기 무한리필 쏘기?? ㅋㅋ
@조정범(챔피언탁구클럽) 기록보다 한달동안 매일 달리기하면 내가 소고기 사주께!!
전 1시간 6분 기록 있는데 평화마라톤 대회에서~~~~~메달도 있어요~~빵도 주고 ~~
네 현재 랭킹 1위입니다~~`
10키로를 처음으로 뛴 후 소감은...
광주지역 탁구6부이상의 선수들은 무르팍에 이상이 없으면 평균 1시간10분대에 뛸 수 있겠다...입니다.
난 여기 해당됨 광주 자칭 최강6부
옛날 기분으로만 가능할까??ㅎ
@김철기(광산클럽) 아따...이때는 이봉주선수보다 더 잘 달리게 생기셨네용...
@최양기/얼리버드
근데 글을 울 최방장님이
너무 맛깔나게 잘 씁니다요^^♡♡♡
전 비만3부... 한달 시간주시면^^;
우와 대단하세요 정말!!!!
"리너스하이"
어떤 느낌인 저도한번 경험해보고 싶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