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속의 두섬 지심도·내도
성질급한 동백꽃, 이른봄 피워내고 나그네를 부르네
우리 땅의 봄이 남쪽에서 시작된다는 건 썩 괜찮은 일이다. 남쪽 해안을 꽃다이 수놓는 아름다운 섬들이 있어서다. 중부지역에 막바지 겨울
공세가 한창일 즈음, 이 섬들엔 흥건한 봄기운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사철 푸른 나무들을 거느리고, 때론 한겨울에도 새순을 올리며 꽃을 피워낸다.
지금 이 섬나라에서 나그네를 반기는 것은 막 붉은 입술을 열기 시작한 동백꽃이다. 동백·매화·벚꽃·진달래로 이어지는 봄꽃 행진의 맨 앞자리를
장식하는 꽃이다. 동백꽃을 만나러 남녘 거제의 두 섬으로 간다.
= 해발 97m에 10만평 넓이. 경남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 더 알려졌다. 11월부터 겨우내 피고 지기를
되풀이하는데, 2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개화를 시작해 3월말까지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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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맛을 낚아 올리는
갯바위 낚시꾼들.
| 섬으로
다가서면, 서둘러 봄맛을 낚아올리고 있는 낚시꾼들이 갯바위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다. 놀래미·감성돔 등 갯바위낚시 포인트가 많다. 시멘트길을 올라
굵직굵직한 동백나무·구실잣밤나무숲 터널을 지나면 산비탈을 따라 늘어선 소박한 민박집들이 반긴다. 집 앞에도 뒤에도 막 자태를 드러낸 붉은
꽃송이들을 단 동백나무들이 무성하다. 숲길을 잠시 오르면 탁 트인 풀밭, 군용 헬기장이다. 양옆으로 펼쳐진 지세포항쪽 안바다와 동쪽 먼바다를
한눈에 둘러보는 맛이 괜찮다. 이곳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어진 섬 일주 오솔길을 따라 산책을 즐길 만하다. 울창한 동백나무숲과 해송숲,
대나무숲이 시원한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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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가 지심도에
설치한 포진지(시멘트 원형 구조물).왼쪽으로 탄약고가
보인다.
| 이 섬이 간직한 아픈 역사의 흔적을 살펴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일제가 1930년대 섬 주민을 몰아내고 해군을 주둔시켰던 곳이다. 남쪽 시멘트포장길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폐교된 지심도분교 터가
보이고 이어 국방부 연구소가 나온다. 왼쪽길로 내려서면 뜬금없어 보이는, 완강한 원형 시멘트 구조물 세개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일제가 설치한
포진지다. 두번째와 세번째 진지 사이에는 탄약고도 있다. 탄약고 안 벽에는 수십년전 쓰여진 이름 등 낙서가 어지럽다. 섬의 북쪽 오솔길을 따라
가면 일제의 써치라이트 보관소와 방향표지석도 볼 수 있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말기 여기서 전투기로 폭격을 퍼붓는 미군과 격전을 치렀다고 한다.
남의 나라 땅 작은 섬에서 이방인들끼리 벌인 전투의 흔적들 앞에서 나그네들은 할말을 잃는다. 정상 풀밭에 서면 맑은날 일본땅 대마도가 뚜렷하게
잡힌다. 장승포항에서 도선으로 20분 거리. 14가구 20여명의 주민들이 어업과 민박집을 하며 산다. 둘러보는 데 2시간30분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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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심도에 피어난
동백꽃
| ●내도(안섬)= 최근 관광지로 많이
알려진 외도(밖섬)와 대비되는 내도 또한 동백나무 섬이다. 갯바위 낚시꾼들외엔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하다. 구조라항에서 도선으로 15분 거리.
12가구가 사는 내도는 지심도에 비해 때가 덜 탄 동백나무숲과 작은 몽돌해변을 갖춘 깨끗한 섬이다. 선착장에서 해경 건물 옆길이나 폐교된
내도분교 옆으로 오른다. 가파른 마을길 중간에서 왼쪽 흙길로 올라서면 억새숲을 헤치고 섬 꼭대기로 이어진다. 상록수인 구실잣밤나무와 동백나무가
무성한 숲을 안내해주는 건 희미한 산길 뿐이다. 꼭대기 부근은 빽빽한 동백나무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원시림에 든 느낌이다. 3월초쯤엔 뚝뚝
떨어진 동백꽃송이들로 꽃터널이 될 듯하다. 내리막길은 소나무와 수십년 묵었을 칡덩굴이 늘어진 비탈길. 나무들 사이로 외도와 해금강 일대의
아기자기한 바다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무덤이 여럿 몰린 산기슭 아래로 내려서면 몽돌밭 해변이 나온다. 피서철 아는 이들만 찾아오는 곳이다.
여기서 오른쪽 가두리양식장이 보이는 바닷가 오솔길로 들면 출발했던 마을로 이어진다. 동백나무·소나무·탱자나무들이 어울린 전망좋고 한적한
산길이다.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 가량.
거제에코투어( www.GeojeEcoTour.com)
(055)682-4202.
지심도·내도(거제)/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
<가는길>
중부지역에서 갈 경우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이용해 사천나들목을 나와 사천공항 못미쳐 고성쪽으로 좌회전, 통영 거쳐 14번 국도 타고
장승포까지 간다. 서울 남부서초동터미널에서 10시부터 하루 네차례 장승포행 버스가 있다. 지심도 배편=장승포항 읍사무소 앞에서 도선 하루
세차례(08시, 12시30분, 16시30분) 왕복. 6000원. 고려호 (055)682-2233. 동백호 (055)681-6007. 내도
배편=구조라항에서 도선 하루 세차례(08시, 12시30분, 17시) 왕복. 4000원. 선장집 (055)681-1043.
<먹을거리>
장승포항 유람선터미널 앞 길가의 혜원식당(055-681-5021) 등 해물탕집들에서 갖가지 해물탕을 낸다. 꽃게탕 3인분
1만5000원부터. 장승포비치호텔 1층의 송동월(055-682-5158)에선 좀 비싸지만 한식·일식을 깔끔하게 차린다. 갈치조림정식(3~4인분)
4만원. 모듬회(2~3인분) 8만원. 코스요리 1인 2만원부터.
<묵을곳>
지심도 민박 김무남씨집(055-681-8758) 등. 내도 민박 어촌계장 방금대씨집(011-9907-1043) 등. 2만~3만원. 깨끗한
곳에서 자려면 망치리의 망치목조민박(055-681-0039, 4만~5만원) 등 펜션이나 장승포항 한려비치호텔(055-682-5161, 일~목
6만원, 금 8만원, 토 10만원, 호텔식당 5만원 이용때 50% 할인) 등을 이용한다. 바다 조망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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