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 아주 ‘사적인 뉴욕 여행 후기’
대선 직후인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한국 도착은 15일 저녁) 짧은 기간 미국 뉴욕을 다녀왔습니다. 비싼 돈 들여 이왕 간
거 좀 더 길게 있다 오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짧은 여행 기간 덕에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시차 극복 문제와 피로함이 겹쳐 오늘 내내 피곤은 한데 잠은 오지 않는 비몽사몽을 헤매다 조금 정신을 차려 시간을 보낼 겸 해서
아주 ‘사적인
후기’를 간단히 올려 봅니다. 왜 ‘사적인’이라는 제목을 붙였나 하면 우선 좀 가볍게 후기를 쓰고 싶었고
다음으로 왜 당신 여행 갔다 온 얘기를 ‘연구회 홈피’에
올리냐고 핀잔을 주실 분이 게실 지 몰라 미리 양해와 사과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2. 불안한 출발
신체적 정신적 이유로 장기 비행에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뉴욕 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행기가 무척 크죠?
전 예전 보기만 해도 무서운 ‘터키 항공’ 여승무원, 남녀
없이 ⅹ가지 없는 ‘타이 항공’(아주 불쾌한 일이 있어 방콕
도착 즉시 타이 항공 본사를 찾아 항의했더니 본사 직원은 또 친절하더라고요)을 경험한 이후 전 모든
여행은 100% 국적기를 이용합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3. 너무나 길었던 비행시간
최근 그저 45분, 길어야 1시간 30분 정도의 여행에만 익숙해 있던 제게, 편도 13시간이 조금 넘는 비행시간, 그것도 오전에 출발해 정오 조금 넘어
도착하는 비행 스케줄은 정말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제게 친구가 되어 준
것은 ‘주역’이었습니다. 때로
‘각성’을, 때로
‘수면’을 선물해 주었던 고마운 친구였죠.
전 비행기를 타며 왕복 근 27시간에 주역을 몇 독할 수 있을까 기대에 차 계산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 ㅋ, 일독도 못했습니다. 제가
그래요. ㅋ ㅋ ㅋ
제 생각에 ‘주역’의 주인공은 ‘군자’라고 생각합니다. 주역을 읽는 이는 스스로 군자의 덕목을 배우기 위해
힘쓰기도 하지만 또 군자는 국가 혹은 사회의 ‘지도자’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과연 주역을 읽으며 지도자를
선택할 때, 군자의 덕목을 얼마나 고려하며 할까요?저는 그 게 참 궁금해집니다.
4. 드디어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 제 4 터미널에 도착하다. (칼은
제 1터미널입니다)
뉴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트럼프 이후 보안 강화 소식이 들렸지만 너무나 싱겁게 입국심사대와 세관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세관검색대에서는 신고서를 그냥 받고는 직원이 ‘생큐, 써’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깜놀, ㅎ.
공항을 나와 제 숙소가 있는 맨하탄으로
이동했습니다. ‘에어트레인’으로 자메이카역에 간 후 ‘롱아일랜드 레일로드’ 기차를 타고 맨하탄 펜스테이트역으로 이동한 후 ( 이것이 케네디 공항에서 맨하탄으로 가는 최단시간 이동수단이고 편한 수단입니다. 40분 정도 걸리는데 시간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하철 ‘이E’선을 타고 3정거장
째인 ‘세븐스 7th 애버뉴’에 도착했습니다.
뉴욕의 지하철은 오래되어 낡았긴 했지만
그렇게 지저분하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5. 센트럴파크(공원) – 가족 간의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있다.
이번 여행의 두 목표 중 하나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기 위해 흔히 현지에서 모마(MoMA)로 불리는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가기 전 (미술관이 10시 반
개관이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센트럴 파크로 갔습니다.
규모도 엄청나지만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공원은 뉴욕의 축복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줌 냄새가 진동합니다. 시민들이 개를 끌고 다니는데 길가에서 예사로 그대로 소변을 누게 합니다.
공원 벤치엔 기증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은
팻말이 붙어있는데 제기 앉은 벤치엔
‘사랑으로 자신들을 가르쳤고, 가족과 자연에
헌신했던 아빠’에 바치는 자식들의 헌사가 붙어있었습니다.
가족 사이의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늘 있어왔죠.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랑을 ‘효’라는 이름으로 너무 규격화, 형식화시켜, 오히려 가족간의 사랑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6.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고흐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드디어 모마에 입장했습니다. 미리 표를 사둔 덕에 바로 들어갔습니다. 뉴욕에 오기 전 모마와
메트로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볼 작품 목록을
적어보았습니다. 글씨가 날림이죠? 사실 제 정자체와 가깝습니다. 제가 그렇게 악필입니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입장권을 사두고도
사정이 있어 관람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모마'는 드물게 사진 촬영이 허용된 곳입니다. 그러나 전 인증 샷으로 몇 장만 촬영했습니다. 어차피 작품 사진이야
인터넷에 떠도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모두 제 인물이 함께 나오는 사진입니다. 양해바랍니다. 몇 장 올립니다.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처음
보는 순간 흥분보다는 조금 얼떨떨했습니다 늘 우리 집에서 보아왔던 작품과 너무나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거실 벽의 '별이 빛나는 밤')
저희
집 거실 벽엔 20여년 전 제 여동생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면서 사다 준 실물 크기의 ‘별이 빛나는 밤’ 사진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그것을 저는 20여년이나 늘 보면서 생활했는데 그 실물을 비슷한 형태로 걸려있는 모습을 보니 ‘어? 우리 집이랑 똑 같네?’이런
생각과 함께 조금은 신선함이 덜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곧 저는 작품 속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전 요즘 엘피판을 다시 사들이고 있습니다. 20여년 전 단독에서 아파트로 이사오며 엘피를 모두 처분했는데 다시 돈 주고 사 모우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죠?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 여기엔 ‘빈세트’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 때문에 고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래엔 ‘이제
당신이 나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겠어요’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1874년 1월)에서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썼습니다.
보통 ‘별’과 ‘밤’이 주는 정적, 서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무언가 내면의 격정을 표현한 듯한 ‘별이
빛나는 밤’을 통해 고흐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자 했을까요.
매클린은 이제 고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 앞에선 저에게 아직 고흐가 제게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는지 분명히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림이 제 가슴 속에 들어왔습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입니다. 인간의
형상을 새로운 방법으로 탐색했다는 평가를 받고있습니다. 1907년 작품으로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 바르셀로냐의 '깔레 아비뇨' 사창가를 무대로 했습니다.
앤드류 와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입니다. 1948년
작입니다. ‘이동민의 그림 사랑회’를 이끄시는 이동민 선생님이
그림 사랑회 홈피에 올리셔서 제게 도움이 되었고(제가 준회원입니다),
뒤에 조경숙 선생님이 같은 홈피에 다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작품 설명에서 하반신 마비인 크리스티나가 '신체적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집과
하반신 마비인 크리스티나와의 ‘거리’는 바로 그녀가 '의지'로
넘어야 할 현실의 장벽인 셈이지요.
7.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 인간의 목소리에 홀리다.
모마에서 너무 피곤한 시간을 보내, 다음날
원래 계획이었던 오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오후 브로드 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전 망설임 없이 '메트'를 포기했습니다. 왜냐면 ‘오페라의 유령’ 중 여 주인공 크리스틴이 단독으로 부르는 ‘씽크 오브 미(Think of Me)’를 듣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은 '마제스틱 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사진에서 맨 앞에 있는 것이 제 자리입니다.
크리스틴 역은 알리 이볼트(ALI EWOLDT, 욜드?,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가 맡았습니다. 예일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는군요.
노래를 듣는 순간 인간의 목소리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또 어쩌면 노래를 저렇게 잘 부를 수 있을까?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빠져들었습니다.
8. 뉴욕 타임즈 – 한국을 얘기하다.
호텔에서 공짜로 나누어 주는 뉴욕 타임즈를
보았습니다. 두께와 무게가 엄청났습니다. 주말판이라 그런
것 같았습니다. 안에 매거진도 들어 있고,
브로드 웨이 오프 브로드 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을 소개하는가 하면
특히 국제면에 한국을 전면으로 다루고 있군요.
제목이 ‘한국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하는 것은 힘겨운 경제적 고통’이군요. 그리고 소제목으로 ‘부패, 부채, 실업’을 달고
있습니다. 큰 사진으로 연세대 교문의 학생들을 보여주며 새 대통령이 선출된 날, 연세대 캠퍼스 학생들은 (실업문제로) 기가 죽어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타임즈 스퀘어(광장)에서 엘지 광고 전광판을 보았습니다.
새 정부 아래서 한국이 내실 있는 '경제 성장'을 하여 청년실업 문제가 완화되고, 모든 사람이 적어도 최소한의 생활은
국가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가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9. 에필로그 – 뉴욕, 오랫동안 이 도시가 그리울 것이다.
뉴욕의 맨하탄은 문자 그대로 고층건물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그 건물들이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고층건물들 사이로 저녁 노을을 보았을 때 제
감성은 충분히 흔들렸습니다.
사람에게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도시 또한
그렇겠지요. 뉴욕에서 안 좋은 경험도 몇 번 있었지만, 대체로 뉴욕은 제게 좋은 경험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쏘리’와 ‘써Sir’였습니다. 뉴요커들은 조금만 스쳐도 ‘쏘리’라고
했고, 엘리베이트 안에서는 처음 보면서도 가벼운 인사와 함께 가볍게 웃어주는 경우가 많았고, 길치에다
행동이 둔하고, 무언가를 잘 흘리고, 절차를 잘 숙지하지
못하는 제게, 여러 번 친절히 도움을 주었고, 극장 안에서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쉽게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비행기 타기가 너무 힘들어 다시 뉴욕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뉴욕이 오랫동안 '그리울 것'같습니다.
그리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오페라의
유령'의 ‘씽크 오브 미’를 들었다는 것 , 이 두 가지만으로도 전
오랫동안 '행복할 것'입니다.
첫댓글 手不釋卷 하시는군요. 책만큼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영화에서 보던 모습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요즘은 고흐의 그림을 스캔해서 질감까지 느껴지는 그림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런 그림을 구한다 해도 실제 가서보는 느낌과는 감이 다르겠지요.
감사합니다. 역시 실제 보는 것의 감흥은 말로 쉽게 표현하기 힘들더군요.
'돈 맥클린의 빈센트'를 들으며 저도 고흐를 떠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
행복하신 모습을 뵈니,
제게도 행복이 전해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피곤함이 남아 있어 힘들긴 하지만 행복한 마음은 가득합니다.
타파스님의 열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작가의 혼이 살아있는 실물과 이미테이션과는 정말 많이 차이가 나지요.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물을 보는 느낌은 정말 교감이 되는 그런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