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뭔지 몰랐다는 것이 어이없이 드러났다. 더 나아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람은 내 자신이라는 것을 차츰 깨달았다. 어휴! 차아암! 뭔일이래!
그래 남 못지 않게 배우고 사회생활을 오래했고 머리 읫쪽에 머리털이 반쯤은 없고 아랫쪽에만 빙 둘러 흰머리가 감싸고있는 사람이 그것도 몰랐단 말이야? 참 어처구니없네! 이 어처구니없는 사람!
요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작은 편으로 초등학교 4,5학년쯤 키이면서 살이쪄 목에 주름진 여성이 나와 같은 탁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탁자에 둘러앉은 네명이 한 모듬이어서 자연히 아침인사라도 나누고 모르는 것을 묻기도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친근하게 느껴졌다. 지난날에 빵집과 음식점을 했었고 자녀가 다섯이나 된다고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보니 태도가 겸손하고 누구의 말이든 귀담아듣고 될수있으면 상대방의 뜻을 존중해줬다. 그래서 강사가 반장을 정하려고 사람들에게 먼저 자원하라고 했을때 내가 남모르게 가만히 강사를 쳐다보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엄지를 조금 위로 들어올려 보여 그녀 자신이 나서기를 권했는데 고개를 흔들었다. 안된줄 알았는데 아무도 지원자가 없어 추천으로 하겠다고 하자 다른 사람이 그녀를 추천했고 투표 결과 추천받은 두명 가운데 그녀가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선출됐다.
이튿날 한 수업시간을 끝마치면서 강사가 강의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 저쪽에서 한 남자가 좀 강한 말투로 강의한 내용을 하나도 모르겠다 이해가 안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체엣 소리가 내입에서 저절로 터져나갔다. 나는 흥미로와 주의깊게 듣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대놓고 저렇게 부정할 수 있을까싶어서였다. 그가 대뜸 지금 체엣이라고 했지요? 라고 물으며 반박을 해와 아니요 라고 덮어버리려했는데 쉬는 시간에 밖에까지 따라나와 따져 누그려뜨리려 너무 강하게 열심히 강의한 강사를 면전에서 모욕하는듯해서 그런 탄식이 나왔다고 이해해달라고했더니 그도 태도를 바뀠다.
그 뒤로 그가 우리 탁자에 몇번 오가서 보니 내 앞자리 방장의 남편이었다. 뜻밖이었다. 그 부부의 겉모습이 너무 달라 저 사람들은 어떻게 부부로 맺어졌을까 적쟎이 궁금해졌다. 남편은 175쯤인데 체격이 당당하고 군살이 없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어서 숙제처럼 묵직하게 안고 그들과 함께 이틀째 묵묵히 강의만 듣고있었다.
이틀인지 사흘째인지 그가 무슨 일로 우리 탁자에 왔다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저 사람을 아내로 받아들인 것은 그 인성 때문이었고 나머지는 처음부터 묻지조차 않았다고 말했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내목이 쑥 들어가 그를 위로 쳐다봤다. 나는 그것에 반에 반도 못따라갈 그런 높은 차원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생각이었고 아름다운 결정이었다. 하도 신기하고 감탄스러워 어떻게 그런 고귀한 생각을 갖게 되었고 부인의 어떤 면을 어떻게 겪어보고 그런 끌리는 인품을 가진 사람으로 판단하게 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결혼이 이루어졌는지와 그리고 이 한 자녀도 마다하는 사람들이 적쟎은 시대에 다섯이나 되는 자녀를 낳아 기르는지 기회를 보아 묻고싶어졌다.
일주일 동안의 교육과정이 끝나고 마지막 날 주최측의 배려로 강의실 옆에서 조촐한 숯불구이 식사가 있었다. 우연히 그 남편이 먼저 앉아있던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종강파티라기에 조금 초라한 차림이었고 술이라고는 소주를 부어넣은 복분자주였지만 잔을 들어 부딪치고 조금 마신 다음 다같이 2차를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다들 대답을 안하는데 바로 옆의 그가 자신의 집으로 가도 좋고 온다면 자신이 정성들여 만든 포도주를 대접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집에 갈때 한 병씩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나와 다른 한명이 그 부부 집에 갔다. 집이 매우 넓었는데 출입문을 들어서자 나오는 복도 한쪽에 한아름 크기의 담금주 큰 병들이 십여개나 줄지어 있었고 그곳에서 부터 설명겸 자랑이 쏟아져나왔다. 식탁에 둘러앉자 포도주가 가득찬 큰 냉장고에서 엄선한 머루포도로 만들었다는 포도주 한병을 꺼내서 향과 맛을 음미하게하면서 어떻게 포도를 골라오고 얼마나 정성들여 으깨고 거르고 발효되는 것을 지켜보고 익혀 병에 담았는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향기가 좋고 맛이 깔끔해 한잔 가득 마시고 다음 일 즉, 차를 어떻게 하고 돌아갈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고싶었는데 간신히 입술을 적시고 맛을 느낄만큼만 부어주었다. 그리고는 차갑게 보관했던 귀한 수제 와인을 한병씩 안겨줬다.
한시간 이상 차가 가득찬 도로를 지루하게 운전해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던 그 부부는 매우 훌륭한 사람들이고 참말로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 나였다. 엄청난 사랑과 은혜를 준 어머니와 가족,사람들에게 아무것도 갚아드리지 못하고 살아왔고 아직까지도 뚜렸한 대책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주 혼자 있을때 이런 생각이 나면 크게 소리내어 스스로를 나무라오긴했었다. 바보야! 이 ~ 바보야!
어처구니가 뭔지를 4일째 현장견학 세번째 장소인 가와지볍씨박물관에서 보고 알았다. 어처구니가 물건이 아니고 그냥 이치가 안맞는 생각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곳 전시실에 어처구니 실물이 있었다. 그것은 기계가 없던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곡식을 갈아 껍질을 벗기거나 가루를 만들때 쓰던 맷돌의 나무손잡이로 ㄱ자 모양의 짤막한 막대였다.
이제부터는 바보야! 이 ~ 바보야! 와 함께 어처구니없는 놈아! 이 ~ 어처구니없는 놈아! 라고 더 크게 소리쳐야겠다.
첫댓글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죠?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 할 수 없는일..격
어 보아야 알 수 있는것.
맛깔 난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크고 묵직한 맷돌도 어처구니없이는 돌수없는 법!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할 적이 많은 저도 반성할 때가 많습니다
행복하세요!
가끔 올려주시는글 감동으로 읽고 잏습니다..
감사해요
오늘두웃는하루되시게요^^
안녕하세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행복한 날 맞으세요!
어머.글을참 잘쓰시네요
나이가들수록 남을이해하는 마음이 커지고 나를돌아보는 시간이 늘게되더라구요
겸손과 감사의 마음이 나이듦의 지혜구나 느끼고 살아요.
안녕하세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행복한 날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