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Walden)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정회성 옮김/(주)민음사 2022년판
자연(自然)에서 자유(自由)를 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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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은 강장제다. (본문 중에서)
시인 ‘소로’가 자연에 대해 표현한 이 말은 아이러니컬하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자연에게서 배우고, 자연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정신세계를 구축해나갔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아 45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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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연표를 통해 부가된 설명을 읽어보면, 애초 ‘소로’가 작품 《월든》 속에서 표현한 것과 같은 의도로 월든 호수로 가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작품 중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 보낸 일주일》이란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침 문학스승인 애머슨이 월든호수 주변 땅의 주인이고, 어릴 적부터 즐겨 찾았던 호수로 주변 경관이 아름다웠던 탓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 덕분에 독자인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과 ‘자유로운 삶’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불후의 고전인 《월든》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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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경제>를 포함해서 모두 17편의 수필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은 <독서>, <마을>, <콩밭>, <방문객들> 등 제목만 보면 각자 개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이 ‘월든’ 호수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에 관한 내용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책을 읽어 얻어지는 ‘월든’에 대한 감동은, 책을 펼치자 스며드는 잔잔한 만족의 여운이 시종여일 독서 밑바탕에 물 흐르듯 도는 가운데 마지막에 이르면 어느새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 채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동서양의 고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어떤 생각이나 의견도 자유롭게 표현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당당함과 문학적 재능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가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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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연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향유할 뿐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도 도출해낸다. 그 과정에서 오늘날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형태의 삶을 미리 예견이나 한 듯,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의미와 전형들을 이 작품 《월든》을 통해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그가 자신의 평생을 통해서 관철해갔고, ‘월든’에서도 여러 행태로 나타낸 ‘간소한 삶’과 ‘검소한 삶’은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물질의 ‘소비’와 그 소비를 위한 ‘노동’에 삶의 많은 시간을 바쳐가며, 쉽게 지치기 쉬운 현대적 삶의 일상에 일대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자연과 인생을 벗어난 철학적 분야에서도 탁월한 소양과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가 인류 미래의 방향을 놓고 오늘날 갈등과 혼란에 빠질 것을 미리 예견한 듯,
-고전(古典)에서 미래의 길을 물어라.
라고 갈파한 부분에 이르면 한 시대의 거인(巨人)을 보는 듯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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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다방면의 재능을 가진 거인이었다. 이 작품 《월든》에서 그는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 문학과 방대한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한 작가로서의 면모와 통나무집 주변에서 텃밭을 일구고, 직접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부지런한 농부와 지식인의 실천적인 면모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호수와 숲과 통나무집 주변을 쉴 새 없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며 작가에게 영감과 흥미를 주는 동물들과 평화롭게 상생하는 자연환경 보호자로서의 선구자적 면모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외치는 요즘 시대에서 한 번쯤 자신의 삶과 문명을 돌아보며 새롭게 성찰의 기회를 가지기에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