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8승84패 AL 서부 3위) : 제리 디포토 단장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시간을 보냈다. 지난 겨울 트레이드 14건은 20년 간 어떤 특정 팀보다 많았다. 40인 로스터를 살펴보면 과장 좀 보태 2016년 A팀과 다른 B팀을 운영하는가 싶을 정도(18명 교체). 디포토는 지난해 평균 이하였던 외야 수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치 해니거, 제로드 다이슨은 중견수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특히 다이슨은 2010년 이후 중견수 디펜시브런세이브(DRS)가 +45에 이르렀다. 디포토의 다음 목표는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투수들을 영입하는 것. 그래서 대표적인 플라이볼 투수였던 드류 스마일리를 트레이드 해왔다(2016년 스마일리 플라이볼 비율 49.3%는 ML 2위). 여기에 1루수 플래툰 파트너를 'DV 콤비(댄 보겔백/대니 발렌시아)'로 교체했다.
올해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곳은 드물었다. ESPN, FOX스포츠, CBS스포츠 같은 유력 매체는 시애틀의 예상 승수를 83~85승 정도로 예측했다. 이는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2016년 86승보다도 떨어지는 성적이었다.
시애틀은 개막 첫 3경기를 모두 패했다. 휴스턴과 맞붙은 개막 시리즈에서 1차전 댈러스 카이클에게 꽁꽁 묶여 무기력한 영패를 당했다(0-3). 2차전도 1득점에 머물렀으며, 3차전은 연장 13회초 균형을 먼저 무너뜨린 뒤 13회말 조지 스프링어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3-5). 시애틀은 4연전 마지막 경기, 마지막 정규이닝이 되어서야 두 이적생(다이슨 세구라)의 적시타에 힘입어 시즌 첫 승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다음 에인절스 3연전에서 시리즈 스윕을 당하는 등 첫 10경기 2승8패로 힘겨운 출발을 했다. 시애틀이 5할 승률을 회복한 것은 5월11일 필라델피아전. 로빈슨 카노의 맹활약으로 4연승에 성공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AL 서부지구는 이미 휴스턴이 장악했던 것(같은 기간 23승11패 .676). 휴스턴은 4월15일부터 지구 선두자리에서 단 하루도 내려오지 않았으며, 나머지 네 팀이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나갔다.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을 과시한 디포토는 7,8월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투수 네 명(펠프스/마르코 곤살레스/에라스모 라미레스/가튼)과 타자 한 명(욘더 알론소)을 데려왔지만,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스캇 서비스 감독은 "누군가 디포토에게 아무도 연락하지 못하도록 수갑을 채워놓은 것이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다. 시애틀은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 하루를 앞두고 마이크 리크를 영입하는 것으로 모든 트레이드를 완료했다.
시애틀은 9월 첫 오클랜드 3연전을 싹쓸이하고 와일드카드 2위 미네소타를 2.5경기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이후 7경기에서 2승5패에 그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텍사스 원정 4연전 마지막 3경기를 내리 가져오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심어줬는데, 다음 6경기 충격의 6연패를 당하고 쓰러졌다. 9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5경기 차를 좁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결국 시애틀은 9월25일 코리 클루버가 선발 등판한 클리블랜드에게 2-4로 패하면서 또 한 번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혼자만의 사랑이 벌써 16년째. 미 프로스포츠 팀 가운데 현재 시애틀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오래 동안 하지 못한 팀은 NFL 버펄로 빌스(17년) 뿐이다. 한편 이 부문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1994년부터 2014년까지 고배를 마셨던 토론토다.
Good : 넬슨 크루스는 올해도 건재했다(.288 .375 .549). 시즌 개인 최다 119타점으로 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시애틀 타점왕은 2001년 브렛 분(141타점) 이후 처음이다. 7월8일 오클랜드전에서는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현역 10번째 300홈런 타자이자,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로는 12번째. 크루스를 텍사스 시절부터 지켜본 서비스 감독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가 300홈런 타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서비스는 텍사스 인사 담당자 출신). 홈런 하나가 부족해 4년 연속 40홈런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마지막 4년 연속 40홈런은 2006-09년 라이언 하워드). 크루스가 시애틀로 이적한 2015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크루스보다 더 많은 홈런(126개)을 쏘아올린 선수는 없다. 조정 ops 151은 마이크 트라웃(178)에 이은 리그 2위(1500타석). 또한 크루스는 강한 타구를 판별할 수 있는 출구 속도가 올해 애런 저지(94.9마일)에 이어 두 번째로 빨랐다(93.2마일). 방망이 중심부에 맞힌 타구(Barrels Ball)도 9.3타수당 하나 꼴로 나와 타구질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카노는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인 데뷔 후 연속 2루타 30개 기간을 13년으로 늘렸다(.280 .338 .453). 8월에는 통산 2루타 500개, 9월에는 통산 홈런 300개를 돌파했다(통산 301홈런, 2루타 512). 이로써 카노는 300홈런과 2루타 500개, 여기에 통산 타율 3할 이상(.305)을 기록 중인 역대 16명 중 한 명이 됐다. 이가운데 2루수는 카노가 유일하다. 승리 기여도(fwar)가 5.9에서 3.2로 줄었지만 여전히 2루수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기록. 스탈린 카스트로(햄스트링) 대신 나간 올스타전에서는 연장 10회초 결승홈런을 터뜨리고 MVP로 선정됐다.
올해 시애틀은 포수 승리 기여도와 조정득점창조력(wRC+)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fwar 3.7, wRC+ 108). 마이크 주니노가 마침내 기량을 꽃피운 덕분이었다. 주니노는 2012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자(1순위 코레아, 2순위 벅스턴). 시애틀은 이듬해 주니노를 메이저리그에 올렸지만 주니노의 타격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었다(2013-16년 통산 350경기 .195). 올해도 첫 24경기에서 처치 곤란 상태(.167 .250 .236 0홈런). 시애틀은 주니노를 트리플A로 내려보내 타격폼을 다듬고 오게 했다. 5월말에 돌아온 주니노는 180도 달라졌다. 복귀 첫 경기부터 홈런을 때려내더니 이후 100경기 .270 .349 .571(25홈런)의 뛰어난 활약을 했다. 6월 31타점은 시애틀 월 최다보다 2타점 적은 기록. 재승격된 이후 조정득점창조력 148은 포수 1위다(200타석).
애리조나에서 넘어온 진 세구라(.300 .349 .427)와 미치 해니거(.282 .352 .491)는 시애틀을 트레이드 승자로 만들어줬다. 모두 부상을 당하면서 도합 103경기를 놓쳤지만, 두 선수가 합작한 승리기여도 5.4는 애리조나 타이후안 워커(2.5) 케텔 마르테(0.9)보다 높았다. 특히 세구라는 발목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 5년 7000만 달러 연장 계약도 맺었다(2023년 팀 옵션 1700만).
마운드는 부상 때문에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티는 날이 많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시즌 각기 다른 40명의 투수를 내보낸 것은 메이저리그 기록이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25에서 4.70으로, 불펜 평균자책점은 3.55에서 4.08로 상승했다. 비록 부상에 휘말렸지만 제임스 팩스턴은 시애틀 에이스 계보를 물려받는 모습을 보여줬다(12승5패 2.98). 개막 첫 23이닝 무실점으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데 이어 7월 6경기 6승 1.37로 이달의 투수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시애틀 팬들은 팩스턴을 응원하기 위해 단풍나무를 꽂아둔 'Maple Grove'까지 만들었다(캐나다 출신의 키가 큰 팩스턴은 별명이 Big Maple이다). 펠릭스 에르난데스 'KIng's Court' 와 비슷하지만 팬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가졌다.
Bad : 시애틀은 WBC 대회에 차출이 많이 된 팀 중 하나. 디트로이트(15명) 메츠(13명) 다음으로 많은 11명이 출전했다. 미국 대표팀에 합류한 드류 스마일리는 2라운드 베네수엘라전에서 4.1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올해 스마일리의 마지막 피칭이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한 스마일리는 6월말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결국 한 차례 등판도 하지 못했다. 이 부상은 전주곡에 불과했다. 스마일리와 WBC에서 맞대결을 벌인 펠릭스 에르난데스도 어깨, 이두근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생했다. 에르난데스가 100이닝을 넘기지 못한 것은 8월에 승격된 2005년 이후 처음(86.2이닝). 평균구속이 91.4마일에서 90.8마일로 더 떨어진 포심이 완전히 망가졌다(피안타율 .343). 홈런/플라이볼 비율 22.4%는 80이닝 이상 던진 167명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리그 평균 13.7%). 아직 나이는 31세이지만, 에르난데스는 그동안 던져도 너무 많이 던졌다.
시애틀 투수의 부상은 선발 불펜 가리지 않았다. 이와쿠마의 어깨 부상(31이닝) 팩스턴의 팔뚝과 흉근 부상(136이닝) 불펜에서 든든한 활약을 해준 토니 지크(45경기 2.66)도 팔꿈치/팔뚝 부상으로 8월에 시즌을 마감했다(40.2이닝). 시즌 중반 마이애미에서 데려온 펠프스는 10경기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8.2이닝). 자신도 메이저리그 불펜투수 출신인 제리 디포토는 크게 낙담했다. 존 스탠튼 구단주는 "장담컨대, 지난 6개월간 제리(디토포)와 나눈 연락 중 40% 정도는 부상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시애틀이 목표로 삼은 외야수비 강화와 플라이볼 정책은 어떻게 됐을까. 시애틀 외야진은 실제로 수비력이 굉장히 개선됐다. 지난해 ML 27위였던 외야 디펜시브런세이브(-27)가 ML 5위(+21)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외야 어시스트 순위도 10위(31개)에서 4위(34)로 좋아졌다. 수비 범위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UZR/150)도 25위(-5.6)에서 5위(+3)로 환골탈태 했다. 그러나 외야 승리 기여도는 8.9에서 되려 5.4로 낮아졌다. 수비로 일내려는 나머지 공격을 저버린 결과였다. 캔자스시티도 생각하지 않은 제로드 다이슨(.251 .324 .350)을 선발로 낙점한 것은 중견수 조정득점창조력 ML 28위(75)로 추락하는 사태를 불러왔다(2016년 88).
스마일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애틀 투수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플라이볼 비율을 기록했다(39.3%). 변수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역대급 홈런 광풍이 불어닥친 것. 플라이볼의 14.1%가 담장을 넘어간 시애틀은 메이저리그에서 네 번째로 높은 9이닝 피홈런 수(1.48개)를 남겼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리엘 미란다(8승7패 5.12)로, 미란다는 160이닝을 던지면서 피홈런 37개를 내줬다. 160이닝을 던진 투수가 9이닝 피홈런 수 2개를 넘긴 것은 미란다 뿐(2.08개). 시애틀 역사상 미란다보다 더 심한 홈런 공장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2004년 제이미 모이어 1.96개). 디포토가 끈질기게 밀고 있는 1루수 플래툰도 성과는 내지 못했다(wRC+ 94→92).
마무리 에드윈 디아스는 올해도 팀의 뒷문을 지켰다(34세이브 3.27). 잠시 마무리 자리를 박탈당했지만 다시 서비스 감독의 신뢰를 받고 7월 이달의 불펜투수로 이름을 올렸다(7월 8세이브 1.98).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이 떨어진 것은 분명했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경기마다 기복이 심해졌다(BB/9 4.36개).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2.79)보다 수비 배제 평균자책점(2.04)이 더 낮았는데, 올해는 수비 배제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넘었다(4.02). 인플레이 타율(BABIP)이 .377에서 .236로 바뀐 것도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리그 평균 BABIP .295).
전망 : 시애틀은 지난해 구단주가 교체됐다. 2000년 이후 구단 경영진으로 참여했던 존 스탠튼이 팀의 새 얼굴이 됐다. 스탠튼은 시애틀의 열성적인 팬. 올해 구단주로 치른 첫 시즌을 되돌아볼 때도 "팬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며 동질감을 드러냈다. 스탠튼은 부상자가 많긴 했지만, 9월 중순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팩스턴의 복귀로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었다고 밝혔다. 팀이 시즌 중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주시한 모습이 묻어났다. 스탠튼은 더 젊고 운동 능력이 발달된 팀으로 만드려는 디포토의 운영도 불만이 없다고 덧붙였다.
시애틀은 세구라(27) 해니거(26)의 합류로 타선이 젊어지긴 했다. 하지만 팀의 주축인 카노(35)와 크루스(37)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카일 시거도 내년이 30세 시즌이다.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시간이 똑바로 흘러가고 있으며, 팩스턴(29)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게다가 당장 마이너리그에서 수급할 수 있는 정상급 유망주도 없다. 팀 최고 유망주 외야수 카일 루이스는 지난해 드래프트 지명자(11순위)로 이제 막 상위싱글A를 뛰었다(38경기 .255 .323 .403). 우완 닉 니더트는 더블A로 승격되면서 난타당했다(6경기 1승3패 6.56). 이에 시애틀은 외부에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오클랜드에서 라이언 힐리(25)를 데려오는 것으로 시동을 걸었다. 또한 화이트삭스에 우완 티아고 비에이라를 주고 국제 계약 보너스 금액 50만 달러를 충원했다. 이로 인해 시애틀은 오타니 쇼헤이에게 쓸 수 있는 돈이 155만7500달러로 늘어났다.
야수 fwar 순위
3.8 - 넬슨 크루스
3.6 - 마이크 주니노
3.5 - 카일 시거
3.2 - 로빈슨 카노
2.9 - 진 세구라
2.5 - 미치 해니거
2.1 - 제로드 다이슨
1.6 - 벤 게이멀
투수 fwar 순위
4.6 - 제임스 팩스턴
1.8 - 닉 빈센트
1.3 - 마이크 리크
1.0 - 에드윈 디아스
0.8 - 에밀리오 파간
0.5 - 앤드류 앨버스
0.5 - 에라스모 라미레스
0.4 - 펠릭스 에르난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