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베드 3,12-15ㄱ.17-18; 마르 12,13-17
+ 찬미 예수님
지난 토요일 복음에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은 예수님께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말문이 막혀 되돌아갔고, 예수님께 올무를 씌우려고, 이번에는 바리사이와 헤로데 당원들을 보냅니다.
바리사이와 헤로데 당원들은 정치적으로 정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리사이는 유다 분리주의를 옹호하고 엄격한 계율의 준수를 주장하던 사람들로서, 이스라엘 안에 이방인의 세력이 주둔하는 것 자체를 혐오했습니다. 한편 헤로데 당원들은 로마와 결탁하여 한자리를 차지한 헤로데 안티파스의 지지자들로서, 정치적으로 로마의 식민 지배를 지지했습니다.
서로 반대입장에 서 있던 두 세력이 함께 찾아와 예수님께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질문을 던집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만일 예수님께서 세금을 내라고 대답하신다면, 바리사이들은 당장 “예수, 로마 식민 지배 옹호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군중들을 선동해 예수님의 인기를 떨어뜨릴 것입니다. 그러면 그간 군중이 두려워 예수님께 손을 대지 못했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 원로들이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 것입니다.
반대로, 예수님께서 세금을 내지 말라고 대답하시면, 이번에는 헤로데 당원들이 “예수, 황제에게 반기들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빌라도에게 고발해 사형에 처하라고 할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단순히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이기 위해 결탁하고 함께 온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라 하신 다음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십니다. 데나리온은 로마 화폐로서, 한쪽에는 황제의 흉상과 함께 “티베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하느님인 아우구스투스의 아들”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다른 쪽에는 “대사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황제가 인간과 신들 사이의 중재자라는 뜻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물음에 그들이 “초상과 글자가 황제의 것”이라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데나리온의 초상과 글자가 황제의 것이기에 데나리온 동전이 황제의 것이라면, 하느님의 것은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것, 바로 인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 1,27)는 창세기의 말씀을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즉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것이기에,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황제는 인간일까요? 신일까요? 동전에는 신이라 써 있지만, 당연히 인간입니다. 그러니 그 자체로 우상 숭배일 뿐인 그 동전은 황제의 것일지 몰라도, 황제조차도 하느님의 것입니다. 예수님은 현명한 대답으로 위기를 모면하신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임을 밝히셨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어떤 정치인이,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사제들과 김수환 추기경님을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종교인들은 종교에 전념하라”고 충고한 바 있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해석을 따라가는 신앙인들도 있습니다.
우선, 그 말이 맞다면, 왜 종교의 영역인 성경 해석을 정치인이 하는지 모르겠고, 그 해석을 왜 신봉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이 말씀이 그런 뜻이라면, 일제 강점기에 예수님께서 우리나라에서 사셨다고 가정했을 때, 일본의 식민 지배는 정치문제이니 정치인들끼리 알아서 하고, 신앙인들은 기도만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말씀하셨다는 것일까요? 이는 예수님께 대한 모욕입니다.
예수님은 헤로데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들으셨을 때, “가서 그 여우에게 전하여라.”(루카 13,22)라고 말씀하신 바 있고,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냐?”고 묻는 빌라도의 물음에 “나는 정치문제에는 개입 안 했으니 봐주시오”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요한 18,37)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오늘 독서 말씀은 베드로 2서의 말씀인데요, 3장 16절의 말씀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더러 알아듣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무식하고 믿음이 확고하지 못한 자들은 다른 성경 구절들을 곡해하듯이 그것들도 곡해하여 스스로 멸망을 불러옵니다.”
나에게 그럴듯하게 생각되는 것이 진리가 아니라, 나의 아집을 무너뜨리는 것이 진리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대하며,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것으로 대하고 있는지 성찰하며, 우리의 정치가 모든 인간을 하느님의 것으로 올바로 대하고 있는지, 복음의 빛으로 깨어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데나리온 동전: TI(berius) CAESAR DIVI AUG(usti) F(ilius) AUGUSTUS
-> 티베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하느님이신 아우구스투스의 아들
PONTIF(ex) MAXIM(us) -> 대사제
첫댓글 우리 모두는 국가의 안녕과 복지를 증진 시키기 위해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모든 규범에 충실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모든 중요한 도덕적, 사회 이슈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늘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