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불붙인 36시간 뱅크런… ‘모바일 나라’ 한국도 남일 아니다
지난해 은행 비대면 거래가 51.2%… “사이버런 대비해야”
홍준기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3.15 03:00 조선일보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8억달러 손실을 봤다는 공시를 낸 지 36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파산하자 ‘스마트폰 뱅크 런(bank run·대량 출금 사태)’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은행 고객들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소식을 전하며, 스마트폰에 설치된 은행 앱으로 예금을 순식간에 빼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태가 은행 시스템의 새로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는 이번 SVB 파산을 ‘사이버 런(사이버 뱅크 런)’이라고 표현했다. “비대면 거래를 통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출금 요청이 쏟아져 들어오자 은행이 자산을 매각해서 예금을 내줄 여유 없이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죠. 이는 ‘사이버 런’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새로운 현상입니다.” 차 이사는 “사이버 런의 등장에 맞춰 금융 당국도 빠른 속도로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챙겨봐야 한다”고 했다. ‘가짜 뉴스’ 때문에 멀쩡한 금융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비대면 금융거래 비율이 높은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에서 비대면 거래(인터넷·모바일·전화 거래)는 전체 거래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비대면 거래 비율은 2015년 28.8%에서 지난해 51.2%까지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사이버 런’ 가능
비대면 거래 중에서도 모바일 거래의 비율이 가장 높다. 스마트폰에 깔린 은행 앱을 통한 ‘모바일 뱅킹’은 2015년 전체 은행 거래의 11.7%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엔 39.7%까지 높아졌다. 짧은 시간에 스마트폰에서 은행 앱에 접속해 계좌에 있는 자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지점 앞에 사람들이 몰려와 항의하는 형태의 전통적인 ‘뱅크 런’보다 속도도 더 빠르다.
모바일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지난해 금융 당국도 ‘자금 쏠림’ 현상에 대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시중은행들이 연 4~5%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자 사람들이 기존 2금융권 상품을 해지하고 자금을 옮기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에서는 시중은행에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일부 지역 농협·신협에서 특판 적금이 너무 많이 팔려서 고객들에게 “해지해달라”며 읍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 8~10% 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전체 한도 설정을 하지 않는 바람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예금이 몰렸던 것이다.
증권 거래 등 다른 금융 거래에서도 모바일 거래 비율은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체결 금액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의 모바일 거래 시스템(MTS·증권사 앱)을 통한 거래 비율은 2015년 28.9%였는데,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60.7%로 높아졌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모바일 거래 확대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이나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불러오게 된다”고 했다.
◇예금자 보호로 투자자 불안감 줄여야
투자자의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 등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사가 파산하는 등 상황에서 고객의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그런데 예금자 보험 한도가 금융사별로 1인당 5000만원이라 경제 규모 증가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0년 넘게 그대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예금자 보험 한도를 넘어서는 예금의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예금보험공사가 국회 정무위원회 김희곤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에서 보호 한도 5000만원을 넘어서는 예금의 비율은 2017년 61.8%(724조3000억원)였는데, 지난해 6월에는 65.7%(1152조7000억원)로 높아졌다. 저축은행도 이 비율이 2017년 10.7%에서 작년 6월 16.4%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해외 주요 선진국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1000만엔(약 9800만원), 독일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다. 미국의 경우는 6배 이상 많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나 된다. 비대면 거래 비율이 높아지면서 예금자의 불안감이 순식간에 대량 인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단독] 국민연금, 보호대상 아닌 SVB 주식·채권 1389억원어치 보유
홍준기 기자 입력 2023.03.15 10:20 조선일보
국민연금이 파산한 SVB 주식과 채권을 지난해 말 기준 1389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은행(SVB) 주식과 채권을 1389억원어치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SVB 예금은 보호해주기로 했지만, 주식과 채권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을 1218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위탁투자분이 923억원어치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거래 정치 조치에 따라 매도 등 단기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제3자 인수 및 미국 정부의 대책 등에 따라 거래 재개될 경우 매도·보유 여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SVB 채권도 지난해 말 기준 171억원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은행 폐쇄 직전 일부는 매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최혜영 의원은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파산에 이른 SVB의 상황과 미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위기 관리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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