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세번째 월요일 저녁에 열리는 "대전향토문화연구회"의 초청강의를 들으러 가는 길에
지금은 쇠락하였지만 100여년 전
우렁찬 만세소리와 태극기 물결이 펼쳐지던
옛 인동시장 자리의 "인흥상가아파트" 1층을 둘러 보았다.
미곡상이 떠난 빈 가게의 굳게 닫힌 셔터에 그려진 그림은
옛 추억을 되 살려 주는 영낙없는 그 때 바로 그 모습이다.
"대전천 동로"를 따라 인창로와 대흥로를 건너서니
헌 책방들이 반겨주고
중앙시장에 닿으니
"화월통"에 매달린 색색 양산이 반겨준다.
먹자골목 모서리 맛집 앞에서
눈요기를 하며 군침도 흘리다가
중앙로를 향하는데 50여년 전 "충청은행"이 첫울음을 터트린 곳을 지나
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시계골목 반평짜리 가게들도 닫힌곳이 더 많다.
대전시의 무관심과 무능으로 경매로 넘어가 사유물이 되어버린 옛 식산은행 앞에 서니
"대전 0시 부르스 축제"를 알리는 내림걸개가 펄럭인다.
파란 불을 따라 건널목을 건너서 뒤 돌아 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은 안경점이 되었고
목척교의 동편 끝, 남쪽 모서리에 있는 옛 "제일은행 대전지점"은 "스텐다드챠타드뱅크"로 바뀌었고
북쪽 모서리에 있는 옛 "상업은행 대전지점"은 "우리은행 대전중앙지점"으로 바뀌었는데
1997년 12월 김영삼정부 끝판에 몰아친 외환위기를 우리들은 "IMF난리"라고 불렀었다.
"여행자 쉼터" 라는 멋진 우리말을 버리고 꼭 "트래블 라운지"로 불러야 하나? 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 숨기고
2층에 올라서니 반가운 얼굴이 반겨주고
먼저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니
명 강의는 정시에 시작된다.
熱講, 熱聽, 그리고 여기 모인 모든 님들의
찐한 "대전사랑" 氣運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