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한국일보 신춘당선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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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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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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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들이 깨어져 모래알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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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들은 그 빛의 알갱이로 집을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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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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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러들이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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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묵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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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석양 옷자락 뒤에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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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게 찾아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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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따라온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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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넓은 밤하늘을 배불리 빛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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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계곡 꿈을 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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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배가 저보다 큰 텔레비전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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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버지 하얗게 빛나는 이빨을 앞장세워 돌아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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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친 길을 어루만지며 그만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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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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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삐비꽃을 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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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소리 사라진 언덕에 앉아 있으면 석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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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하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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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처럼 담긴 마당에 관절염의 다리를 쉬다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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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서 산 황소가 다리를 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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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경운기 쉬고 있는 묵전을 쳐다 보는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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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바람이 낡은 집들을 어루만져주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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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파도소리에 안겨 젖을 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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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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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전: 묵혀두어 잡초가 무성한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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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참! 삐비꽃 피기전에 한번 갑시다. 삐비도 뽑고, 찔레새줄기도 벗겨먹고.........
초등학교 청소시간이면 바닥에 왠 삐비껍질이 많았는지 아~ 생각난다 추억이........동심으로 돌아가고잡다 화정인이여 우리 삐비뽑고 쑥캐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