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천 콘서트 이후 1년만에 만날 태춘,은옥님, 그리고 울 첫차님들 만날 생각에
부푼 가슴을 안고 집을 나섰다.
근데 부천가는 버스가 막혀 영화 상영 시작 후 5분만에 불꺼진 어두운 객석 자리를 겨우 찾아 앉았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 이 영화는 아마 이번이 6번째 관람인데도 2시간 내내 눈을 뗄 수가 없고 봐도 봐도 왜 이리 주책없이
눈물은 계속 흐르는지. 예술가 정태춘에 대한 흠모의 눈물인지, 어두운 반동의 동시대를 같이 살아낸, 아니 지금도 반복되어 벌어지고 있는 가진자들 권력의 미친 독재의 칼바람 시대가 오버랩된 때문인지.
소리내어 훌쩍이지는 못하고 옆사람 눈치보며 조용히 소매로 닦아내기만.
그런데 내 양 옆에 앉은 분들도 눈물 닦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2시간의 영화가 끝나고 잠시 10여분 쉬는 시간을 갖고
정,박쌤의 미니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정,박쌤 뒤에는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들만 함께하는.
태춘님은 시인의 마을로 시작해 촛불, 북한강에서, 떠나가는배, 92 장마 종로에서를
은옥님은 회상과 꿈꾸는 여행자를 불러주셨다.
마지막 노래로는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인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테너 가수님과 합창이었다.
그리고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으로 퇴장 후 다시 나와서 앵콜곡으로 [사랑하는 이에게]를 들려주셨다.
공연 중간에 이색적으로 [이어도]라는 시 낭송도 있었다.
중간 중간에 은옥쌤이 몇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줘 관객들을 웃음을 자아냈다.
1. 79년 신인여자가수상 후보에 은옥님과 심수봉이 올랐는데 심수봉이 수상하는 바람에 신인가수상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2. 아마 오래된 첫차님들은 아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북한강에서]라는 노래 탄생비화도 들려줬다.
다들 태춘님이 북한강을 여행하다가 그 풍경에 심취해 가사가 떠올라 작사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의외로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그때 본 북한강을 보면서 작사,작곡을 했다고 하네요.
3. 여러분 태춘님의 노래 [아치의 노래]에 나오는 '아치'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두 쌤의 집에 잉꼬새를 키우는데 새 깃털 색깔이 화려해서 따님인 새난슬님이 새 별명을 양아치라고 불러서 아치가 되었답니다.
아치의 처지를 태춘님의 처지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만든 노래랍니다.
4. 태춘님이 반팔티를 입고 [정동진3]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은옥님은 가끔 퀸의 머큐리에 비유하시는데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색시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태춘님이 그 후 자주 반팔티를 즐겨 입는다는 소식입니다.
공연후 근처 중국집으로 10여명이 가서 뒤풀이를 했습니다.
노래 부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태춘님 노래머신(?) 별명을 갖고 있는 정태춘만만세님의 선창으로 함께 노래 몇곡 불렀습니다.
[에피소드]
1. 영화 상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본 분이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화가님이었어요.
심지어 제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앉아서 같이 훌쩍이고 있었더라구요.
이런 인연이 있을까요?
2.공연마치고 문화재단에서 로비에 부착된 포스터를 떼서 가져가도 된다고 해요.
그래서 공연보러온 분들 중에 포스터 떼는 것을 도와줬는데 팬카페에서 오셨냐고 물어봐서
카페 이름도 알려주고 가입 홍보도 했습니다.
올만에 정.박쌤 뵈서 좋았고 울 첫차님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올해 가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담에 다시 만나요^^
첫댓글 아~아~ 글 읽으믄서 어구야꾸 부럽기만해서 삐져나오는 감탄사에 괜히 쭈글랑시럽지만 그래도 부러븐 건 어쩔 수 없네예~ ^^;;;
그래도 가서 안 봐도 본 듯한 디테일한 하하호호님의 후기에 나름 자위하고 좋은 후기 감사 디리고 칭찬합니더~ ^^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고맙습니더. 오데 경상도 쪽 인가보네예.
@하하호호
예, 갱상도 보리뭉디라예~ ㅋ
더 정확하게 말씸디리믄 부산 해운대비니루봉다리派입니더~ ^^
예전 어떤 방송에서 촛불의 탄생비화도
얘기해주셨었는데...
박은옥 선생님 설명에 따르면
정태춘 선생님이 실연당하신
아픔으로 만드신 곡이라고 ㅎㅎㅎ
태춘님 정도 외모면 많은 처자들 울렸겠죠ㅎㅎㅎ
하하호호님의 긴 글로 다시금 그날의 좋았던 시간들을 기억할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몇번 인사드린 분 외에는 닉네임을 잘 알지못해 죄송합니다...^^;;
단체사진 밑에 설명이나 닉네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늠선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도 오프모임에 커밍아웃 한지 얼마안되서 얼굴 잘 몰라요. 우리의 터줏대감 수락산 형님이 사진해설 해주시면 어떠실지.
기존에도 단체사진에 닉네임 달았는데 오래되면 밀려 내려가니 우리님들의 의견반영 우선 최근 단체사진부터 닉네임 달아 공지글로 상단에 고정배치했습니다.
그날 전국 촛불집중집회 등 주말일정이 많았음에도 한걸음에 달려와 이렇게 생생한 후기까지 작성해주신 하하호호님 감사합니다.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함께부른 분은 테너 박정섭님 이십니다.
40주년 날자 오리배 전국순회공연의 고정멤버 이지요
아 박정섭님 이시군요.
고맙습니다.
첫차님들 모일수있게 이끌어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락산 형님 늘 건강하셔요.
하....너무 부럽습니다. 내 인생 버킷리스트가 태춘ㆍ은옥님과 막걸리 마시며 두분 얘기 듣는건데요 .. 가능하다면 밤새내내 ~~ㅎ
노래머신이 너무 오래되서 그만...
다음엔 노래머신이란 흘러간 이름 답게(?) 보수해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