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내 동시집 《꿈꾸는 돼지 꼬리》(아동문예)
천선옥 글/나다정 그림 | 브로콜리숲 | 2024년 08월 31일
책소개
여기는 딱 하나뿐인 우주타운입니다
2008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천선옥 시인의 다섯 번째 동시집. 특히 이번 동시집 『여기는 우주타운』은 2024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문학 창작산실)사업에 선정된 작품집이다. 앞서 네 권의 동시집 『안개의 마술 학교』 『블랙박스 책가방』 『해바라기가 된 우산』 『우주꽃의 비밀』을 낸 바 있는 시인에게 문삼석 선생이 보낸 출간 축하 편지글을 인용하면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천 시인님이 맞는지 의심을 할 정도”라고 할 만큼 천선옥 시인 지난 네 권 동시집에서 보여준 자신의 시를 새로이 갱신해 보여주고 있어서 독자들의 기대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천선옥
서울에서 출생했습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2008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7년 '아동문학평론' 동화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경기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동시집 『안개의 마술 학교』 『블랙박스 책가방』과 동화집 『엄지공주의 초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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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 마을에 딱 하나뿐인 철물점”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염두에 두는 시적 영역이다. 딱 하나뿐이라는 것은 예술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런 철물점이라면 필시 「아름다운 철물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갈망하던 철물점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철물점”이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철물점”이다. 시는 언제나 있었고 시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없는 게 더 많은 철물점이 된다. “없는 게 더 많은”은 ‘가진 게 없는’과는 엄연히 다르다. 없는 게 더 많은 상황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없지만 실망하지 않는, 그럴 줄 아는 그러한 발길의 되돌림. 하지만 이야기로 가득 차올라 돌아오는 길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내게 심부름을 시킨다” 뻔히 알면서도 걸음을 해보는 거기에 시는 깃든다. “노을이 내려앉는 저녁/ 철물점 양철지붕 위로 은행잎들이 후두두둑 떨어”질 때 몸과 마음에 빛 하나가 반짝거린다.
“저 이름 누가 지었을까? 참, 잘 지었다” 이렇게 시도 완성이 된다면 참 좋겠다.
언제나 아침이면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시절이면 좋겠다. 사과 한 알이 주는 충만함. 그것은 신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일. 「사과 한 개를 먹는 동안」은 “구름이 내려앉”고 “새들이 낮게 날”고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가야 한다. 그 일들을 겪어낸 “뒤이어 햇살이 쫘악 퍼”져서 그것 또한 참 다행이다. 미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다만 바라볼 뿐. 거기에 더해 “흰둥이가 컹컹 짖”고 “감나무에 앉은 새들이 짹짹 대답한다”
“사과 하나를 먹는 동안의 일이었다” 사과 한 개를 먹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므로. 그것은 또한 하나의 기적으로 여겨진다.
굳이 이런 「숨은그림 찾기」는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인데도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까 그렇다. 세상은 본디 “눈부신 소금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니?”와 같아야 한다. 하지만 하는 수 없이 숨은 그림은 찾아지고야 만다.
“플라스틱, 비닐, 빨대, 옷, 사탕 껍질이/ 소금 속에 다 들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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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옥 동시집 《꿈꾸는 돼지 꼬리》(아동문예)
아름다운 철물점 / 천선옥
우리 마을에 딱 하나뿐인 철물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철물점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철물점
그런데도 엄마는 내게 심부름을 시킨다
- 철물점에 가서 욕조 거름망 좀 사와
- 또 없으면?
투덜투덜 철물점에 갔는데, 또 허탕이다
노을이 내려앉는 저녁
철물점 양철지붕 위로 은행잎들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저 이름 누가 지었을까?
참,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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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씨 / 천선옥
‘쟤는 항상 혼자야!’
라고 말하지만
난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한테는 외로움씨가 있어
말이 없지만
함께 있어주는 외로움씨
내가 멍 때리고 있을때
함께 멍 때려주는
내가 노을을 볼 때
함께 바라봐주고
내가 집으로 걸어올 때
내 어깨에 앉아
함께 오는 외로움씨
네 눈에는 안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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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 천선옥
나무가
자꾸
하늘을 밀어낸다
땅에서 점점 멀어지는 하늘
그래서 하늘이 맑은가 보다
너희가 애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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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샤벳 / 천선옥
볍씨 실컷 주워 먹고 날아가던 철새들
구름을 날름날름 먹는다
철새들도 우리 엄마처럼 밥 배 디저트 배 따로 있나?
그 많던 구름 다 사라지고
하늘이 파랗다
--- 「구름 샤벳」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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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 천선옥
오월이
들꽃 한 무더기를 등에 업고
나비를 머리에 이고
벌과 잠자리를 어깨에 얹고
바람과 꽃향기를 품에 안고
연두와 연두 사이로 온다
--- 「오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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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개를 먹는 동안 / 천선옥
구름이 내려앉는다
새들이 낮게 날아간다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간다
뒤이어
햇살이 쫘악 퍼진다
흰둥이가 컹컹 짖는다
감나무에 앉은 새들이 짹짹 대답한다
사과 하나를 먹는 동안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