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작은 뼈에게
정끝별
귓속 고막에서 달팽이관 사이
이소골을 이루는 추골, 침골, 등골이라는 가장 작은 뼈들이 가장 나중까지 듣는다기에
들을 때 속귀의 뼈들이 움직인다기에
임종을 선고한 의사가 나가자
아직 따뜻한 엄마 겨드랑이에 손을 묻고
작은 목소리로 가장 작은 엄마의 뼈들을 어루만지며
엄마 귀에 대고 말했다
엄마,
엄마가 돌아간 시간을 잘 기억할게
엄마도 잘 기억해서 그 시간에 꼭 찾아와야 해
—계간 《창작과비평》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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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건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그 약속에는 그를 언제까지 기억한다는 추억이 바탕이다. 기억은 그리하여 만남과 헤어짐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가장 나중까지 잘 듣는 "귓속 고막에서 달팽이관 사이 이소골을 이루는 추골, 침골, 등골"이라는 작디작은 뼈들을 만지면서 속삭이는 약속은 그 뼈들이 소리를 맨 나중까지 잘 듣기에 가능한 약속이다. 우리 신체 중에 가장 약소한 뼈인 이소골은 소리의 진동을 고막에서 내이로 전달한다. 추골, 침골, 등골의 사이즈는 모두 몇 밀리미터이다. 가장 작은 것들에게 하는 약속이기에 가장 소중하리라는 믿음 때문에 시는 고통과 연결된 따뜻함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품고 있다.
송재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