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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적 소 굴 ● 스크랩 산골 아낙의 푸념 소리 - 호남의 강원도
산적(주정필) 추천 0 조회 16 15.11.12 07: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호남의 강원도


날씨가 며칠간 꾸물거리더니 드디어 비, 금요일부터 가을비가 내렸다.
일요일,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자 우린 읍내로 향했다.
5일장 보러.


우리 차, 모닝이 동네 어귀를 벗어나자 앞산의 단풍이 눈에 확 띈다.
불과 사나흘 만에 온통 든 단풍.
노란 계열의 단풍이다.


안심지를 끼고 돌아 갈두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자마자 눈에 확 들어오는
또 다른 붉은 빛.
가로수가 온통 붉다.


오랫만의 가을 단비에 목욕재계라도 한 듯, 눈부신 자태와 색조를 드러낸 가로수들.
덩달아 산들의 나무들 또한 붉거나 노란 옷들로 갈아입고 가을 축제를 벌이고 있다.


해발 450m 고개마루 둔병재를 넘어 내리꽂다, 좌로 우로 돌고 오르며
달리는 수만리길.
들국화 마을을 지나고 만연산 밑길로 들어서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와~ 우와아~~ 이쁘다 이뻐~~"


제 아무리 걸출하고 유명한 세기의 수채화가라한들 이 색조를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자연이 연출해내는 섬세하고 화사한 단풍 색에 나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와~~"


보아하니, 이미 속보를 때린 듯, 수많은 차량과 인파들이 고운 단풍에 홀려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누군들 이 색에 반하지 않으리~
상춘객 아닌 상추객들이 투명하게 빛나는 빨강색 아래서 한 몸이 되려 애쓴다.
사진 찍어대며.


갈두삼거리에서 큰재까지의 한상적인 산길.
'호남의 강원도'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숲길이다.
강원도도 이만큼 예쁘진 않을 것 같은.


큰재 넘어 내리막길을 달려 크게 우회, 좌회하며 읍내로 진입하자,
이번엔 은행나무들이 온통 노란색이다.


"우와~ 이쁘다~ 나무들은 갈 때가 되면 왜 이토록 아름다울까~
인간들은 갈 때 되면 추해지는데~"
나는 조수석에서 독백 비슷한 하소를 한다.


초겨울의 문턱에서 형형색색, 총천연색의 색조와 자태로,
가는 마당 환희의 축제를 즐기고 있는 나무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들은 병마에 시달리다 가기 일쑨데~
에고오~ 한숨이 입술로 새어 나온다.


그러다 문득 예쁜 손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보기만 해도 너무 예뻐서 절로절로 미소 돋는~


그래! 사람들 누구나 예쁘지 않은 유아기를 거친 적 없지.
다들 그렇게 예뻤었어~
너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그도 그랬고, 누구나 다~


헌데 왜 늙어선 그러지 못할까~


이유는 단 한가지.
초심을 잃어버리기 때문.
뭐든지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어린아이의 활짝 열린 오감.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성정.
그 밝고 환한 빛깔이 세월의 때를 입고 온갖 탐욕과 편견과 이기로 변하기 때문.


그래 맞아!
사람들이여~
우리 세월의 때를 벗자.
때를 벗고 요람에서의 밝음을 되찾자.
몸뚱이는 비록 낡고 남루하지만, 인영만큼은 환히 빛나는 밝음을 되찾자!
누가 봐도 미소지을 수 있는 환한 밝은 빛으로~


 2015.11.11.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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