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손미나 지음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거야』
산티아고 길
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13권의 베스트셀러 책을 낸 인플루언서로 스페인과 한국을 잇는 문화 홍보 대사이기도 하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에 이어 스페인 관련 책을 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800km을 40일에 걸쳐 걷고 난 후 낸 여행기이다. 표지 뒷글에 이 책이 ‘인생 길 위에서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자신을 믿을 용기와 따뜻한 응원을 전해준다’고 쓰여 있다.
산티아고(성 야곱)는 예수의 제자 중 한 사람이다.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을 때 산티아고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으로 향했다. 이후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참수형을 당했다.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시신을 조개껍데기에 덮여 갈리시아로 옮겨왔다. 순례길은 여러 방면이지만 종착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이다. 그 성당 안에 산티아고가 묻혀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길은 산티아고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고 그의 죽음 이후 카톨릭 산자들이 그의 시신이 안치된 성당까지 걸으면서 시작되었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이 성당을 성지로 지정했고, 산티아고의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해에 이 성당에 도착하는 순례자는 지은 죄를 완전히 속죄받는다고 했다. 해서 12, 13세기에 순례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후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1997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밀리언 셀러가 되면서 이 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가 걸은 2022년도 성스러운 해에 해당한다고 한다. 원래는 2021년 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1년 더 연장했다고 한다.
순례길의 노란 화살표는 20세기 초 돈 엘리아스 발리냐 삼페드로신부라는 사람이 자동차에 노란색 페인트를 싣고 다니며 곳곳에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연유한다고 한다. 순례자들은 순례 시작점에서 순례자 여권과 조가비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종착점에서 라틴어로 된 순례 인증서와 중간 지점에서 받은 각 종 도장으로 채워진 순례자 여권을 기념으로 갖게 된다.
왜 걷는가?
저자는 여러 순례길 중 ‘프랑스 길’을 선택했다. 프랑스 지역 생장에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고, 스페인 4개 주- 나바라, 리오하, 카스티야 이 레온, 갈리시아-를 지나갔다. 각 길에서 만나는 자연 풍광과 음식, 문화, 역사에 대해 소개하면서 저자 자신에게 가해 오는 육체적 고통과 심적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왜 걷는가? 열심히 살아온 지난 날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해 나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슬픔과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나만의 의식을 위해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구하기 위해서, 나의 평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므로. 저자는 많은 상념과 또한 비움으로 이 길을 걸었다. 시간이 최대한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동시에 하루 빨리 목적지에 가 닿고 싶은 열망을 품고,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음을 느끼며.
결국 사람
저자는 순례길에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다.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종교, 인종, 직업, 지위를 넘어 사람으로 만난다. 맘을 열고 선의로 다가가고 호의로 답한다. 서로에게 감동하고 서로에게 교훈을 준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된다. 나의 삶이 된다.
생장에서 만나 프랑스인 세실은 ‘산티아고 실 위에서 마음이 활짝 열린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 한다. 저자는 그 때는 몰랐었다. 그 소중한 의미를.
카스티야에서 만난 아일랜드인 케인은 ‘내 인생 다음 챕터에 뭘 해야 할지를 알기 위해 걷는 것 같아. 나에게 벌어져야 할 일은 나를 지나치지 않을것이라는 거야’라는 말을 했다.
카스티야 이 레온 길에서 만난 독일인 베로니카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서. 카미노의 열병으로 다시 찾게 된다. 걸을 때 만큼은 다른 일 다 잊고 걷기만 하면 되잖아. 앞에 놓인 순간만 즐기면 되네. 카미노는 네가 원하는 것을 주지는 않아. 대신 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을 줄 거야. 이 길이 어떤 것을 줄지 맘 편하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즐기는 거야’라 했다.
발렌시아인 니아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카미노의 아름다움은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내 몸의 리듬만을 따라 걸으면서 살아본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나이, 출신, 국가, 문화, 교육 배경등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이 카미노의 길이다’라 했다.
프랑스인 에르베는 ‘인간적인 행복이 결여되고 자본주의적 성공만을 키워가는 자신의 직업에 염증을 느꼈다. 돈과 권력이 있다고 카미노의 길을 나 대신 누구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없다’고 했다.
갈리시아길에서 만난 프랑스인 코린은 ‘왼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고 나서, 바로 지금 가야된다고 결론내리고 그 다음 날 집을 나와서 걷기 시작 했다. 1500km의 여정. 내가 선택한 길은 병이 닥쳤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면서 인생이 주는 선물을 계속 즐기는 것이여요. 닥친 불행이 내 삶을 지배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라 했다.
스페인 남쪽 무르시아출신 디아나 안토니오는 10살 아들과 걸으면서 꼭 아들 짐은 아들이 지게 했다. 그 이유는 ‘인생에서는 자기가 지고 가야만 하는 자기만의 짐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순례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들을 듣고 책에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소개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무엇이 행복인지 성찰을 하게 된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