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창 너머로 보이는 63발딩과 관악산을 바라보고 몇년 전에 프랑스에 여행할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프랑스는 전국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반대하여 전국적인 파업을 이루어지고 있었고 파리도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아수라장 그 자체였었다.
때는 2019년 말, 코로나가 터지기 몇 일 전에 남편과 같이 프랑스 파리를 다녀 온 적이 있다. 남편은 몇 번 다녀왔지만 나는 처음 가는 곳이라서 조금은 설레는 마음이었다. 도착하는 그 다음날부터 스트라이크를 한다고 거리가 북적였다. 그 다음날은 파리 시내 모든 교통은 마비되었고 교통이라고는 가뭄에 콩나듯이 지하철 몇 대만 다니는데 아무리 밀고 타려고 해도 몇시간은 열차를 타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고 주요 관광지를 다녔다. 파리 교외도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모든 교통이 마비되어서 갈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이 화가라서 파리의 미술관을 관람하기로 결정했다.
파리는 연금개혁 반대하여 전국적인 파업을 하고, 시위대들은 무리를 지어 '연금 개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총을 든 경찰은 이를 저지하느라고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 남편과 나는 파리의 건축물에 매료되어 파리의 건축과 성당을 차례대로 둘러보았다. 나폴레옹 시대의 건축물이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감탄의 말을 연발하면서 시위대 무리를 가까이 보면서 미술관을 찾아다녔다.
점심시간에 거리를 걷다보니 이곳 저곳에 무리를 지어 서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이 사람들은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 궁금해졌다.그 곳에는 다름아닌 점심을 얻어 먹으려고 줄을 서있는 것이였다. 프랑스란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한 나는 거지와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가는 곳마다 소변을 아무데나 봐서 그런지 지린내 때문에 속이 역겹기까지 하였다.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재로 관광수입으로 국민들이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7박 8일이라는 여행일정 동안 시위대와 맞닥뜨리면서 간혹 시위대가 된 기분으로 총을 멘 경찰의 시위대 뒤를 따라 걸어 보기도 하였다. 가슴이 콩알 만해지고 무섭기도 하였다. 프랑스 시민운동의 본거지라고 할 만하게 데모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게 격렬하게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우리는 전국적인 시위 때문에 루블르 박물관, 오로세 미술관등 파리에 있는 미술관은 두 세 번씩 샅샅이 볼수 있었다. 로뎅 박물관은 엘리제 궁 가까이 있어서 총소리가 크게 들렸고 가까이 갔지만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시민들은 통행 금지를 시켰지만 관광객인 우리는 신분증을 검열하더니 로뎅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로뎅박물관을 본 후에 걸어서 에펠탑에 갔다. 에펠탑은 폐쇄되어 있었고 그 앞에서 사진 촬영과 에펠탑 로고가 있는 열쇠고리를 여러 개 사가지고 터벅 터벅 걷고 있는데 파리 시내의 아파트 베란다의 밝고 환한 꽃들이 우리의 마음을 녹여 주었다. 낮의 아수라장 같은 거리와 다르게 저 아파트 속에는 한 가족이 정답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시위대도, 총을 든 경찰도 집에 가면 꽃이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우리 아파트에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면서 주차가 곤란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심은 지 거의 30년 정도된 아름드리 귀중한 나무들이 베어져서 쓰레기차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프랑스의 베란다의 꽃이 여행객의 마음을 녹여 주었던 기억이 났다. 나무와 꽃과 사람이 어우러지면 한폭의 멋진 그림일턴데 말이다.
첫댓글 프랑스 연금개혁 언젠가 뉴스로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자님은 현장에 계셨군요.
연금개혁은 나라마다 워낙 큰 과제라 저같은 사람은 세부적인 건 몰라도
하면 좋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건가 미리 생각해 봤습니다.
머리속에 숨어있은 얘기 들추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프랑스에 잠깐 동안이라도 살고 싶어서 현장 조사 차 갔었는데,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나라 경제는 점점 더 추락해 가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나라도 연금 개혁을 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짊을 지어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파트에 오랫동안 서있던 나무가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문득 프랑스에서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바라보는 꽃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던지 그 때 생각이 나서 한 줄 써 보았습니다. 강기자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는 프랑스 여행을 오래전에 하고 와서 .... 기억이 가물 가물
여행도중 많이 힘드셨겠네요
박기자님! 저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젔는데 시니어 기자라는 것이 좋네요.어설프고 서툴지만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는데다가 공감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파리 여행기 실감 나게 잘 쓰셔서 체험하듯이 글을 읽었습니다.
책도 내셨다고 하셨나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김기자님!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걸어서 파리시내를
많이 구경하였습니다. 시민 중에 한 사람은 소매치기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을 때, 우리한테 '소매치기 조심해' 라고 알려 줘서 프랑스 시민들과 합심해서 소매치기를 따 돌렸습니다. 먼저 버스를 탄 소매치기는 가르쳐준 시민한테 손가락질로 욕하면서 떠나는 모습은 007 영화를 방불케 했습니다. 이외에도 시계를 잃어버릴 뻔 했는데 선량한 시민이 우리 뒤를 쫓아오면서 찾아 주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