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테블릿으로 영화를 봤는데 논리적인 면에서 책에서 무지 거슬렸던 부분들을 잘 정리했네요.
오래 전 언젠가 책, 7년의 밤을 읽고 난 느낌을 이 카페인지 언딘지에 두서없이 적었었는데 그때 책에서 가장 거슬렸던 것이 영화의 송새벽, 책에서 무지 정의롭고 비중있고 주인공 급인 캐릭터가 물속에 잠수해 있다 어린아이 시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도 선 시체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잠수부의 불문율이라나 뭐라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며 어린아이가 물에 빠져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건지지도 않는, 당위성이나 개연성이 말도 안 되는 부분...
그리고 죽은 여자애의 엄마 하연인가가 자신과 아이를 때리는 폭력적인 남편 밑에 어린아이만 남겨두고 혼자만 어딘가로 도망가 있는 걸 보고 이런 무책임한 엄마가 다 있나 했는데, 또 소설에서는 이 엄마가 잘 살다(?) 소설 마지막쯤에 나와 주인공들과 함께 남편의 범죄를 밝히는 역할을 해서... 이 여자야 말로 딸을 죽인 공범이자 무지 욕 나오는 캐릭터라고 욕을 했는데 영화에서는 딸이 죽고 곧 자살한 걸로 처리했네요.
또 소설에서 악당 이름이 오영재였던가가 빗속에서 마주쳐 지나가는 차의 해골 장식을 보고 그걸로 나중에 범인을 유추하는 부분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비 내리는 한밤중에 스쳐지나긴 상대편 차 속의 장식을 보고 나중에 기억해 추리의 단서로 삼다니... 영화에서는 비교적 잘 처리했습니다.
영화가 소설보다 결코 낫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아주아주 거슬리던부분들 만큼은 잘 처리한 듯...
하지만, 소설 7년의 밤은 이것 뿐 아니라 오영재가 수문을 열 수밖에 없도록 원인을 제공했고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었던 범죄인데 주인공 아버지만 사형 판결이 났고 딸의 복수라지만 원인 제공자인 오영재는 처벌 받지 않은 설정 등 여러가지 논리 오류를 보이며 오히려 그런 과장되거나 엉성한 설정으로 독자의 감성을 건드려대고 자극하는데 영화는 이런 것들을 정리하거나 없애서 보다 논리적이고 허점이 없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감성을 자극하는 맛을 죽였을 수도... 여자작가 특유의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글인데 논리적인 남자 감독이 손을 덴 어긋남일 수도...
짧은 시간에 긴 분량을 나름 솜씨있게 처리했다 할 수 있지만 원작이 있는 건 원작을 뛰어넘기가 결코 쉽지 않죠. 표현 매체가 다르고 분량이 다르니...
핸드폰으로 글 쓰려니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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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과거에 쓴 글이 이런 글이었네요.
저도 한두 달 전에 후배 추리소설가의 책을 사며 '7년의 밤'을 같이 사서 읽었는데 근래 출간된 한국추리소설 중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상당한 흡입력, 대중성, 신파(가족애와 여운)를 갖춘 작품이더군요.
사실 제가 꼼꼼히 다 읽은 것은 아닙니다. 책 한 권이지만 원고지 2천 매가 넘는 분량인 데다 장황한 설명이 지루해 그런 부분들은 막 건너뛰며 읽어 일부의 내용은 이해를 못하거나 오해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읽은 느낌은, 부분 부분 리얼리티가 떨어지고(예로, 호수 속에서 다이빙을 하다 아이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고도 공기통의 공기가 떨어져서 그냥 물 밖으로 나온 뒤,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확인하고 건지기 위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안 들어가는 이유가 서 있는 시체는 인양하지 않는 법이라는 둥 독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거나 한밤중에 달리는 차에서 마주쳐 지나가는 차의 특징을 보고 기억한다든지, 자신이 도망가면 딸이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게 예측 가능한데 어떤 조처도 없이 혼자 도망가 외국 여행하는 평범한 엄마, 등장인물 중에 사건의 전말을 아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목격자를 만드는 등, 독자들이 보기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추리소설로 치면 뻔한 목격자에 '우연'에 의한 범인 밝히기 등 하급 설정을 자주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또 결말은 식상하고(영화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때 경찰이 짠 하고 나타나는 그런 뻔한 구조), 장황한 설명이 장르 독자들이 읽기에는 지루한 면도 있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흡입력과 재미는 최고입니다. 글을 쓸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마니아 소설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재미를 갖춘 일반 독자들 타깃의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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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영화 한번 보려고 했는데 볼 데가 없더라고요. 이제 봐야겠네요. // 소설에서 느꼈던 부분은 저하고 비슷하네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나도 아직 영화 안 봤는데....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