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본서는 예루살렘 주제(motif)를 구약의 ‘시온전승’에서 시작하여 초기 유대교를 거쳐 신약의 예수, 바울서신, 복음서, 히브리서,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전승사적 방법론으로 연구한 성서신학적(Biblische Theolgie) 저술이다. 이제까지 연구의 주류를 차지한 ‘성전’과는 독자적으로 ‘예루살렘’ 주제를 탐구하여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예루살렘의 의미 변천과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밝혀낸다. 예루살렘은 구약과 신약의 배경이요, 유대교, 기독교 신앙의 중심지요,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님 나라 복음의 산실로서 교회의 초기 유산이 숨 쉬고 있는 성지인 동시에 세계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으며, 한국교회 안에도 왜곡된 시각으로 혼란을 주는 어두운 면도 공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본서는 ‘예루살렘’의 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이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오늘날 우리는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윤석이
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Th.B.)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M.Div.)
장로회신학대학교 일반대학원 신약학(Th.M.)
장로회신학대학교 일반대학원 신약신학(Th.D.)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와신학” 편집연구원
장로회신학대학교 겸임교수, 초빙교수
대전신학대학교 겸임교수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대전지부) 강사
한남대학교 기독교학과 대학원 강사
현) 본향교회 담임목사
ㆍ “악한 포도원 농부 비유에 관한 독자반응비평적 연구”(한국신약학회 선정 2001년 신학석사 우수 논문)
ㆍ “신약성경의 예루살렘 주제에 관한 전승사적 연구”(A Study of the ‘Jerusalem’ Motif and its Tradition ㆍHistory in New Testament, 미간행 박사 학위 논문)
ㆍ 『예배 스펙트럼』(Worship: From Eden to New Jerusalem, CLC)
목차
추천사 1 장 흥 길 박사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 신약학(Th.D.)
추천사 2 최 흥 진 박사 호남신학대학교 총장 | 신약학(Ph.D)
추천사 3 강 성 열 박사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 구약학(.D.)
추천사 4 김 동 수 박사 평택대학교 교수 | 신약학(Ph.D.)
추천사 5 최 현 준 박사 대전신학대학교 교수 | 구약학(Ph.D.)
추천사 6 조 해 룡 박사 주안대학원대학교 교수 | 선교학(Th.D.)
약어표
머리말
왜 예루살렘인가?
제1장: 서론
1. 연구의 범위와 방법
2. 예루살렘 주제 연구사(史)
제2장: 예루살렘에 관한 일반적 고찰
1. 예루살렘-시온 용어 분석
2. 역사적 개관
제3장: 구약성경의 예루살렘
1. 시온 전승이란 무엇인가?
2. 시편과 예언서
3. 역사서
4. 소결론
제4장: 초기 유대교 문헌의 예루살렘
1. 외경
2. 묵시문학
3. 12족장 유언
4. 쿰란 문헌
5. 소결론
제5장: 신약성경의 예루살렘
1. 예수
2. 바울서신
3. 복음서
4. 히브리서
5. 요한계시록
제6장: 신학적 결론
참고 문헌
ABSTRACT
책 속으로
구약에 나타난 시온 전승의 체계화된 개념은 야웨가 예루살렘에 거주하기 위해 그곳을 선택하였고, 그의 왕권을 그 도성에서 그 대리자를 통하여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 중요한 양 개념으로부터 많은 전승의 흐름이 자극을 받고 나타났는데, 즉 시온의 불가침성, 피난처로서의 시온, 축복의 장소로서의 시온, 열 방의 순례 장소로서의 시온, 야웨의 우주적인 지배 장소로서의 시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사상은 예루살렘의 파괴로 인하여 폐기되기보다는 도리어 종말론적이고 우주적인 차원의 옷을 입게 된다. 포로 이후 예언자들의 간절한 한 가지 열망은 포로로부터 재 회집이다. 이 미래 회복은 영화된 시온에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즉, 시온의 회복은 본질에서 변형되리라는 암시다. 이러한 특별한 흐름(시온의 종말론적 회복)은 이후에 제2성전 시기에 더욱 성찰되고, 확장되며, 유대 종말론적 사상의 대부분을 주도하는 하나의 전승으로서 세대를 넘어 계승된다. 그리고 이 전승은 예수의 많은 동시대의 사고와 실천을 형성하게 된다._98p
초기 유대교 문헌에 나타난 시온 사상의 발전 핵심은 ‘종말화’, ‘초월성’, ‘영화’인데, 이들은 ‘대체’로 엮어진다. 이러한 시온 전승은 역사적 예수에게로 이어진다. 특히, 예수의 예루살렘에 대한 상황에 있어서 쿰란 문헌과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왜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가고자 했는가? 왜 예수는 예루살렘을 자신 사역의 완성지로 여길 수밖에 없었는가?_125p.
전승사적 관점에서 예수는 시온 전승 위에 있다. 그러나 구약의 예루살렘의 종말론적 희망은 예수라는 하나님의 대리자를 통하여 성취된다. 그는 다윗적인 메시아가 아니며, 도리어 자신을 속죄의 제물로 내어 놓는 죽음을 통해서 종말론적 회복의 역사를 이룬다는 면에서 구약과 중간기 문헌과 달리한다. 성전과 시온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장소가 아니다. 성전의 정화를 위해서 예수는 성전을 폐기했으며, 자신을 새 성전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그의 새 언약에 참여한 공동체로 대체한다. 이 점에서 예수는 구약과 불연속성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시온 전승 자체는 폐기되지 않는다. 이는 예수가 예루살렘을 하나님 통치의 상징적인 실재(symbolic reality)로 그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194 시온 전승은 단지 물리적인 장소에서 공동체로 대체195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대체된 공동체 역시 완성품이 아니라 잠정적인196 성격을 가진다. 왜냐하면, 이 대체된 시온인(교회) 공동체는 새 하늘과 새 땅에 임할 새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시온 전승의 종착지인 요한계시록 ‘새 예루살렘’에 이르러서 시온 전승은 완성될 것이다._214p.
복음서가 예루살렘에 대하여 명확하게 교회공동체로의 대체 개념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거나 의미적으로 상대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승사적으로 예수 전승은 복음서 이전의 바울에게 있어서 이방인과 유대인의 차별이 없는 교회공동체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서에서 이런 입장은 예루살렘이 다시 유대교의 중심으로 대두되었기 때문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시대적 상황이 연결되어 있다. 첫째, 기독교가 점차 유대교의 우산에서 벗어나면서 유대교와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가 독자적인 세력으로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유대교의 본산인 예루살렘을 철저하게 강등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둘째, 70년 예루살렘 멸망으로 인하여 유대교 안에서 제기된 예루살렘과 성전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해석에 대응하면서, 옛 질서 하의 예루살렘과 새 질서 하에 대체된 예루살렘인 교회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자리잡고 있었다._343p.
다른 신약의 저자와는 다르게 성전의 파괴 대신에 ‘장막’이란 용어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향한 잠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이는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성전의 수명은 다했으며, 자연스럽게 성전은 그리스도로 ‘대체’되었음을 진술한다. 이러한 입장은 히브리서 저자 역시 ‘성전’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예수 전승 위에 서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교회로 대체된 예루살렘을 전제하면서,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물리적 예루살렘과의 단절을 선포하고, 사도 바울이 제시한 유대인과 이방인의 보편적인 교회를 넘어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적 교회로 확대하고 있다. 히브리서 12장 22절의 공간적 대조(지상의 예루살렘과 천상의 예루살렘)와 함께 13장 9-14절에서는 종말론적인 대조(현재가 아닌 미래)가 부각된다. 이 도성은 천상 세계에서 현재의 실재로 존재하지만 이를 수식하는 분사인 ‘오는’은 미래에 이루어질 것을 가리킨다. 이는 앞으로 다루게 될 요한계시록의 ‘예루살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더 나아가 구약과 신약, 그리고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깨뜨리는 ‘보이지 않는 교회’(invisible church)의 신학적 진술을 보여준다_367p.
필자는 양자(시온 전승과 예수 전승) 사이의 正(연속성)과 反(불연속성)의 긴장 관계를 ‘대체’의 개념으로 합(合)을 제시하였다. 즉, 예수는 구약과 초기 유대교 전승과의 관련성 속에서 ‘성전’을 예수 자신으로, ‘예루살렘’을 제자공동체(교회)로 대체한다. 예루살렘을 대체한 ‘교회’는 잠정성을 띠면서 신약의 구석구석을 굽이치면서 흘러간다. 결국,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이란 종착역에 이르러 시온 전승이 완성된다. 이는 “예루살렘은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전승사적인 관점에서 신약성경의 예루살렘 주제는 현재의 ‘예루살렘’이란 특정한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거부한다. 유대교의 시온주의는 물론 기독교 내의 물리적 예루살렘 중심의 구원의 완성을 주장한다든가 혹은 물리적인 예루살렘(이스라엘) 회복과 재림을 연결시키는 주장(Back to Jerusalem 운동)은 일종의 신학적 사대주의에 불과하다. 다른 한편으로 신약성경의 예루살렘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역사적인 예루살렘 멸망(AD 70년)과 유대인의 대학살(Holocaust)을 예루살렘 혹은 유대인에 대한 심판으로 정당화하는 반-유대주의(anti-Semitism) 역시 거부되어야 한다. 예루살렘은 시온 전승의 기반 위에 그 자체로 본질적인 중요성을 가지지만, 예수에 의해서 상징적 실재가 되었다. 이로써 물리적 장소로서의 예루살렘은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예수의 말씀과 행위를 통해서 예루살렘은 제자공동체(교회)로 대체되었다. 이 예수 전승을 기반으로 하여 신약 저자들은 대체된 교회의 성격을 유대인과 이방인의 한계를 철폐하고, 지상과 천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범위로 확대한다. 결국, 새 하늘과 새 땅이란 새 창조의 역사에 신랑 되시며 새 성전이신 그리스도와 신부이며 새 예루살렘인 교회의 하나 됨으로 구약에서부터 시작되어 예수에 정점을 맞이한 시온 전승이 완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예루살렘의 멸망은 반-유대주의로 접근할 사건이 아니라, 대체된 교회를 향한 심판의 전조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경의 전승사적인 주제인 예루살렘은 이 시대의 교회를 향한 소망과 경고라는 양면의 메시지로 울려 퍼지고 있다._ 410-4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