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걜 처음 보고 한 말이 딱 이거였다.
"헐, 진짜 이쁘다."
그러니까 걔가,
"너 팬티도 이뻐."
그러더라.
#00.
반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함…왜 이렇게 시끄럽대. 아, 눈 안 보인다. 잘 때 눈을 너무 짓눌렀나보다. 에이씨. 모든 사물이 흐릿흐릿하게 보이는게, 이게 바로 눈 뜬 장님이란거지.
"아 뭐야. 왜이렇게 시끄러워."
누가 내 시야에 블러효과를 내지른 듯,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옆에 있는 짝지에게 물었다. 얼마나 오래 잤으면 이렇게 가까운 얘 얼굴도 잘 안보인다. 진짜 아주 퍼질러 잤네 그냥. 오늘 수업을 뭘 들었더라…. 옆에서 짝지가 뭐라뭐라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나는 답답한 눈을 비비느라 거의 듣질 못했다. 그래서 대충 '엉','응' 정도의 대답만 했다. 그런데 평소라면 그러한 나의 시큰둥한 반응에 서운한 표정이라도 한 번 쏘던 짝지가 왠일로 반응이 없는거다.
뭐지? 이제 걍 포기했나? 나의 시크, 도도한 성격에 대해 체념하고 받아들이는건가? 그러고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옆을 보니, 흐릿한 시야로 왠지 멍-하게 넋이 나간 그녀가 보였다. 흠. 대체 뭔 일이래. 그 시선 끝을 따라가보니 걍 왠 허여멀건한 흰 반죽덩어리같은게 공중에 둥-둥-.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둥-둥-떠있다. 사람인가? 누구지? 우리반애 저렇게 허여멀건하고 키 큰애가 있었나?
"뭐야 저건…."
"전학생."
아직까지도 뿌연 시야에, 대충 얼굴 형체만 보이는데 옆에서 들린 짝지의 넋나간 목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전학생? 지금 이 시기에? 여기서 지금 이 시기가 어느 시기냐 물으신다면, 고3 초기라고 할 수 있지요. 막 애들이 수험 공부다 뭐다 생생한 열정을 불태울 시기…인데, 나는 왜 지금껏 처자고 있었나. 하아…. 어머니 죄송함다. 저 절대 재수 안하겠다고 어무이랑 약속한 거 안 잊고 있습니다.
암튼, 각설하고. 나는 눈쌀을 찌푸리며 그 아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실패. 나에게 재도전 의사는 없다! 고로 뒤늦게 공부나 해야겠다. 난 마치 우리 반 1등처럼 아주 전투적인 자세로 문제집을 가방에서 거칠게 빼냈다. 1등 아이가 가끔 요로코롬 책을 격하게 빼낼 때 마다 그 책을 씹어먹을 것만 같은 의지가 보였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책만 갈수록 격하게 꺼내고 의지는 서서히 사그라드는 추세이다. 으흠…. 이럼 안되는데…. 의지를 불태우자! 아…근데 과탐 요거 몇 문제나 풀었다고 벌써부터 눈꺼풀이 무겁구나. 무겁다 무거워. 무거….
*
"야. 야!"
"으흐응…안되 쩝-오빠…."
"느그 오빠 군대갔다며! 빨리 안일어나? 밥 안먹어?"
아 맞다…울오빠…재작년에 지혼자 아무도 안가는 특수부대 지원한 울 오빠…. 지금쯤 산에서 삽질하고 그안에 들어가 새우잠 자는 엄한 수고나 하고 있을 울 집안 골칫덩어리….
"이거 아직도 정신 안돌아왔네. 정신 좀 차려라 이년!"
그리고 철써억-하고 왠 말궁뎅이 채찍으로 휘갈기는 소리가 나더라. 동시에 등에 불길처럼 번지는 화끈함에 아아악-하고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르는데, 그 소리가 쩌렁쩌렁 반에 울려퍼졌다. 다른 아이들에게 좀 민폐겠지만 상관않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으니, 갑자기 나를 고통으로 내몬 이 나쁜 여인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
"야 조용히해!"
"아아악!!…읍."
손에서 냄새나 이 생키야. 너 또 머리 긁었니? 내가 아파서 소리좀 지르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나에게 이런 고통을 선사한건 넌데!! 그리고 이 시끄러운 점심시간에 소리 좀 지르면 어때서!!…가 아니라. 오잉?
"푸하-놔봐!………왜 이렇게 조용하냐 울반?"
사실 그리 조용한건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이과가 딱 두반 뿐인지라, 3학년이 되고도 바뀐 애들이 거기서 거기었기에 사실상 뭐 다 아는 사이라 할 수 있겠다. 새학기의 설렘? 헹-그딴건 개나줘버리라 해. 그래서 내가 아까 그렇게 무기력하게 잘 수 있었던거즤…. 어쨋든 울반이 좀 어수선하긴 했다. 그치만 평소에 비하면 아주 조용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쟤있잖아 쟤."
"어엉? 쟤?"
매운 작은 고추같은 연희의 손가락 끝이 가리킨 내 앞 자리에는 자신이 낯선 이방인임을 한몸에 나타내고 있는 등짝이 있었다. 잉. 못보던 등짝이네. 내가 원체 남자애들 등치를 잘 보고 다녀서 왠만한 어깨와 등은 기억하는데…그건 내 아이큐 190짜리 기억 속에도 없던 등짝이었다. 것도 참 탁월한 등짝,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등짝…흐흐.
"그래 쟤. 오늘 전학온 앤데, 진짜 쩔어줘요."
"쩔어? 뭐가? 아 하긴…등이 좀 쩌시네요."
"…미친 변태같은 놈아, 몸 좀 그만보고, 너 아까 쟤 얼굴 못봤어?"
아까? 아까라 함은…언제인가요. 아하, 혹시 짝지가 나의 시크함에 무관심하던 그때? 나 그때 솔직히 좀 상처받았다고. 나는야 아이들의 반응을 먹고사는 녀자. 리액션이 필요해요 유후.
"뭐 흰 반죽같은거 떠있는건 봤징."
"흰 반죽? 뭔 개헛소리. 아직 잠 덜깼냐?"
"…말짱한데."
"아직 꿈나라구만. 됬다됬어."
쯧쯔-하고는 날 향해 한심한 눈빛을 쏴주고 연희는 떠나갔다. 결국 날 버리고…. 왜. 내가 그렇게 띨빵하게 굴었니. 잠 좀 덜깬게 어때서. 그러나 나는 그녀가 아니면 딱히 같이 지낼 사람도 없기에 빨리 뒤따라 나가려고 했다. 응. 그런데 연희 말마따나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서둘러 따라나간게 잘못이었다.
"여니야 기달…으아악!!!!!!"
쿠당탕쿵탕쿵-
음…아마 내가 넘어지면서 마치 중국의 황사를 불러온 듯, 어마어마한 먼지를 발생시켰나보다. 더불어 크나큰 소음도 같이. 아아-난 정말 민폐대마왕이야. 미안 얘들아…. 그렇게 아이들 볼 낯도 없고, 같이 붙잡고 넘어진 책상에 부딪힌 무릎도 아파서 잠시 웅크리고 고통을 음미할 때였다. (그런데 반애들 별로 신경도 안쓰더라. 나아쁜….)
"시끄러…씨…."
내 머리 위에서 누군가 조그맣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전학생! 나의 짝지 시선을 빼앗아간 그. 연희의 찬미를 받은 쩌러짱. (쩌리짱 죄송..) 그 아픈 와중에도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 본능인 호기심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어디 한 번 그 낯짝좀 보자!
그래서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돌리려고 했는데…. 뒤늦게 나의 소란을 듣고 온 연희의 말에 주춤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얼굴을 돌리진 않았다. 그런데.
"헐, 한비주 치마!!!!!!!!"
치마? 치마가 왜…하고 내 엉덩께를 쓸어보는데. 오 마이…갓…쉣…왓더…
등에서부터 치마가 나의 고운 손길에 따라 스르륵 내려오는게 아니겠어!! 하…하…그말인 즉슨, 치마가 등까지 훌러덩 까뒤집혔다는 말이겠지!! 아아악!!!!!!!! 그리고 잇달아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 한개. 가만, 내가 아까 내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설마…. 설마…. 그냥 자고 있겠지. 자고 있….
"…."
"…."
내 뒤엔 아주 멀쩡히 두눈 똑바로 뜬 전학생이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우리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는데, 사실 나와 그 녀석 머릿속에 든 생각이 좀 달랐던 것 같다. 왜냐면 난…걔가 너무 예뻐서 보고 있었으니깐. (이와중에도 발휘되는 나의 외모지상주의) 마치 사슴처럼 크고 맑은 눈망울과 눈이 마주치는데, 어정쩡하게도 아니고 직설적으로 마주대하는 시선에 정말 빨려들 것만 같았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래서 그랬나보다. 내 가벼운 입이 그따위 얼척없는 말을 짓껄인게.
"헐, 진짜 이쁘다."
뒤에서 작게 날 미를 친 아이로 생각하는 연희의 말이 들려왔지만 그땐 다 안들리더라. 왜냐? 쟤가 너무 이쁘니까!! 그래. 진짜 아까 짝지가 날 무시하고 저놈만 쳐다본게 이해가 될 정도로.
그런데 이 놈.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이시대에 유리하게 태어난 그 놈에게 있어선 아주 가치없는 발언이었나보다. 그러니까 한다는 말이,
"너 팬티도 이뻐."
이 따위겠지.
안녕하세요. 여기선 처음 글쓰는 초보작갑니다.
저도 쓰기 전에 다른 분들처럼 예쁘게 간판 일러스트도 내걸고 하고 싶었는데요
사실 제가 일러스트 뭐 하는법도 모르고, 뭐할 시간도 넉넉치 않고 그래서 기냥 그림하나 띡 붙여놓은 것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저란녀자 무능력자ㅜㅜ인 관계로...HAHAHA..일러스트 굿바이.
소설이 좀 엉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관계도라거나, 성격도 치밀하게 구성한게 아니라서 군데군데 어색한 감이 있겠지만
전 한번쯤 꼭 교복 입고 데이트하는 훈훈한 학생커플 이야기를 연재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고로, 앞으로 이 아이들 잘 부탁드려요 ㅎㅎ
첫댓글 잘 보고 가여
네팬티도 이쁘다니요ㅋㅋ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