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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눈부신 햇살이 계속 눈을 찌르는 통에 편히 잠을 잘 수 없었던 설희는 몸을 뒤척거리다 결국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어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많이 마시는 통에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더 걱정인 것은 어제 혼자 계단에 앉아서
술을 먹고 있다가 한결이 오고, 그 후부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한 설희. "
설희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또 때렸다. 그리고 곧 이 갑갑한 옷을 벗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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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설희가 거실로 나오자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 차있었다. 부엌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결이
설희의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설희의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가 번졌다. 따듯한 봄 햇살에
너무 잘 어울리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일어났어요? "
한결이 국의 간을 보다가 설희를 발견하고 발게 웃으며 말했다.
" …네. 아침하시는 거에요? "
" 네. 우리 형수 어제 술 무지하게 먹었잖아요. "
" ;;; "
" 속 쓰릴텐데 얼른 자리에 앉아요. "
한결은 설희를 식탁 한 쪽에 앉힌 뒤 빠른 속도로 식탁에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차려놓았다. 곧 두 사람이 여느때와
다른 없는 모습으로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 맛은 보장 못하지만 맛있게 드세요. "
" …잘 먹을게요. "
설희가 수저를 들어 맑게 잘 끊여진 북어국을 떠서 먹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한결이 맛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소금 대신 설탕 넣으셨어요? "
" 네? 그럴리가! "
한결은 그대로 국 그릇을 들고 그대로 입 속에 넣었다. 그 막 끓이고 뜨거운 것을-
" 앗! 뜨거! "
" 그걸 그렇게 먹으면 어떻게해요! "
설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물을 따라 한결에게 내밀었다. 한결은 찬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설희를 보았다.
" 술이 아직 덜 깨셨어요. 형수님? "
" 아니요. 다 깼는걸요. "
장난끼 가득한 두 사람의 대화가 어느새 시작되어 있었다.
" 그런데 어떻게 소금과 설탕을 구분을 못하세요? "
" 아, 너무 맛이 없어서 그랬나봐요. "
그 말에 한결의 표정이 달라졌다.
" 맛 없어요? 그 정도로? "
" 네? 아니에요. 장난이에요. "
" 제가 간을 좀 못봐서. 다시 끓여줄게요. "
한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설희의 국그릇을 가져가려고 하자 설희가 국그릇을 잡으며-
" 농담이에요. 정말. 간도 딱맞고 너무 맛있어요. "
설희가 수저로 국을 떠서 입에 넣곤 맛있다는 뜻으로 웃어주었다. 한결은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설희는 다른 때보다
더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한결이 설희에게 주기 위해 아침일찍 일어나 만든 음식들이니.
" 잘 먹었어요. "
" 네! "
" 정리는 제가 할게요. 들어가서 쉬세요. "
" 제가해요. 시댁에 갈 준비해야죠. "
" 네? "
" 어제 술 취해서 인사도 안드리고 갔잖아요. 얼른 준비하고 가봐요. "
" 참, 그렇네……. "
설희는 자신을 배려해주는 한결이 고마웠다. 미안하지만 서둘러서 어머님댁으로 갈 준비를 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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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당도한 설희가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시어머니가 보였다. 구두를 벗고 그곳으로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 저 왔어요. 어머님. "
" 너는! 대체 어제 회장님께 인사도 없이 어딜 간게야! "
버럭- 화를 내는 시어머니의 기에 눌린 설희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 주원이도 없어지고, 생전 그런 적이 없던 애가. "
" 네? "
주원이도 없어졌다는 말에 설희가 놀란 표정으로 시어머니를 봤다. 그렇담 어제 취한 설희를 집에 데려온 것이 한결이
아니라 주원이었단 말인가? 설희는 믿기지가 않았다.
" 그래. 그래서 어제 한결이가 끝까지 남아있었다. "
" 아, 네. "
" 혹시 주원이가 한결이한테 책임지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건가. "
시어머니는 책을 들고 테라스에서 나와 거실로 나갔다. 쇼파에 앉으며 아주머니를 부르며,
" 나 커피. "
" 예. 사모님. "
" 그런데 너랑 주원이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니? "
" 네? 문제요? 아니요. 없어요 그런거. "
" 문제도 없는데 왜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
" 소식이요? "
" 내가 너희한테 기다리는 소식이 뭐겠니. 이번 년도에는 어떻게 나도 손자좀 안아보자. "
설희가 당황을 했다. 아이라니, 두 사람의 사이가 이런데 어떻게 두 사람 사이에 아기가 있을 수 있을까.
" 신혼 생활 1년이나 했으면 된거다. 주원이 나이도 있는데 어서 애부터 갖도록 해. "
" 아, 네. "
" 혹시 너희 두 사람 중에 누구한테 문제가 있는건 아니지? "
이번에 문제란 불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 네? 아,아니요. "
" 검사 받아보긴 했니? "
" …아니요. "
" 내가 저번에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 넌 어째 그렇게! "
" 죄송해요. "
" 주원이가 바쁘다고 싫다든? "
" 아, 아뇨. "
" 주원이 더 바빠지기 전에 한 번 다녀오거라. "
" ……. "
" 응?! "
" …네, 어머님. "
" 차 마셔라. 식겠다. "
" 네. 어머님. "
주원도, 그의 어머니도 설희에겐 결코 너그럽거나 따듯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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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앉아 볼펜을 똑딱이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주원이 다른 직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지 못한 채 여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의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지않는 사장이었기에 직원들이 당혹스러워
했다. 옆에 있던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주원을 불렀다.
" 사장님. "
" 5분만 쉬고 합시다. "
주원은 볼펜을 손에서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길게 늘어진 복도를 걸어 노을이 지는 창가로
걸어가 그대로 한숨을 내쉬며 목을 조르고 있던 타이를 흐뜨러트렸다.
" 미치겠네. "
회의가 시작되고, 아니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어제의 일이 계속 떠올랐다. 설희의 입술을 훔치며 그대로 몸까지 탐하려 했단 자신을 그리고 설희의 붉게 상기된 얼굴이 생각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이미 주원에게도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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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아파트단지 앞에 만들어진 아이들의 공간, 놀이터로 향한 설희는 모래에 가방을 내려놓고 그네에 앉았다.
그네 손잡이 부분에 고개를 기댄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설희는 눈이 알 수 없다는 듯 반짝였다.
" 대체 속을 알 수가 없네. 알 수가 없어. "
구두로 모래를 해집고, 또 해집었다. 김 주원,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할 수록 좋지 않은 기억만이 새록새록 떠올라 괴롭기만 했다. 설희의 긴 한숨이 밤 공기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네에 앉아있는 설희를 바라보고 있던 한결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어깨에 메고 있던 기타가방을 옆에 내려놓고 1초도 쉬지않고 설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힘들다고 울고있는 설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을, 나설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대로 두었다간 나중엔 설희에게 고백이라도 할 것 같았다. 한결의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흩날리며 혼란으로 가득한
눈매를 살며시 가렸다.
" …후……. "
두 팔을 무릎에 기대며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주원에게 무시받는 설희가 가여워서 돌봐주기 시작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럴 수록 설희를 감싸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어졌다. 결국, 그 한 번의 마음이 지금의 마음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그 때 형의 집으로 들어가지 말것을, 가엾다고 눈길을 주지 말것을 후회가 드는 한결이었다.
" 형수, 나 그만 할까봐요. "
" …감당이 안되요. 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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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설희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게 거실로 나가니 주원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의 일
때문에 그가 화가 나있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오셨냐는 말이 점점 작아졌다. 그가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에서 한 참을
망설이던 설희가 고민 끝에 안 방으로 들어갔다.
" 목욕물 받아 놓을까요? "
" 됐어.
" …저녁 드신거 아니죠? "
" 어. "
주원이 샤워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서려고 하자 설희가 뒤에서 불러세웠다.
" 주원씨 "
" ? "
" 어제, 어젠 정말 죄송했어요. "
" 기억나? "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희는 그의 말과 눈짓에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네? 아니요. "
" 그렇군. "
" 앞으론 그런 일 생기지 않게 조심할게요. "
" 두 번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테니 조심해. "
" …네. "
설희는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번뜩 생각난 것이 있었으니 조금만
끓이고 가스불을 꺼야겠다고 생각했던 찌개가 떠올랐다. 안방을 급히 나와 부엌으로 가니 이미 뚜껑이 넘치는 국물에
의해 들썩이고 있었다.
" 오늘 찌개 다 태우실거에요? "
한결이 부엌쪽에 서서 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놀란 설희는 그대로 가스불 앞으로 달려가 그대로 뚜껑을 잡아버렸다.
" 아!! "
뜨거울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설희는 그대로 잡았던 뚜껑을 놓쳐 버렸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결은 그 뚜껑이
설희의 발에 떨어질 것을 걱정해 그대로 달려가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설희가 한결의 품에 닿았다 금방 떼어져
버렸다.
" 괜찮아요? 그 뜨거운 걸 맨 손으로 집으면 어떻게해요! "
한결이 버럭 화를 냈다. 설희는 가만히 놀란 눈으로 그런 한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한결은 그대로 설희의
손을 잡고 싱크대로 옮겨서 찬물을 틀어 손가락을 대주었다.
" 뚜껑이 형수 발등에 떨어졌으면 어쩔뻔했어요. "
" ……. "
" 후, 손 많이 뜨거워요? "
" 아, 아니요. "
물을 끄고 한결은 자신이 입고 있던 티셔츠로 설희의 손가락에 묻어있던 물기를 닦아주었다. 설희는 물끄러미 그런
한결을 바라 보고만 있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설희가 다칠까 과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설희가 지른 비명에 샤워를 하려다 밖으로 나온 주원은 한 쪽에 서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결을 바라
보는 설희의 두 눈동자가 주원의 눈에 담겨있었다. 누가 보아도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이 시동생과 형수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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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주원을 출근 시키고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했던 설희가 찌개의 간을 맛보고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곧 9시가 되어가는데도 주원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있었다.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거실에 앉아 텔레비젼을 켰다. 아침 드라마가 모두 끝나고 11시가 되어가는데도 한결이 방에서 나오지 않자 설희는 방 문 앞으로 갔다.
똑똑-
" 도련님. 아침 식사하세요. "
" ……. "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노크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현관문 신발장으로 가보니
한결이 즐겨신는 운동화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방문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잘 정리되어 있는 침대 위에 놓여진 하얀 편지만이 자리에 있었다.
" 외출 하실 때 꼭 말하고 나가시는데- "
설희가 의아해하며 침대쪽으로 걸아갔다. 하얀 봉투 앞에 '형수' 라고 적혀있었다. 편지를 펼쳐보니-
[ 지방으로 밴드 공연이 있어서 며칠 집 비울게요. 급하게 가느라 인사도 못하고 갑니다. -한결- ]
며칠씩이나 집을 비우는데 설희의 얼굴도 보지 않고 가다니, 어딘지 모르게 서운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론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편지를 다시 읽고 또 읽어보아도 다른 말은 없었다.
" …아침이라도 드시고 가시지. "
설희는 앞치마에서 휴대폰을 꺼내 한결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고개를 흔들며 도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한결의 방을 나서려다 멈춰서서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설희의 표정에 여전히 서운함이 맴돌았다.
" 그럼…이 집에…주원씨랑 둘이 있어야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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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령 6시간씩 광주를 왔다갔다 했더니 온 몸이 축 늘어져버렸네요 ㅠ0ㅠ
하지만 제 소설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생각해서 불끈 힘을 내보아용~
주원에게도 봄이 오고, 한결은 봄이가고 여름이 오려나? 낌새가 이상하죵?
흠흠 단둘이 있는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용? 주원이 집에 들어오긴
할까요?ㅋㅋ
지난번편에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고맙의 인사를 전합니당.
정말 한줄 두줄 제겐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언제나언제나 제게
응원의 메세지를 콕콕 달아주세용 여러뷴♡
업뎃쪽지 = 형수 & 댓글
형수/ 제도 늦었어요 한결이는 그럼 이제 집에 안오면 형수는 누가 지켜주나?
안냥하세용~ 음. 누가지켜줄까요? 이제 업뎃할거니까 기둘려주세용 ㅎ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냥하세용 네~ 이제 다음편 올릴게요^^
으헝 ㅠ 한결이랑 이어주세요!!!
대박! 너무 재미이어요~
담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