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기행
집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중 라이딩의 궁색함을 알면서 나선 길이다. 오히려 살짝 소나기를 기대하는 나들이다. 오늘 주행은 다산 유적지의 연꽃 감상과 줄어든 기어비로 원거리를 달려보는 것이다.
내 자전거의 앞 기어 톱니 수는 원래 44개다. 지금은 32개 싱글이다. 힘은 덜 들어도 비례적으로 페달을 더 돌려야 한다. 목적지 다산 유적지까지는 왕복 120km 9시간 걸린다.
이번 호우로 탄천 전 구간에 피해가 크다, 산책로과 자전거길은 청소가 됐지만 지난 봄 내내 가꾼 고수부지 꽃 정원이며 아이들 수영장은 폐허가 됐다. 가로등이 부러져나가 내년 이맘때까지 복구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강부터 중력을 발로 차며 받는 강바람은 간밤 눅진함을 씻어준다. 팔당댐보이며 물안개가 널름 댄다. 땜 위는 보라를 치던 아랫물과 다르게 정지되어있다. 고요를 품는다.
중간 중간 강을 바라보는 곳이 있는데 사람들은 말없이 흐르는 물을 지켜본다. 흐름을 바라보며 물에서 자신들을 이끌어 내는 듯하다.
시인 박문재는 가슴에 응어리 진 일 있거든 미사리 지나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명예나 지위다 버리고 그냥 맨 몸으로 오시라 했다.
그도 밤새 오므렸던 봉우리가 안개를 머금고 벌어지는 순간을 보았을 것이다. 연꽃 발할 즈음 외로운 영혼들이 모이기로 묵약이 있었음 이다. 길 아래로 힐끗 꽃이 보이는데 눈물이 든다, 시사(詩思)를 놓을 수 없어 내 카톡에 글을 남겼다.
나루 여울마다 흰빛 연꽃
마음을 얻었건만
흙탕에 선 순백
강 구비 돌면 그리울까
빗길 손짓으로
눈을 가리네.
능내 다산생태공원 푯말이 지나며 연꽃 밭이다. 연은 잎이 크고 이침 이슬이 모여 물방울을 담고 있다. 흰색을 뒤로 분홍색이 줄을 이어 섰다.
젊은 시절에는 연꽃을 계절에 비 할 줄 몰랐다. 일하느라 그런 것들이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질 않았다. 그런 내가 연을 찾는다.
팔당능내을 가자면 삼단으로 연속되는 고개라 하여 일명 아이유 고개를 넘어야한다. 젊은이도 단번에 오르기 힘든 경사도인데 무난했다. 느린 만큼 여유 있는 하루였다. 2단 기어 슬로우로 라도 삶은 더 선명해 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폐달을 밟았다.
2022년 8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