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집 앞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인간들은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나는 좌파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좌파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 국토를 떠나지 못하는 늙은 사내일 뿐이다.
성조기를 흔드는 인간들의 논리라면, 선량한 국민 대부분은 좌파임에 틀림없다.
반공을 국시로 삼아온 우리 사회에서 상대방을 ‘좌파’로 호명하는 것은 ‘배제되어야 할 대상’ 혹은 ‘척결 대상’이라는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종의 ‘주홍글씨’였다.
그러다 보니 보수 인사들도 진보세력을 ‘좌파’로 몰아세우는 것을 자제했다. 분단 역사 속에서 이 용어가 골육상쟁의 비극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그동안 극우세력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좌파’ ‘우파’보다는 ‘진보’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나는 아직도 ‘좌파’라는 말이 대한민국에서 그 뜻이 정당하게 인식되고 통용되는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념의 시대로 상징되는 냉전이 해체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용어는 여전히 상식과 논리에서 열등감에 빠져 있는 기득권 세력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압할 목적으로 국민을 현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맛좋은 먹잇감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켜달라”
는 여당 후보의 색깔론이 ‘강남좌파’ ‘분당우파’ 논란의 종결자가 되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민은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국민과 공유하기를 원하는 ‘좌파’의 이미지는 사회혼란 세력이며 집권불가의 자질과 국가관을 가진 집단이다.
지금 그들이 보일 수 있는 알량한 아량은 ‘좌파’도 국가보안법을 준수하는 한 이 사회에서 영원한 소수파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정도다.
전쟁으로까지 비화한 이념갈등의 역사가 ‘좌파’라는 용어에 관한 한 아직도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좌’와 ‘우’의 이념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소통하며 ‘좌파’라는 호명이 국민의 마음속에서 정당한 시민권을 획득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 아직은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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