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지 못해
여름이 한복판으로 접어든 삼복염천이다. 어제가 하지로부터 한 달이 지난 대서였고 보름 뒤 입추가 다가오려고 대기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장마가 늦게 도착해 몇 차례 소나기성 비가 내리다 흐지부지 물러갔다. 일주일 전 방학을 맞아 창원으로 복귀해 그럭저럭 지낸다. 여기저기서 무덥다고 아우성지만 나는 근교 산행을 나서 영지버섯을 따오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근다.
초등 교장으로 재직하는 벗이 방학 들면서 산행을 함께 가기로 한 칠월 넷째 금요일이다. 행선지를 의림사 계곡으로 정해 삼진 방면 농어촌버스 출발지인 마산역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역 광장 모퉁이 번개시장 들머리에서 김밥을 마련 74번 녹색버스를 탔다. 우리는 지난 봄날 76번을 타고 둔덕에서 미산봉을 넘으면서 오실골에 자생하는 머위를 채집해 가야로 나간 적 있다.
진북이나 진전은 생활권에서 다소 먼 곳이다. 진북에서 서북동으로 들면 서북산 감재를 넘고 진전 둔덕으로 가면 여항산 미산령을 넘은 경우가 많다. 진북 의림사로 가면 길고 긴 임도를 걸어 부재고개를 넘어 미천마을이나 서북동으로 내려선다. 이른 봄이면 가랑잎을 비집고 피어나는 야생화 탐방이 제격이다. 늦가을 산마루는 하얀 구절초가 수를 놓고 산국이 그윽한 향기를 뿜었다.
여름에 의림사 계곡을 찾은 경우는 트레킹보다 삼림욕과 알탕을 위해서 길을 나섰다. 의림사는 조선 중기 임진왜란 때 승병이 숲을 이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 전쟁 당시 치열했던 서북산 전투로 사찰은 병화를 입었다만 중창이 되어 대웅전과 일주문이 새로 세워졌다. 의림사는 조계종 범어사 말사인데 경내 수령이 오래되고 수형이 아름다운 모과나무는 도 지정 기념물이다.
어시장과 댓거리를 거친 버스는 밤밭고개를 넘어 동전터널을 지났다. 진동 환승장을 둘러 진북 면소재지 지산에서 예곡을 지나 동산마을 거쳐 인곡으로 들었다. 서북산이 인성산과 수리봉 사이 골짜기가 의림사 계곡이다. 기사는 요양병원을 지난 의림사 일주문 앞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되돌아갔다. 일주문 지나 차피안교 건너면 절간으로 드는데 우리는 인성산 임도를 따라 올랐다.
작년 여름 산행을 제안해 온 지기와 의림사를 찾았던 적 있다. 절간 해우소 밖에서 수리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따라 산으로 올랐다. 마삭덩굴이 바닥에 엉킨 참나무 숲을 헤쳐 개척 산행으로 산등선을 넘으면서 영지버섯을 찾아봤다. 그날 땀 흘린 삼림욕에 비해 영지버섯은 고작 한 무더기만 발견했다. 산비탈로 내려선 절간 뒤 인곡저수지 아래 물웅덩이에서 알탕을 하고 나갔다.
벗과 동행한 이번 산행은 인성산 북사면 임도를 따라 인곡저수지를 곁에서 계곡으로 들어갔다.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계곡으로 드는 길섶은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풀이 무성했다. 수리봉이 흘러내린 산자락에서 영지버섯을 찾아보고 알탕을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수리봉은 산세가 험하나 겨울에 낙엽이 졌을 때 맞은편 인성산 임도를 따라가며 건너편 지형지물을 눈여겨 봐둔 곳이다.
계류가 저수지로 모여드는 곳에서 수리봉 산기슭으로 숲을 헤쳐 올랐다. 영지버섯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은 기대를 가졌다만 숲을 제법 누벼도 찾을 수 없었다. 참나무가 주종이었지만 삭은 그루터기가 보이질 않았다. 고사목에 자라는 영지버섯이 붙을 환경이 못 되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가 벗이 곡차 새참을 비울 때 나는 치과치료 중이라 대작은 못하고 김밥을 들었다.
새참 이후 북향 기슭을 훑어봐도 영지버섯은 만날 수 없어 삼림욕만으로 만족했다. 땀이 젖은 옷을 벗고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계류에 몸을 담그니 물고기가 몰려들어 발바닥 굳은살을 떼어 먹었다. 차가운 물에 한기를 느껴 소름이 돋아 오래 머물 수 없어 너럭바위로 나와 몸을 말렸다가 다시 물속으로 들기를 반복했다. 날개를 달지 못해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다시 속세로 나왔다. 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