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춘란관리
8월은 난 배양에 가장 어려운 달이지만 8월 중순을 넘기면 더위도 한풀 꺾이게 마련이다. 처서가 지나면 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장마가 끝나고부터 곧바로 더위가 닥치는데 장마철 동안 아무리 적응이 되었다지만 견디기 힘든 더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낮 온도는 쉽게 32-33℃를 오르내리며 심하면 35-36℃까지도 올라간다.
그 동안 장마로 젖었던 토양이 증발되면서 공중습도 또한 올라간다. 말 그대로 고온 다습한 환경이 된다. 밤이면 열대야 현상까지 겹친다. 이래저래 어려운 달이다. 하지만 난들을 관리하는데 너무 온도나 공중습도에 매달려 지래 짐작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길은 있게 마련이다.
열대야와 난 관리
이 기간 동안은 모든 창을 개방하고 보내는 것이 좋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모던 창을 개방하게 되면 온도가 웬만큼 올라가도 난에는 크게 무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즉, 대류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더운 공기가 위로 빠져나가면서 공기가 항상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차광률은 높이도록 한다. 사용하는 차광막을 두 겹 정도 치는 것이 무난하다. 이 때 쯤이면 자생지의 난도 수풀에 의해 거의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난실 온도를 내리는 데는 환기도 중요하지만 열을 많이 동반하는 햇빛을 차단하는 것도 환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열대야가 지속되는 시기는 토양수분 증발로 공중습도가 매우 높다. 때문에 물 관리를 어떻게 할까 망설여지는데 장마 끝에 충분한 관수를 한 두번 정도는 했을 것이다. 이후 화아분화를 위해 꽃을 기다리는 난들은 한 두번 물을 끊어주게 된다. 이후는 열대야의 지속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열대야 현상은 며칠씩 유지되다가 다시 수그러질 때가 있다. 이 때를 이용해 관수를 하는 것이 좋다. 밤 기온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수를 하게 되면 위험하다. 특히 지상 난실의 경우 낮 온도가 상승하고 열대야 현상이 겹치면 온도가 상승하는 만큼 토양수분 증발량도 많아져 고온 다습한 환경이 된다. 때문에 밤 온도가 떨어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관수를 끊어주는 것도 이시기를 안전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반면 아파트 베란다 같은 경우는 고온 건조하지만 공중습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특히 고층인 경우는 그렇다. 때문에 오히려 공중습도를 올리기 위해 고생하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설령 노력한다 해도 뜻대로 잘 안 된다.
높은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모든 창을 개방한 상태에서 공중습도를 올리기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인 것이다. 때문에 너무 공중습도에 매달리지 않도록 한다. 일단 차광한 상태에서 환기가 좋게 되면 난이 더워서 상하는 것은 드물다. 오히려 장마철에 약간 웃자란 듯한 난은 보다 실해지고 덜 자란 새 촉도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습도가 너무 떨어질 것 같으면 바닥에 충분하게 물을 뿌려주는 정도만 한다. 이렇게 하다가 밤 기온이 24℃이하로 떨어지는 날에 관수를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보름 남짓한 혹서기 동안 2-3회 정도 관수를 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분이 바싹바싹 마르는데 괜찮을까 걱정을 하지만 크게 무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결국 열대야 기간이라 하더라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편하게 난을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온도를 억지로 낮추려 하거나 공중습도를 높히려는데 있다. 이외 분이 마르는 것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관수를 해서 난을 죽이게 된다.
혹서기의 불볕 더위가 아무리 심하다 해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보통 그늘에 들어가면 온도차가 2-3℃가량 생긴다. 이 정도의 차이에도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난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뿌리 상태가 좋지 않은 난, 금년에 분갈이를 했는데 미심쩍은 난, 어린 유묘 등 약한 난이 있다면 집안에서 조금 어둡고 시원한 곳으로 옮겨 열대야 기간 동안 쉬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파트라면 햇빛을 충분히 차광하고 하단으로 내려서 쉬게 하면 된다. 뒷 베란다가 있다면 이곳도 괜찮다.
갑자기 새 촉이 상하는 부패병이나 연부 증상이 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조금만 증상이 보인다고 분을 쏟아 소독을 하고 분갈이를 하는데 결국 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새 촉이 상하는 것 같고 예감이 심상치 않다면 차라리 몇 주간 말린다는 기분으로 물을 끊고 약한 난처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시원한 곳을 찾아 두면 분채 모두 상하는 것은 면할 수 있다.
여름철의 병충해 대비
혹서기에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결국 온도와 습도 때문이다. 온도가 높고 분 내 습도가 높게 되면 병원체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되므로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환경 조건이 되지 않으면 병원체는 더 이상 기승을 부리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조건을 막는 방법은 물을 줄여주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설령 온도가 높고 공중습도가 높다해도 난 분속에 수분은 적기 때문에 뿌리가 상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지나치게 온도가 높고 공중습도가 높으면 잎에 흑점병이 생기거나 간간히 비치는 햇빛에도 일소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난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새 촉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분을 쏟아 분갈이를 하거나 농약을 주고 소독을 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분에 농약을 뿌려준다는 것은 물을 주는 결과가 된다.
결국 분속은 더운데다 높은 습도가 가미되어 오히려 뿌리가 상하게 되는 좋은 조건이 된다. 때문에 분속을 조금 건조하게 한다는 기분으로 수분관리를 잘 조절하면 병원체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지만 여름철 내내 이렇게 보내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장마철에는 분내가 지나치게 건조하게 되면 난이야 병으로부터 자유롭지만 새 촉이 자라는데는 좋지 않다. 장마철 관수를 줄여 너무 건조하게 보내다 보면 새 촉의 성장이 둔화되고 꽃눈이 일찍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장마철에도 비오지 않는 날이 2-3일 이상 유지되면 밤 시간을 이용해 관수를 해 분내가 지나치게 마르는 것을 막아주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새 촉의 성장도 촉진되고 화아가 일찍 나오는 것도 억제된다.
장마철을 이렇게 보낸 다음 혹서기가 되면 물을 줄여주면서 최대한 차광을 통해 그늘 효과를 주고 분속의 과습을 막아주는 정도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분내가 건조해 필요한 난에 한해서 화아분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그 동안 장마기간에 약간 웃자란 새 촉도 실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분 속 습도를 줄여 줌으로서 병원체에 의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혹서기 이후의 관리
대체로 8월 중순을 넘기고 하순이 되년 그 동안 무덥던 더위가 한풀 꺽이게 된다. 공중습도도 떨어지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잔서는 아직 무시할 수 없다. 낮 동안은 상당히 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공중습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아울러 그늘로 들어가면 어느 때 보다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 혹서기는 지났다지만 한두 차례의 태풍권에 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비온 뒤끝과 비오기 전에는 상당히 습도가 높기 때문에 불괘지수가 높다.난실 또한 이러한 기상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8월과 9월 상순까지는 혹서기의 차광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아울러 물관리도 밤기온이 떨어질 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