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1조 3,808억 원. 이혼 법정이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를 선고한 건 처음이다. 액수에서 알 수 있듯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은 노소영 관장의 승리였다. 두 사람의 결혼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세기의 결혼'이었는데, 결국 '세기의 이혼'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최태원(63) SK그룹 회장이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 위자료 20억 원 ▲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 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만족감을 드러냈다. "혼인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훌륭한 판결이다"고 말했다.
반면에 최태원 회장 측 대리인은 입장문을 내고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자금 유입 등과 관련해선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사돈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앞선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50%를 재산 분할분으로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본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재판부는 또 최 회장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2심 판결 확정시 최 회장이 1조3000억 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도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최 회장이 가진 SK㈜ 지분은 17.73%로 2조812억 원가량이다. 이 외에도 SK케미칼(6만 7,971주·3.21%), SK디스커버리(2만 1,816주·0.12%), SK텔레콤(303주·0.00%), SK스퀘어(196주·0.00%)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