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가 움직이는 6시가 넘어 집을 나왔다.
더운 낮을 피해 가벼운 산책을 위하여.
서울성모병원 앞에 내려서니 성모 마리아와 애기 예수상 옆에는 활짝 핀 배롱나무꽃.
혈액병원 설립 포스터를 본다.
80년 대 초 내가 중앙대부속 필동병원에 처음 부임하였을 때
적은 수의 내과 스태프로 인하여 내가 혈액학과 종양학까지 환자를 보았고
강의를 위하여 성모병원 스태프 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다 은퇴를 하였다.
오늘은 제일 짧은 코스로 걷기로 하고 이곳으로 올라
맨발로 걷는 황토길을 지난다.
중앙대 병원 정형외과 과장이자 나의 선배인 이교수에게 '등산을 맨발로 하면 어때요? ,하고 물었더니
'돌았어, 신발이 왜 필요한대' 라고 퉁명스러운 답변을 들은 적이 있었다.
바로 누에다리를 건너 몽마르뜨 공원에 들어갔다.
누에다리 건너기 전
누에다리를 지난다.
신문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토끼가 원래 있던 네 마리에서 여러 마리로 늘어났다고 하니 먼저 토끼를 찾아보자.
이른 아침부터 두 마리가 무얼 하고 있지.
토끼들은 자웅으로.
또는 혼자서
모두들 더우니 배를 땅바닥에 대고 있다.
얘는 아예 숲 그늘에 들어가 있고.
저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비둘기들은 아침부터 모이를 쪼느라 정신이 없다.
개까지 데리고 와서 쉬는 사람.
장미의 숲에 들어서 있는 남녀가 춤추는 조각상.
다른 각도로 찍은 두 사람.
몽마르뜨의 화가들.
파리에 들를 때 마다 몽마르뜨에 갔었다.
골목을 내려오면 샹송의 시원지인 라팡 아질(뛰는 토끼들)도 가보았고,
그 아래의 몽마르뜨공원묘지에서 빵떼온에는 묻히지 못한 예술가들의 묘역도 가보았다.
저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시계가 7시 35분인데 그 밑의 온도계가 섭씨 31도를 가르킨다.
아침부터 꽤나 더운 날씨이다.
까마귀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가로등위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까마귀는 인가 근처에는잘 보이지 않는다.
경박스러운 까치에 비해 몸집이나 울음 소리도 우렁차다.
십여년 전 제주도 사라오름에서 잔디밭에서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있는데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우아한 자태의 까마귀 두 마리가 생각난다.
나무들이 줄을 선 숲길을 지난다.
비둘기들도 께끗한 물을 마시고 있다.
저건 무슨 열매이지요?
신발 먼지만 터는 게 아니라 에어 샤워까지 할 수가 있다.
흘렀던 땀이 다 마른다.
제일 빠른 이 길로 국립 도서관 옆길로 내려가자.
서초 경찰서 넘어가는 길에 서있는 마뉘골 표지석.
능소화와 배롱나무가 아름답다.
커피 집에서 내려다 본 광경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문을 연 국립 도서관 옆의 커피 집에서 땀을 닦으며 아이스 카페 라떼로 속을 식히고,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첫댓글 요즘은 아침에도 26도 이상일 경우가 많은데,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토끼 애정행각을 사진찍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순간포착을 아주 잘 하셨네요..
그게 스마트 폰의 장점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