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을 팔며*
그해 봄부터 나는 장제부를 맡아 관을 팔았다.
죽음이란 아주 근심스러운 것이어서, 누군가 고개를 숙이고 오면,
그가 바로 내 손님이란 것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나는 자랑스럽게 창고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결 고운 대리석 관들이 칼로 자른 듯 포개져 있었고,
목관들은 옻으로 빛나게 치장한 채 송장을 눕혀놓고 온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이란 세상에 올 때보다 갈 때가 더 사치스러웠으므로 레이스 달린 관보며 명정 청실홍실 등이 곱게 개켜져 차례를 기다렸다.
나는 컴컴한 창고에서 때로 칠성판을 걷어차며 웃었다.
빚에 쪼들려 살던 농사꾼이었거나 밥술깨나 먹던 사람이었거나,
혹은 삶이 무거운 짐에 불과했거나 아름다운 여행같았거나
저 땅 위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빛나던 존재들이 이 한뼘도 안되는 널판자에 묶여 가다니...
그래도 세포수의에 고가 품목만으로 매상을 올리고 장부를 터는 날이면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를테면 이 짓에도 목표가 있어 가난뱅이의 송장보다는 행세깨나 하던 주검이 찾아올수록 실적이 올라가,
그것이 나의 상여금을 결정하고 나의 두살배기 아들과 어린 아내와도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 무렵 나의 삶은 그렇게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날마다 관의 먼지를 털어내고 혼백과 추포를 정리하며 고객들을 기다렸다.
인간이란 짐승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존재들이어서,
봄 가을 소나 닭이 털갈이를 할 무렵이면 나의 고객들도 고개를 떨구고 찾아오기 마련이었으며
나는 큰소리치며 거래처에 발주한 물건들로 창고를 채워놓고 기다리면 되었다.
죽음은 인간이 치러내는 마지막 축제였으므로 향내 진동하는 창고에 화려하고 품위있는 상품들과 방명록 등을 갖추어
저승가는 절차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조용히 송장을 기다리며 행복했던 나날들, 관은 입이 무거웠다.
그 주검이 생전에 무엇이었든지 입을 한번 열었다 닫으면 그만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때때로 내 어린 아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한해 내내 고객들을 기다렸다.
- 이상국 -